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려 2년 전부터 데이터 분석과정 파트타임 수업을 듣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비즈니스 분석과정을 듣게 되었는데 교수님이 무려 66학번, 70대이시다!
70세를 넘기신 분이 아직 교편에 계신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인데 무엇보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IT분야를 가르치고 계신 것이 놀라웠다. 더군다나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하신다는 게 말이다. 줌에서 가장 어려운 기능 중 하나인 Breakout room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신다. 젊은 나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기능인데 말이다.
아마 교수님도 코로나 이후 줌을 처음 접하셨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70세가 넘은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셨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내 주변의 젊은 사람들조차도 줌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학부의 몇몇 교수님들은 코로나로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중 몇 분은 온라인 수업을 거부하며 학교 측과 마찰을 빚었는데 최신 기술이 익숙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긴 했지만 몇몇 분들은 여전히 온라인 수업에 반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온라인 수업은 뉴 노멀이 되었고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온라인 수업은 지속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시도에 소극적이게 되고 변화를 두려워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기만 손해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끝없이 배우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이다.
한국의 나이 문화는 어떤 면에서는 폭력적이다. 특정 나이에 요구되는 행동 양식이 규정되어 있고 그 범주를 벗어날 경우 정상인 취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정년퇴직이라는 좋은 말로 포장하긴 하지만 결국엔 나이가 들었으니 나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개개인의 업무능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나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20대 때보다 더욱 도전적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캐나다라는 새로운 공간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아무도 내 나이를 물어보거나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몇 살인지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70대 교수님의 강의에는 열정이 느껴진다.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본인이 그동안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든 전달하려는 열정 말이다. 교수님의 강의는 마치 한 편의 잘 다듬어진 연극같이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그를 보고 있으면 멋있게 늙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을 잃지 않고 끝없이 삶을 경주해 나가는 것, 멋있는 삶이란 이런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