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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Oct 29. 2024

그 겨울도 당신 덕분에 온기를 머금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러닝 원고의 마지막 문장을 쓰며 글 하나를 내려놓고 싶어졌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 대다수는 인생의 마지막에 치매를 겪는다. 노화, 치매와 함께 하는 인생의 마지막 시기는 그 어느 겨울보다 차갑고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휴머니튜드 기법으로 따스하게 다가와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겨울도 온기를 머금고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닝 원고 중에서....


00 은행 시니어들을 위한 이러닝을 준비한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며 대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다. 간호실무 이러닝처럼 정해진 규정이 있는 콘텐츠가 아니어서 조금은 자유롭게 준비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부실하게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꼭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으로 짧은 시간을 채우는 것이 더 어려운 작업이다. 군더더기를 모두 빼고 핵심 내용만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의도 PPT를 읽어가며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 앉아 강의하듯이 풀어가는 방식이다.(이 또한 처음 도전하는 영역이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6강의 주제가 “치매 돌봄자의 성향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이다.

지금까지 치매에 대한 공부를 하고 , 여러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치매는 돌봄 자가 누구냐에 따라 아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치매가 아닌 우리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된다.   

  

치매는 조금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보니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 필요를 어떤 방식으로 채워가냐에 따라질 수 있다.     


내가 으뜸으로 뽑고 있는 성향 중 하나가 존중할 수 있는 태도다.

치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치매를 가진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고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눈을 지그시 바라봐 줄 수 있은 여유가 있어야 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머금을 수 있는 오글거림의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따스함의 온기를 담은 손길도 필요하다.     


이 글을 써 내려가며 나는 어느 누군가의 겨울에 온기를 전해주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또한 내 주변에는 어느 누가 나의 겨울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러닝 촬영을 하루만 남겨 두고 있다. 첫 스튜디오에 발을 내딛던 며칠 전이 떠오른다. 해보지 않은 것을 경험할 때 다가오는 낯섦은 두려움만큼 기대감도 동행한다. 과연 이 과정을 끝날 때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지 꽤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기대감을 채워 준 것은 촬영을 도와주는 스태프 들이었다.


“정해진 시간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늘려주시고, 넘치는 부분은 알아서 잘라주시니 이제 베테랑이 된 듯합니다.”     


“촬영 전에 원고 습득부터 오타, 오류까지 모두 잡아 주시니 제가 할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목소리 억양 톤이 고음과 저음의 큰 파동 없이 일정하면서도 발음이 정확해서 듣기 좋습니다.”    

 

“ 담당자에게 다음에도 꼭 같이 하고 싶은 강사님이라고 전해드려야겠습니다.”     


고된 스케줄의 일정으로 강의하는 나 만큼이나 힘들었을 스태프 들이었지만 매시간, 촬영이 있는 날마다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어 이것저것 장점들을 찾아내는 모습에 감탄을 넘어 감동이 찾아왔다.     


내일은 마지막 촬영인데 그동안 애써준 스태프들에게 작은 선물 하나씩을 전달하려고 한다. 첫 촬영 날은 비타민 세트를 한 박스 들고 들어갔는데 마지막 날은 각자 한 사람씩 전해줄 선물을 준비해야겠다.     


처음이라는 낯섦이 차가운 냉기를 품고 다가왔을 법도 한데 그 겨울은 스태프들의 마음과 원 덕분에  온기를 머금고 지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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