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한 줌, 풀빛 푸른 아이」

2. 최근 인상 깊게 본 콘텐츠나, 책, 작품에 있나요?

날씨가 무척 덥다.

더운 것을 넘어, 뜨겁다.


이런 여름에도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쇼핑몰, 서점, 도서관, 마트, 공공시설 무더위 쉼터… 그중 나는 도서관을 택했다. 도서관에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각종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으니까.


요즘 도서관에서는 ‘상주 작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내가 사는 곳의 청소년문화도서관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중 상주 작가와 함께 하는 ‘디어 마이 금쪽이’라는 포토에세이 수업 개설 소식을 꽃송이가 링크로 보내주었다.


나는 평소에 ‘소년의 일상, 모습, 배움, 작품 등’을 사진으로 담고, 그 안에 이야기를 더해 하나의 (책과 같은 형식으로 인쇄된) 결과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이번 수업이 그 생각을 실물로 실현할 기회가 되고 시작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도서관 홈페이지의 ‘신청하기’ 버튼을 망설임 없이 눌렀고, 정원 내에 들었다는 안내 문구가 화면에 떴다.


무사히 신청이 완료.


상주 작가와의 첫 만남.

그분은 제주에 거주하며 청소년 자녀를 둔 여행 작가였다.

첫 수업에서 작가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진 하나를 고르고, 그 사진의 이야기를 써 보세요. 예쁜 사진일 필요도, 꼭 인물 사진일 필요도 없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가 있으면 돼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이야기예요.”


그날 이후, 수업마다 ‘우리말 사용’ 미션이 주어졌고 나는 오래 전의 한 장면을 꺼내 들었다.


『어느 날, 유치원 하원을 마친 오후였다.

“은율아, 아빠 저녁 준비할 테니까 은율이는 놀고 있어.”

“응.”


은율이는 혼자서도 잘 논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나는 주방에서 무쇠솥밥과 누룽지, 그리고 은율이가 좋아하는 보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은율아, 저녁 먹자.”


그 순간 보인 은율이의 모습은… 꽃잠인지, 나비잠인지.

그저 웃기고,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은율아, 오늘도 너의 하루를 오롯이 최선을 다해 살았구나.’


나는 너를 위해 저녁을 정성껏 준비했지만,

그루잠 말고 꽃잠을 자렴.


내일 아침에는 개운하게 일어나길. 알겠지?』


그 장면은 내 포토에세이의 한 페이지가 되었고 그날의 공기와 온기까지도 책 속에 담겼다.


여섯 번의 수업 동안, 포토에세이에 담을 사진과 글을 작성하고, 마지막 시간에 작가님과 함께 퇴고를 거쳤다. 그리고 마침내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라일락 한 줌, 풀빛 푸른 아이」


도서관은 출간 기념회와 전시까지 준비해 주었다.

기념회 날, 내 자리 위에 놓인 ‘이성진 작가님’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작가라는 단어가 많이 어색했지만,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배려가 고마웠다. 진짜 작가가 된 듯한 기분에 어깨가 절로 펴졌다. 낭독회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함께 수업한 분들과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첫 포토에세이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고, 도서관을 오가는 사람들이 전시된 내 사진과 글을 본다는 사실이 얼굴을 조금 달아오르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다.


소년의 하루와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건 분명 나의 ‘작품’이니까.



+

집에 돌아와 소년에게 포토에세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어, 풀빛 푸른 아이네.”

“누군데?”

“나지. 이은율.”

“아빠가 은율이에게 주는 선물이야.”

소년은 책을 받아 들고,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빠, 고마워.”


++

“학교 가져가서 선생님 포함해서 5명 보여주면 좋겠다.”

“왜? 싫어.”


“자랑 좀 하면 좋겠는데. 그럼 은율이가 갖고 싶어라 하는 터닝메카드 갓 피닉스 사줄게.”라고 했더니 씩 웃으면서 “선생님 1명 포함해서 4명만.”


“(ㅋㅋㅋ) 알겠어.”라고 협상을 마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책가방에 넣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