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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츄리시티즌 Dec 19. 2021

괴산의 향, 괴산의 기억

괴산에서 만난 사람 ⑤, 박은지 SMOV 대표

컨츄리시티즌은 지역과 도시를 잇고 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프로젝트 '괴산상회'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브런치로 먼저 전해드립니다.


ⓒSMOV


지역의 테마를 담아 향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스모브의 박은지입니다. 저는 지역의 가치를 향기로 표현하기 위한 디퓨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맞는 향을 찾아 향 컨설팅을 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테마를 담은 상품은 상당히 많은데요. 그중 추상적인 형태인 '향'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신선합니다.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혹시 조향 할 때 어떤 것에서 모티브를 얻으시는지요.

- 가장 처음에는 책상에서 시작합니다. 먼저 그 지역에 대한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미지나 이야기를 많이 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역에 찾아갑니다. 제가 상상한 이미지와 컨셉을 확인해 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해당 컨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와 이야기를 찾아보려 애를 씁니다. 보통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기 때문에 지역의 자연과 관련된 장소에 방문하곤 합니다.


무려 천년이나 된 은행나무입니다. ⓒSMOV

그렇다면 괴산은 어떻게 모티브를 얻으셨나요?

- 혹시 괴산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알고 계시나요? 괴산은 느티나무가 많은 지역입니다. '괴산'의 '괴'가 바로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단어죠. 느티나무 괴(槐)자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어요. 나무 목(木)과 귀신 귀(鬼)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무척 신기해서 괴산에 방문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괴산에는 수백 년에 걸쳐 자리를 잡은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많더라고요. 나무에 시간이 쌓인 느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그중 압권은 청안면 청안초등학교에 있는 은행나무였어요. 무려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더라고요. '천년은행나무'를 보러 갔을 때, 그 자리에 계셨던 다양한 분들이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은행나무를 바라보는 게 참 신기했어요. 아이들은 그저 커다란 나무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모녀지간은 은행나무 앞에 함께 있는 자신들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더라고요. 노부부는 은행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변을 걸으셨습니다. 괴산의 고목들이 가진 오랜 시간의 이야기를 향에 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괴산의 테마는 오랜 세월을 견딘 나무의 이야기가 되었죠.


괴산이 느티나무가 많은 지역이란 걸 이렇게 알게 됐네요. 또 괴산과 같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새로운 니치 향수 시장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정말 니치 향수의 트렌드가 상당한데, 이 시장 속에서 스모브가 가지고 갈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와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모티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향기로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입니다. 향은 개인의 선천적인 후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같은 향이라도 모두가 다르게 느끼죠. 그리고 후각은 오감 중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고 알려져 있어요. 왜 같은 향이라도 여행지에서 맡은 향은 다르게 기억되곤 하잖아요. 그게 바로 경험을 바탕으로 느끼는 '향의 기억'이죠. 이렇게 향을 통해서 느낀 감정 또는 어떤 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서로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향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나만의 특별한 기억을 스모브의 향기를 통해 언제든 꺼내서 추억할 수 있었으면 해요.


개인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향의 아카이브가 무척 근사합니다. 꼭 방문해보고 싶어요. 최근 로컬크리에이터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데요. 괴산을 포함해서 앞으로의 로컬은 어떨 것 같으세요? 스모브가 상상하는 로컬의 미래요.

- 요즘 좀 우울한 뉴스가 많잖아요. 발달하는 기술로 인해 사람들이 사회에서 역할을 잃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라지는 역할들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이젠 예전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대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분야 중 지역을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이미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그 방증 아닐까요. 언젠가는 저희와 같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성장하고 다양해져서 지역을 지명으로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인 이들의 문화로 일컫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수제맥주로 유명한 이들이 모인 강릉', '그림을 그리는 자들이 모인 영월', 'MBTI E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시끌벅적한 여수'처럼요.

괴산이요?
음, 괴산은 '오래된 나무처럼 뚝심 있는 장인들이 모인 곳'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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