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기획 중이라면 꼭 봐야 하는 글
팝업스토어의 첫 번째 기획회의는 발산의 시간이다. 원하는 컨셉과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이런 느낌’, ‘저런 느낌’을 주고받는다. 새로운 컨셉을 기획하고 콘텐츠로 만들어야 하는 우리 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다만 두 번째 회의도 발산의 시간이 된다면 그건 조금 곤란하다. 그런데 보통은 곤란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곤 한다.
클라이언트들은 보통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팝업스토어에 넣고 싶어 한다. 이해는 한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여는 팝업스토어니까. 한정된 기회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회의부터 우리 팀은 명확해진다.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효과는 떨어질 겁니다.”라고 분명히 말한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여야 한다. 모든 것을 담으면 정작 이 행사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지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 공간에 처음 들어온 고객이 입구에 있는 컨셉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전시대에서 콘텐츠가 바뀌어 버리니까. 이쪽에서는 관광지를 설명하고, 반대편에서는 냄새를 솔솔 풍기며 먹거리를 팔고, 다음 코너에서는 거울을 세워놓고 목걸이와 반지를 판다면 뭔가 산만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컨셉충’이 될 것을 권한다. 그 지역의 관광지를 소개한다면? 딱 소개하고 싶은 관광지만 다룬다. 공간에 방문한 고객이 소개된 관광지 중 한 곳이라도 방문을 결심한다면, 이 컨셉은 성공한 컨셉이다. 만약 참외를 홍보한다면? 오직 참외 이야기만 한다. 다른 관광지나 특산물은 없다. 메시지를 희석하지 않고 하나의 메시지로 입구부터 출구까지 쭉 끌고 나간다. 참외 팝업의 네이밍은 ‘참외 청문회’였다. 먹으면 배탈이 난다거나, 상하기 쉽다는 참외에 대한 속설들을 청문회에 세워보자는 컨셉이었다. 실제로 청문회 단상을 만들어 놓고, 모든 공간 구성을 그 컨셉에 맞췄다. 메시지가 명확하면, 디렉팅도 명확해진다.
다만 메시지를 결정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왜 컨츄리시티즌을 찾아오셨나요?
의뢰가 들어오면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변을 기반으로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참외, 고구마, 무화과 같은 특정 농산물을 알리고 싶다든가, 천혜의 관광지를 알리고 싶을 수도 있다. 또 새롭게 기획하는 지역의 축제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팀은 가장 먼저 그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설정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어떤 컨셉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다음 스텝은 ‘컨셉충’으로의 과몰입이다. 경기도 연천군과의 협업은 컨셉충의 정수를 볼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우리는 연천 구석기 축제를 메인 테마로, 연남동 한복판에 구석기시대를 재현하기로 했다. 그리고 로맨스 판타지 소설의 컨셉을 패러디하여 ‘어느 날 나는 구석기 원시인이 되었다’라는 메인타이틀을 잡고 움직였다.
‘구석기’라는 키워드에 판타지 컨셉이 결합되니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모든 콘텐츠를 연천과 구석기에 대입했다. 팝업스토어 초입에는 구석기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는 컨셉으로 역무원을 배치했다. 그리고 입구엔 ‘불’을 배치했다. 왜 불이었을까? 모름지기 인류가 처음 사용한 ‘불’이 구석기의 상징 아니었던가. 우리는 간이 화로를 이용해 마시멜로 굽기 체험으로 팝업스토어의 입구를 달궜다. 그리고 원시인들의 복장을 한 알바생들과 고인돌 쌓기 게임, 벽화 그리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했다. 모든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한 고객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구석기시대로 시공을 초월한 경험을 마치고 흐뭇한 미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컨셉’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달은 작업이었다.
클라이언트와의 가장 중요한 소통은 서로가 이해하는 ‘컨셉’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컨셉이 잡히면 그에 맞는 비주얼, 네이밍, 체험 요소 등 고객 경험의 여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메시지, 공간 전체와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와 컨셉이 잘 드러날 때 팝업스토어의 효과는 더 배가된다. 당연히 컨셉을 만들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원래의 목적을 잃지 않도록 방향키를 잡아주는 것도 응당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클라이언트와 우리 팀이 원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정확히 전달하고, 서로 완벽히 이해할 때까지 디렉팅 하는 역량을 갖추려고 한다. 당연히, 팀원들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독한 컨셉충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