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 버킷리스트를 적어보세요.
야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전국구 인기 구단인 기아 타이거즈 야구단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면, 아니 야구팬이라면 ‘호령존’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로 생각한다.
기아 타이거즈의 중견수 김호령.
야구장 센터라인 최후방에서 묵묵히 수비를 하는 선수.
웃는 표정보다는 덤덤한 표정으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선수.
어느덧 팀의 베테랑 축에 들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켜 온 선수.
나는 어릴 적부터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했다. 부모님의 고향이 전라도라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취향도 내리사랑인지, 은율이도 기아를 응원한다. 솔직히 나는 경기를 1회부터 9회까지 꼬박 보는 열성팬은 아니고, 하이라이트 장면들로 구성된 짧은 영상을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야구장을 찾아갈 정도의 열정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김호령 선수가 KBO에서 정말 뜨겁다.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올여름보다 더 뜨겁다. 김호령을 보면서 나는 기쁘고, 진심으로 감동하고, 때로는 울컥한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지만 프로 선수가 되고 프로 1군 무대에서 뛴다는 그것은 강자 중에서 강자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 못한 선수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실력을 키우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운도 따라야 하고. 그때를 사로잡아야 한다. 김호령 선수는 그런 때를 잡아야 하는 선수에 가깝다.
그의 수비는 이미 많은 팬이 인정한다. 폭넓은 수비 범위로 안타성 타구를 아웃 카운트로 지워버린다. 기아 팬에게는 절대적인 든든함, 상대 팬에게는 절망을 주는 존재다. 그만큼 수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독보적이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부침이 있어서 지금껏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 많은 팬이 아쉬워했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최근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 김호령 선수에게 기회가 왔고 그 기회에 부응하며 김호령 선수가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수비는 물론 공격도 매섭다. 한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이어 생애 첫 만루 홈런까지 터뜨렸다. 베이스를 밟으며 환하게 웃는 김호령 선수의 얼굴을 보는데, 어찌나 감동되는지 가슴속에서 울컥함이 차올랐다.
“은율아, 김호령 선수가 너무 잘해서 아빠는 기뻐, 기뻐.”
“아빠, 김호령 선수가 안타 쳤어!”
TV 앞에서 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며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김호령 선수의 활약상을 모아 놓은 짧은 영상 중의 문구.
"내가 김호령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김호령 선수는 넓은 수비 범위와 다이빙 캐치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호령하라고 이름을 지어 준 부모님의 바람처럼. 이곳이 호령존이다. 2015년 2차 10라운드 드래프트 꼴찌의 반란 야구는 지명 순이 아니다."
아마도 활약이 꾸준해야 김호령 선수를 TV 야구 중계 화면이나 야구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아들 은율이와 함께 야구장 가기’이다. 야구장에 가서 김호령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응원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껏 야구장 예매를 해본 적은 없지만, 이번에는 꼭 표를 사서, 아들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보고 싶다. 응원석에 앉아 다 함께 응원하는 쑥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그냥 저만치 떨어져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목소리 높여 응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내 버킷리스트에는 은율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많다.
‘은율이와 농구장 가기, 배구장 가기, 축구장 가기, 북한산 둘레길 완주하기.’
그리고 나만의 꿈도 있다.
‘꾸준히 글을 쓰는 것, 꽃송이와 은율이와 함께 독일 여행을 가는 것.’
김호령 선수의 플레이를 보며 느낀 이 감동이, 언젠가 실제 야구장에서 아들과 함께 느낄 설렘으로 이어지기를. 그날이 오면, 노트에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 중 ‘은율이와 함께 야구장 가기’ 옆에 빨간색 볼펜으로 기분 좋게 줄을 쭉 그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