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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오 Nov 13. 2021

형제자매의 유류분 상속 권리가 없어지네요

예전 사법고시 공부를 할 때 1차 시험에서 제일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골치가 아팠던 유류분 제도가 일부 없어질 거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새삼 그동안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했던 사법고시생 시절의 기억이 강제로 떠오르네요.


유류분 제도란?

유류분 제도란 상속에 있어서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 범위의 친족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인정해 주는 권리입니다.


제도적인 도입 취지는 당시 장남에게 전부 상속을 해 주는 사회 분위기 상 특히, 여성 자녀에게 상속을 일부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목적이었는데요. 원래 민법상 유류분은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배우자,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형제자매였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그중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이 삭제됩니다.


사법고시 1차 시험의 추억

고시 공부를 할 때, 유류분은 각 대상자에 따라 직계비속(자녀, 손자녀)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1/2

직계존속(부모, 조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1/3을 주장할 수 있는데, 또 생전에 상속분을 먼저 주었다고 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걸 특별수익액이라고 해서 빼고, 생전에 증여한 것이 있으면 또 그 증여분은 유류분 계산의 기초자료에 포함시키고.. 뭔가 수능으로 치면 언어(국어) 시험 문제 풀고 있는데 갑자기 수학 문제가 나오는 기분으로 일단 보기만 해도 어딘가 답답해지는 그런 시험문제였는데요. 가뜩이나 어느 날 갑자기 8지선다형으로 바뀌면서 문제와 보기를 다 읽기도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그냥 유류분 문제 버릴까?'라는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 마음의 짐 같은 문제였죠.


재벌의 사생아.. 상속포기 각서 써!!

이 유류분과 관련해서 많은 재벌 드라마 또는 소설을 보면 웃긴 장면들이 제법 나옵니다.

재벌 회장님인 아버지 눈 밖에 나서 회장님이 담당 변호사를 불러 유언장을 수정합니다. 눈 밖에 난 자식에게 한 푼도 상속을 못 받게 하겠다고 말이죠.


물론 그 수정하기 이전 유언장에는 유류분보다는 많은 내 몫이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만, 어쨌든 아버지 회장님이 나한테 한 푼도 안 주도록 유언장을 수정하셨다고 해도 내가 빈털터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1년 이내에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하면 되거든요.


사실 위의 사례보다 더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숨겨진 아들/딸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주로 본처인 사모님이 사생아인 주인공을 불러서 상속포기 각서를 쓰라고 협박합니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정장 입은 깍두기 아저씨들을 동원하기도 하죠.
거기서 주인공은 반항을 하고 깍두기 아저씨들에게 제압당해 강제로 지장을 찍습니다.
혹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겨우 벗어나서 도망치기도 하죠.

근데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ㅠ



일단 애초에 상속은 상속자의 사망으로 인해 비로소 발생합니다. 따라서 회장님이 아직 살아계실 때 작성한 상속포기각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음... 물론 보통 본처 사모님이 작성 시기를 회장님 사망 후로 위조/조작할 수는 있겠네요?)

그냥 네네 하고 지장 찍어 주셔도 돼요.

그리고 유언장에 내가 있건 없건 (물론 친자확인 소송 등 앞선 절차가 필요하기야 하겠지만) 회장님 돌아가시면 그냥 내 유류분 주장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드라마가 재미가 없어지니 그렇게는 하지 않죠.


기사에 나오는 유류분


어쨌든 유류분 제도는 이래저래 말이 많은 제도이기는 합니다. 

주로 언론에서는 이런 사례에서 유류분이 나오는데요.

평생을 붕어빵 장사를 하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그동안 모은 수억, 수십억을 대학이나 재단에 기부를 하십니다.
그러면 그 고인의 자녀들이나 형제자매들이 유류분 반환 소송을 통해 본인들 몫을 달라고 소송을 걸고, 언론에서는 고인의 의사에 반해서 이 돈이 유류분만큼 유족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성토합니다.

여론은 고인의 뜻을 헤친다며 유족들을 비난하기도 하죠. 사람마다 가치관과 입장의 차이는 있겠지만 뭐 유족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고, 또 법적으로 유류분이 보장되는 만큼 그걸 포기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어쨌든 물려받을 재산이 많지 않으면 사실 고려할 일도 잘 없는 유류분입니다만(오히려 상속포기를 할 거냐 한정승인을 할 거냐를 더 고민하면 고민했지)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글로 한번 정리하고 마음속에서 떠나보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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