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방청소는 절대 안 하는 나.
모순적인 나를 반성하자.
최근에서야 방청소를 하게 됐다.
항상 주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방을 바꾸려는 시도는 안 한 나 자신이 모순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청소를 하게 됐다.
실제로도 방에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함이 느껴져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처음 정리를 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그냥 물건의 위치를 조금 더 깔끔하게 바꾸는 작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워낙 정리를 잘 안 하는 편이기도 해서 이렇게 생각한 것도 있지만, 마땅히 버릴만한 물건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버릴 물건이 엄청나게 나왔다. 전 세입자가 두고 가신 침대에서 뜻밖의 공간을 발견하면서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안 보이는 곳에 보관할 수도 있었고, 많이 버리기도 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깔끔해짐을 느꼈다.
이렇게 환경을 바꾸고 나니, 집에서 이전보다 덜 게을러지고, 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착수하려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삼 나라는 사람은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니멀리즘
최근에 김민기 작가님의 북콘서트에 다녀오면서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
한국에서는 이 다큐멘터리의 부제로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이라고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다큐멘터리의 부제로 'A documentary about what really matters'라고 보여주고 있다.
무엇을 버릴지 보다는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는 것. 그 과정에서 알짜배기들만 남겨놓으면서 미니멀리즘이 완성되는 것이다.
북콘서트의 게스트로 나오신 카카오 전 조수용 대표님은 매거진 B를 만드시면서 기존의 잡지에 들어가는 광고를 제거하고 브랜드 하나에만 집중한 잡지를 발행하셨는데, 이는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없는 형태였기에 오랜 기간의 적자로 이어졌다.
그러나 옛날부터 잡지를 좋아하셨던 조수용 대표님은 버려지지 않는 잡지를 만들고 싶어 하셨고, 광고는 시간이 지났을 때 옛날 잡지로 보이는 요소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과감하게 광고를 제거하고 탄생한 매거진 B는 더 이상 버릴 게 없는 잡지, 잡지를 구매한 사람도 버리고 싶지 않을 만한 그런 잡지가 됐다. 이는 결국 앞서 김민기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미니멀리즘, 무엇이 중요한 지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조수용 대표님은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는 관점을 양육에서도 적용 중이신 것 같았는데, 자식의 자존감을 가장 중요하게 보셨다. 어떤 일이든 직접 부딪히고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고 실패할 용기, 자존감.
시대의 흐름을 직접 겪으신 만큼, 자신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계셨다. 자녀의 의견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만으로, 자녀분들은 무슨 일이든 용기 있게 도전하고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변화를 인정함으로써, 과거에 중요했던 요소들을 강요하지 않고 자녀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방식조차 조수용 대표님의 미니멀리즘 철학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
김민기 작가님:
결국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위의 질문에 조수용 대표님은 자신이 좋아할법한 경험들을 복기해보라고 하셨다. 문을 어떻게 열었는지, 문고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의자와 책상의 형태, 방 조명의 밝기라던가 여러 가지 상황을 복기하다 보면, 복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자신이 좋아할법한 일에 부딪혀가며 디테일하게 복기해보는 과정을 통해 결국 매거진 B라는 매력적인 잡지를 탄생시켜낸 조수용 대표님이 새삼 멋있어 보였다.
이렇게 북콘서트를 마치고, 같이 간 팀원들과 함께 북콘서트 애프터를 남기는 시간을 가졌다.
만약 매거진 B의 마지막 호가 출간되면, 그 마지막 호는 '조수용'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프터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조수용 대표님이 매거진 B의 마지막 호를 출간할 때는 '조수용'이라는 브랜드에 관한 내용이 나올 수 있겠다는 의견이었다.
북콘서트의 마지막에 김민기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랑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자신을 낯선 환경에 던지면 '내가 왜 이랬지?'라는 물음표에서도, '아 이런 것 때문에 내가 그런 선택을 했지!'라는 느낌표로 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나'라는 '#', 해시태그가 생긴다고 하셨다.
이런 미니멀리즘의 관점을 굳이 내 방 청소에 빗대어 본다면, 내 방 청소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저 눈으로 봤을 때 더러워 보이는 것들을 버린 것.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 방을 둘러보면 자주 쓰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이 눈에 보인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아주 사소한 관점의 차이지만, 무엇을 버릴지를 생각하는 관점보다는,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는 관점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청소랑은 또 별개로, 나를 낯선 환경에 던지면서 '?!'를 오가고 나만의 '#'를 찾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