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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Nov 18. 2022

48.하와이의 비밀#4

APPENDIX. HAWAII, THE OTHER SIDE..

교육 환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와이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집이 좀 부유했는지 Punahou를 다녔는데 하와이에서 그 학교는 아주 유명한 명문 사립고등학교이다. 그 외에 Iolani 사립학교도 명문이다.


하와이 거주 시절 알아본 유명 사립학교의 학비가 거의 연간 5천만 원 이상이었고(지금은 더 올랐을 것 같다.), 기숙사를 이용하게 되면 학비는 더욱 올라간다. 물론, 대학 캠퍼스 마냥 시설도 뛰어나고 크기도 엄청 크며, 위치도 와이키키 지역에서 20분 미만 거리로, 상당한 장점들이 많이 보이긴 한다.


학교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치안상태가 우수하며 부모의 경우 골프, 쇼핑과 관광 등을 즐길 수 있어 여름방학 중 1~2달을 아이들과 같이 머물며 영어와 여행을 동시에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다만, 하와이는 섬 지역 특유의 억양이 있고 약간은 느린 '피젼'이라고 불리는 사투리를 쓰는 경우가 있기에 처음에는 영어를 알아듣기도 쉽고 배우기도 쉽지만 본토에서는 사투리라며 다소 무시당할 수도 있고, 느린 영어에 익숙해지다 보면 같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본토 말은 알아듣기가 조금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좋은 교육기관의 선생님들은 빠르고 굴러가는 영어를 구사하지만 공립학교의 선생님들 중 현지인 출신이나 동양계 미국인 선생님들의 발음은 미드에서 들었던 영어와는 달리 알아듣기 쉬워서 내가 이렇게 영어를 잘 알아 들었었나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었다.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날씨, 치안, 음식, 쇼핑, 기타 즐길 거리를 감안한다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다만, 살인적인 물가와 더운 지역의 특성상 다소 느슨한 면학 분위기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검토해 보길 바란다.


실제로 하와이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은 미국 내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는 기사를 많이 보았었다.


THE OTHER SIDE OF HAWAII..


하와이에서는 왜 이렇게 행정적, 공적인 실수가 많이 발생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을 꼼꼼하게 하는 경우가 드물다. 전술하였지만,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더운 나라에서 보이는 느림의 미학은 물론이거니와 절대 한 번의 확인만으로는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도 한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직원의 실수로 인해 거의 3년간 면허증 발급이 불허되어 국제 운전면허증으로 버텼으나, 귀임 직전 다른 곳에 위치한 DMV 직원이 쿨하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직원 실수 같아. 너 면허증 발급 가능해!"라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 적도 있었다.


1년여간을 멀쩡히 취항하고 있던 회사의 꺽쇠 로고가 하루아침에 공항 전체 전광판에서 색동이 로고로 바뀌어 반갑기는 했으나 공항공사 측에 수차례 항의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그랬는지도 끝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원래의 꺽쇠로 돌아가는데 거의 1개월이 걸렸었다.


한국보다 느린 행정 시스템은 우리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니 얼마든지 이해가 되었지만, 정부기관, 은행 등 사회 전반 곳곳에서 실수 또한 많기에 반드시 확인하고 또 확인해만 한다.


가끔은 운(?)이 좋은 경우도 있었는데, 모 유명 쇼핑몰 사이트에서 골프백을 주문하여 배송받아 열어보니 추가 구매를 하지도 않은 신형 드라이버가 그 안에 떡 하니 들어있었고, 오배송되었으니 돌려달라는 말도 없어서 황당했던 적이 있다. 물론,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가져가라는 말을 하고 싶어도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를 시도하는 것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끝내 성공한 통화에서 그럴 리가 없다며 확인 후 전화를 주겠다고 했으나 결국 연락은 없었다.


공항에서 근무하며 조업 직원들의 실수로 인한 죽을 것만 같던 순간에도 이 모든 게 ‘Aloha Spirit’ 라며 웃는 현지인들을 보며 내가 적응 못하면 말라죽겠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었다.


