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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A Nov 09. 2022

런던에서 컨설팅 1년 반, 소감

한국 토박이의 영국 회사 생활 적응기

오늘은 나에게는 일상이 된 것들이지만 한국에서 지내시는 분들에게는 조금은 흥미로울 수 있는 내 회사 생활 적응 경험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작년 여름 쯤부터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런던에서 컨설팅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 사이 한번의 이직을 거쳐서 벌써 컨설팅 분야에서 일한지 약 1년 반이 되어간다. 


영국 영어는 힘들어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정말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았다. 처음으로 내게 크게 다가온 걸림돌은 언어였다. 아무리 한국에서 어릴 적부터 영어를 배우고 썼다지만 현지에서 직접 듣고 말하는 것, 특히 생소한 영국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면접 때부터 나를 곤란하게 했다.


첫 입사하게 된 회사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 우리 팀 헤드가 'Where are you based at right now?' (지금 어디에 거주하고 계신가요?) 라는 질문을 했는데 영국 억양을 알아듣지 못하는 바람에 'Yes'(네)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두 면접관의 혼란스러운 표정에 나는 그저 머쓱한듯 하하하 웃기만 했다. 그 외에도 다른 질문들 여러개를 알아듣지 못해 영국 억양이 덜한 아이리쉬 출신 면접관이 의도치 않은 통역을 해주어야 했다. 그래도 첫 컨설팅 회사는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지원했기에 하드 스킬이 더 중요한 직종이라 다행히 합격했다. 그런데 합격은 첫 관문일 뿐 진짜 시련은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회사는 동료 간 혹은 미팅 내 Small talk (사소한 대화)을 정말 많이 하는데, 일과 관련된 단어들은 공부를 많이 한 단어들이기에 오히려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사소한 일상과 관련된 대화에서는 꽤나 애를 먹었다. 팀에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오래 살았거나 영국 출신들이기 때문에 주로 영국에서 일어나는 일(정치, 사회, 문화)들 혹은 영국 TV 쇼에 관한 이야기들을 자주 꺼내곤 하는데, 모르는 토픽이 나오면 단어들도 많이 생소해지고 문맥이 없기 때문에 그냥 다른 사람 웃을 때 머쓱하게 웃거나 귀기울이는 척 해야만 했다. 한번은 영국에서 유명한 드래그쇼 (drag show)에 대해서 팀원들이 15분 넘게 이야기 하는데 정말 이해도 안되고 흥미도 안생겨서 자리를 몰래 벗어났다가 왜 말도 없이 갔냐며 팀원들이 서운해한 적도 있었다. 


이젠 영국 생활 2년이 되어가며 짬도 생기고 모르는 얘기가 나오면 "그게 뭐에요?", "무슨 얘기 하시는 거에요?" 이렇게 물어볼 용기가 생겼지만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땐 용기도 없고 소심하고 혼란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특히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서 (INFP..또륵) 낯선 사람이나 여러 사람과 함께 대화를 하는 도중에는 이런 질문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런던 첫 취직했던 회사에서의 크리스마스
사교성이 매우 중시되는 사회


영국에서는 내향성 사람들이 살아남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서구권에서 많이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영국의 컨설팅 회사 생활에서는 사교성이 매우 중시된다. 중요한 클라이언트를 직접 대하는 직업이다보니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스킬이 많이 요구되며, 예의가 바른 동시에 적당한 유머까지 겸비한 사람들이 주위에 매우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회사에서의 위계질서가 꽤나 아직까지도 단단한지라 상사가 정말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사와 격식없는 농담을 주고받기가 힘든 편인데, 영국은 팀 내 위계질서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처음엔 이런 분위기가 적응이 안되고 나는 토종 한국인인지라 상사 앞에서 내 의견을 어필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한국에서 나는 '까라면 까'라는 표현이 존재하듯 상사가 하는 말이라면 이해가 안돼도 '무슨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닌 것 같다 싶으면 '왜요?', '잘 이해가 안되는데 이건 왜 이렇게 해야하는 거죠?'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내가 너무 조용하거나 말이 없거나 의견을 내지 않으면 시키는 걸 아무리 잘해도 인사평가에서 점수를 낮게 받는다. 스스로가 주체적이지 못하거나 리더십이 없으면 회사에서 높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키는 걸 그냥 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라도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저 사람 기가 참 세다', '왜 이렇게 지 할말을 다해'라고 평가받는 행동들이 영국에서는 '리더십 있다', '카리스마 있다'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상사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수반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영국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교육이 아직도 발전할 부분이 많다라는 것을 느낀다. 그냥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점수를 높게 받아야만 좋은 학생이 아니라 친구들을 리드하고 팀 활동과 스포츠 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함께 내야 한 인격체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많이 깨닫는다. 물론 한국사회도 좋은 점이 많이 존재하고 아직도 그리운 집이지만 이렇게 한국과 외국을 비교하면서 각 사회의 좋은 점을 쏙쏙 취득하는 것도 어찌보면 타향살이하는 사람들만이 취할 있는 장점아닌가 생각한다.



두번 째 회사에서 다닌 출장들 (더블린, 뭄바이, 리스본)


첫 1년은 다사다난하고 힘든 점도 많고 원치 않는 프로젝트 배정, 맘에 들지 않는 직속 상사에 회사를 그만둘까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렇지만 언어와 문화가 조금은 익숙해지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전보다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된 것 같다. 외국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할까 싶은 분들에게는 가고자 하는 곳의 언어와 문화를 미리 열심히 습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배우면 되지! 라는 마인드로 시작했지만 회사생활 초반에만 얻을 수 있는 인맥 / 네트워크도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기죽지 않고 자신감 있게 원하는 바를 표출하길 바란다. 결국 살아보니 어느 나라든 언어와 문화의 차이만 조금 있을 뿐 사람 사는 것, 느끼는 것은 모두 같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내 첫 메이저 커리어로 컨설팅을 선택한 이유는 경영 전공으로서 다양한 매니지먼트 관련 스킬들을 가장 단시간 안에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컨설팅 1년 반간, Professional 측면에서 나는 정말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컨설팅에서 1-2년 정도 더 머물며 다른 팀원들을 매니징하는 역할까지 익숙해지면,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게임 업계의 Product manager 혹은 Strategist로 이직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이다. 이 목표는 내가 현재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목표는 그러하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줄곧 사랑해왔기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산업군에서 일한다면 하루 하루가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다음엔 회사에서 좋은 인사평가를 받을 수 있는 팁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럼 그때까지 Hasta lue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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