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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롱이 Jan 20. 2024

이별하기 위해, 홍콩으로 떠났습니다.

권태기였다. 전남자친구와의 권태기였기도 했지만, 내 인생과도 권태기가 왔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남자친구, 인간관계 문제까지. 모든걸 벗어던지고 훌쩍 사라지고 싶었다. 그럴때 보통 제주도에 가서 리프레쉬를 하는데, 이번엔 달랐다. 한국어도 통하지 않는 무인도로 떠나고 싶었고 내가 선택한 곳은 홍콩이었다. 남자친구에게 권태기를 선언하고, 바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왜 하필 홍콩?


모순적이게도 혼자 있고 싶으면서, 외로움은 두려웠다. 대개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해외여행을 혼자 떠나면 외롭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가족, 연인 단위의 휴양지에서 쓸쓸하게 호캉스나 수영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너무 먼 곳으로 떠나는 것도 겁이 났다. 항공비와 기타 등등을 고려하여 무난하게 고른 곳이 홍콩이었다. 결과적으로 홍콩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해답들을 얻어왔고, 귀국 후 내가 미뤄왔던 이별들을 할 수 있었다.



외로움과의 이별


홍콩에서 얻어온 것 중 가장 큰 것은, '외로움' 이란 감정과의 이별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3박 4일동안 아침일찍 일어나 부던히 맛집을 찾아 다니고, 쉬고 싶을 땐 강가에 앉아 음악을 들었고, 저녁엔 sky bar에서 혼술도 즐겼다. 마지막날 트램을 타고 열심히 다음 행선지로 가다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하나도 안 외롭네?' 그렇게 느끼게 된 과정을 되새겨봤다. 


혼자 여행을 왔으니,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미술관이 더 땡기는데... 그래,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미술관 가자.', '남들이 말한 맛집보다 난 여기가 더 좋아보이는데, 여기 한번 가보자.' 그렇게 나를 위한 선택들을 하니 만족도가 쌓이고, 여행이 즐거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있게 나를 위한 결정들을 해나갔다. 내가 쉬고 싶으면 쉬게 해주고, 먹고 싶은걸 먹고 해주고, 이렇게 나를 위해 모든걸 해주는 든든한 '나' 라는 친구가 있으니, 굳이 옆에 누가 없어도 되었다. 어느새 혼자 잘도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는걸 깨달은 순간, 한국에서도 이렇게 살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는 것도 이렇게 살면 된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들을 하고, 나 자신을 돌보며 살면 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옆에 아무도 없으면 들기 마련이고, 예상치 않게 불쑥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챙겨주고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게 해주는 '든든한 나'라는 친구와 함께 하면 된다. 


외로움이란 감정을 너무 두렵게만 생각했다. 이별했을 때 경험할 외로움, 혼자 여행할 때 경험할 외로움. '나'라는 가장 든든한 친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였다. 혼자 여행에서 가장 크게 얻어온 점은 이 친구를 얻어온 것이 아닐까? 요즘도 나는 스스로 기분이 좋거나 고립감을 느낄 때, 상태를 인지하고 바로 안의 친구를 통해 나를 위한 선물을 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스스로를 부던히 챙겨준다. 


혹시 외로움이 두려워 미루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혼자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란다. 의외로 외로움에 강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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