아침에 마트를 가려고 했는데, 누군가 Street Parking 상태의 차의 뒷문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들이박고 뺑소니를 한 사고에도 여유만만한 Hawaii P.D의 경찰관 한 명은 출동에 20분 이상이 소요되었음에도 뻔뻔스럽게 “여기는 한국과 달리 CCTV가 없어.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때문이지. 노력해 보겠지만 범인을 찾기는 힘들 거야.”라는 성의 없는 답변만 들어야 했고, 거주하던 아파트에서는 4년간 3번이나 노인분들의 실수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었으며 결국 귀임 후에 큰 화재로 인해 네X버 상단에 그 아파트 전경이 기사로 올라온 걸 본 적도 있다.  왜 그렇게 소방 알람은 잘못 울리는지, 놀라서 깬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일단 하와이 거주민 중 젊은이에 비해 노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수준을 1년 내내 유지하기 때문에 관절이나 호흡기에도 무리를 주지 않아 부유한 노년층이 은퇴 후 이주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의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노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1년 365일 내내 앰뷸런스나 911의 사이렌 소리가 미칠 듯이 크게 들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거주지 인근 지역 어디서나 시도 때도 없이 크게 울려대는 911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감상하던 영화와 음악을 잠시 멈추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 번은 현지 신문의 기사에서 한 노인분이 1년에 300번 이상 앰뷸런스를 호출했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선진국답게 노령층의 911 호출은 별도의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것 같았다.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모 독재 국가처럼 주정부의 부패 지수도 높아 보였다. 인맥이나 학연에 의해 중요한 결정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많이 보면서 이게 미국의 이면인가? 아니면 하와이의 특수성인가?라는 생각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나 역시 그 덕분에 공항에서 지인의 출입국 통과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하와이의 이면을 보여주는 경험을 적어본다.


미국은 운전이 필수이기도 하지만 운전면허증으로 신분증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에 반드시 정착 초반에는 면허증부터 취득해야 한다. 부임 초기 면허증 취득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필기시험을 보았고, (당시에는 영어 시험만 있었지만 현재는 한국어 버전으로도 시험을 볼 수 있다.) 통과 후에 실기 시험을 준비해야만 했다. 한국과는 다소 다른 실기 시험 방식으로 인해 운전강사를 소개받아 시내 주행을 하면서 시험 방식을 익혀갔는데, 문제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하는 현지의 실기 시험에 워낙 대기 인원이 많아 예약할 수 있는 시험 일자는 거의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운전면허증 취득을 해야만 그때부터 신분증이 필요한 필수적 개인 업무를 볼 수 있었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운전 강사님 曰 “현장 대기도 가능합니다. 다만, 그날그날 시험을 볼 수 있는 인원의 차이가 많아서 상당히 앞자리에서 대기를 해야만 하는데 보통 시험 전일부터 텐트 치고 의자 놓고 20시간 이상 기다려야 안정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요. 회사 업무로 인해 시간 없으시다고 했지요? 그럼 100불만 내시고 아르바이트 쓰시면 됩니다.”


놀라웠지만 시간이 없던 나는 즉시 아르바이트를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신 줄 서준 그 필리핀계 미국인 친구는 정말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시험 전일 아침부터 캠핑 의자를 가져가 1등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시험 당일 아침 7시 50분에 나랑 자리를 바꾸어 100불을 손에 들며 '굿 럭!'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시험을 볼 수 있는 인원은 대기 인원 200여 명 중 딱 3명에 불과했다. 우와.. 하와이 정말 대단하다.


의외로 관광객의 여행 중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관광업이 주인 하와이의 산업 구조 상 사망사고에 대한 대서특필은 누구도 반기지 않는 기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미국인지 일본이지 헷갈리게 만드는 언어 구사, 음식, 생김새도 힘든 부분이었다. 한 일본계 여행사의 광고 카피를 들은 적 있다.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우리 섬. Hawaii.’


이 정도로 하와이를 좋아하니 얼마나 많은 일본인과 일본 문화가 하와이에 뿌리 깊게 내려 있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로컬 음식이라며 꼭 먹어 보아야 한다고 소개되는 스팸 무스비, 로코모코, 아히포케도 모두 일본 음식을 기초로 현지인의 입맛을 가미하여 변형된 음식이다. 덕분에 초밥을 좋아하는 나는 원 없이 여기저기에서 파는 초밥을 실컷 먹긴 했지만..


정치, 경제, 문화, 교육계에 일본계 미국인 3-4 세대가 다수를 장악하고 있으며 영어를 못해도 일본어만으로도 현지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코로나 시대 이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정말 엄청난 수의 일본발 항공편이 취항 중이라는 사실에 놀라웠었다.


사실 내 눈엔 여러 방면에서 하와이는 안타깝게도 일본땅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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