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증명한 빈티지 제품의 매력
언제부터인가 기성 제품을 사는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점과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을 좇는 것에 지친 것 같다. 한국에서 유통업에 종사했었던 나는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했고 많은 물건들을 샀었다.
캐나다로 이주하며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물건들을 처분하고 반 강제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건들이 집을 가득 채웠고 정신을 차려보니 집안은 온통 이케아, 무인양품, 유니클로 등 기성 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기성품은 처음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금방 싫증이 난다. 특히 저렴한 재질로 만들어진 가구 같은 경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질리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산 가구가 이케아 식탁세트였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싫증이 나버렸다. 저렴한 나무질감이 주는 생경함이 밥맛까지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보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페이스북 마켓에서 미드 센츄리 모던 스타일의 중고 식탁을 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봐왔던 기성품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새 제품이 주는 세련된 맛은 없지만 세월이 주는 중후한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1960-70년대에 덴마크에서 생산된 가구라고 하는 데 사용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나의 첫 빈티지 가구 입문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용어인 MCM은 (브랜드 MCM이 아니라) Mid Century Modern (미드 센츄리 모던)의 줄임말이다. MCM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1930년대 후반부터 등장해 1940∼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주택 및 인테리어 양식으로, 독일의 바우하우스 스타일과 미국의 인터내셔널 스타일이 기반이 됐다. 미드 센추리 모던은 실용성과 간결한 디자인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한국에도 얼마 전 미드 센츄리 모던 열품이 불었다고 하던데 북미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일이다. 특히 MCM 스타일로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실제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원목제품 같은 경우에는 오일만 제대로 발라주면 새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많다.
이런 빈티지 제품들의 가장 큰 장점은 품질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50년 이상을 멀쩡하게 버틴 빈티지 제품은 향후 50년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또 하나의 오래된 MCM 가구를 구매했는데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임스 체어이다. 한국에서는 약 50만 원 정도에 팔리는 제품인데. 캐나다에서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겨울 20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케아로 도배되어있던 우리 집은 어느새 빈티지 제품들로 가득 채워졌다. 처음엔 무슨 고물을 돈 주고 사 왔냐며 구박을 하던 와이프도 이제 빈티지 가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무엇보다 빈티지 가구들은 나중에 싫증이 나더라도 구매한 가격으로 되팔거나 혹은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인기가 꾸준한 빈티지 제품들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희소성이 상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