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번아웃 감지법

어린이처럼 설레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하인리히의 법칙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는 말처럼

나는 반복되는 번아웃을 경험하게 되자 이런 생각을 했다.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어떤 시그널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공통적으로 느꼈던 시그널이 있었다.

개인적일 수 있으나 그것을 공유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한다면 혹시나 아직 겪지 않은 사람들 혹은 인터넷에 너무도
간단한 자가진단을 해보고 이론적으로만 접근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나는 번아웃을 경험할 때쯤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그것은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서 과거에 걱정 없이 놀던 때를

반복해서 상상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많은 것들에 설레어하거나 다음날이 기대되어 잠 못 드는 순간들이
많았던 거 같은데 점점 어떤 것에 대한 설레는 감정들이 줄어 결국 메말라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순순하게 즐겼던 행동이 있다.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 보기'

실제로 번아웃이 올 때쯤이면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경제, 자기 계발, 동기부여 등의

SNS 알고리즘 노출을 모두 뚫고서 유튜브에 애니메이션을 짜집기 해놓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었다.

그때는 '그저 생각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만 '멈추면 뒤처진다'는 현실의 압박이 그런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다시 무작정 달리다 보면 어김없이 번아웃의 노크를 맞이하곤 했다.

그다음 번아웃을 겪을 때쯤 하는 행동은 특정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거다.

이때 플레이리스트는 한없이 힘을 북돋아 주기도, 위로해 주기도, 오히려 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의 루틴을 보자면 이렇다.

처음에는 윤도현 밴드의 '흰 수염 고래'를 들으며 첫 소절부터 눈물을 쏟아낸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그리고 평소에 자존심이 강해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때만큼은 감정이

시키는 대로 나를 맡기고 나면 좀 후련해졌다.

다음은 에픽하이 '빈차'를 들으며 현실에 회의감을 느껴본다.

"달라진 게 없네 홀로 남은 놀이터에서 그 높은 턱걸이에 오른 뒤

 여태 까치발 인생 내게 요구되는 건 늪 높게 뻗은 두 손보다 조금 위

 세상의 눈높이 갈수록 에버레스트 정상을 향할수록 산더미만 되는 스트레스"

매번 높은 기대치로 스스로에게 보상조차 주지 못하는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힘들었겠구나 라는 위로를 같이 보낸다.

이렇게 2가지 노래를 무한적으로 반복해서 듣는다.

각자 겪은 상황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 개인의 감정, 성향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번아웃은 결국 내가 느끼는 것이니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나는 번아웃이 올 때쯤 어린이처럼 설레고 싶은 마음으로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행동을 하려고 한다.

2. 그때 나는 음악의 루틴을 이용해 스스로를 위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