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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Per Feb 24. 2023

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Ver.2

쉽게만 살아가면 재밌겠다 빙고.........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돌아왔다.



얼마만이람.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정말정말로... 이전에 잘 다니기로 했던 회사는 결국 대표의 빠른 성과 닦달과 묘한 따돌림, 사수 부재 같은 부분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결국 퇴사하였다. 이후 간단한  자격증이라도 따야할 것 같아 컴퓨터그래픽스운용 기능사 필기시험을 쳤다. 그리고 합격했다. 근데 실기 시험장을 자꾸 놓쳐서…. 흠, 차마 브런치가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바쁘게 산 것 같다.


근 2년만이다!


그렇게 12월 마지막 달에 정말로 내가 원하던 업무를 맡겨줄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합격하고 싶어서 아직도 그 회사의 1층 스타벅스에서 면접 시간에 달달 떨며 자기소개 메모장(...)을 달달 외우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날 면접은 거의 합격이 보장된 것처럼 'ㅇㅇ씨는 여러 회사에 면접 봤을 테고 제가 봤을 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지만 이쪽 회사로 생각해달라'는 말과 함께 회사 소개로 끝났고, 생각한 연봉보다 몇 백을 더 올려서 불러주었다.


최고야... 이 향기...


면접 이후 거의 이틀에서 사흘 후에 합격 문자가 날아왔다. 첫 출근했던 날 한 퍼블리셔 분이 답답하지 않느냐며 옥상으로 데려가주었다. 거기서 한 10~15분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기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개발자 한 분이 불러서 같이 이렇게 올라와줬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선한 영향력을 받는 분고 또 행하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해외에서 디자인을 하다가 개발자로 넘어오신 분도 계셨고 나와 함께 입사한 다른 경력 개발자(원래 잠수정 레이더쪽 개발을 하던 외국인 분이셨다….) 분도 있으셨다. 이런 신기한 곳에서 일하게 될 미래가 아주 희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이 회사는 앱, 모바일 개발을 주로 하는 곳이었는데 이사님이 한동안 바쁘시더니 결국 그간 투자하던 모회사한테서 그만 사업을 접으라는 이야길 들은 듯했다. 심지어 내가 입사한지 2주만에…! 과연 이사님이 이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을까? 싶었지만 신입에 불과한 내가 뭘 알겠어…. 모든 직원을 회의실에 부르고 나한테 특히 미안하다며 힘겹게 말 꺼내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야, 뭐… 눈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니 취업이 어렵진 않을 것 같아 별 생각은 안 들었다. 다만 이렇게 적절한 연봉, 원하던 업무, 잘 맞는 동료, 출퇴근 1시간 정도의 직장을… 다시 찾기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을 뿐. 너무 아쉬웠고 또 아쉬웠다.


너무 아쉬워서 이날 치킨 먹었다.


그렇게 이 회사는 공중에 떠버렸고 이사님은 근 한달의 유예가 있으니 면접 다니고 이직 준비하라며… 마지막 날이 다가올수록 사무실에서 모습을 비우셨다. 소곤거리는 얘기론 혼자 카페에 계셨다고…. 회의실에서 어렵사리 이야기하실 때, 다음 달 월급은 줄 수 있으니 각자 이직 준비하라고 하시기에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작업했다. 1월 중순쯤이었을까. 나는 마지막 출근 날짜를 듣는 것을 끝으로 다시 면접에 매달려야 했다.


이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유는 아주 단순했다. 전 회사가 개발 쪽이었고 마침 디자이너인 나, 프론트, 백엔드, 풀스택 개발자도 있었다. 내가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기획하고 디자인한 앱을 화면에 띄워놨는데, 개발자 분들이 지나가며 보고 한 번 포폴용으로 개발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갓 신입의 디자인과 기획으로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나름 높게 봐준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오프로 만나면서 디자인 컨펌하고 기획하던 모습


그렇게 남은 사람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물론 회사가 사라진 직후 약 한 달하고 반 동안은 줌으로 만나고, 저녁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도 하면서 잘 지냈다. 그런데 리더 역할을 하던 분이 해외로 가면서 팀 자체가 와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와중에 나는 취업 준비를 하며 내 역할(디자인, 기획)을 다 마무리한 직후쯤에 이직했다. 그런 나와 달리 아직 이직 준비 중이신 개발자 분들이 오전/오후로 만나서 작업하는 모양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카톡방이 뚝 끊겼다. 어느 순간 개발자 전원이 잠수를 탄 것이다.


남은 건 내 위장 속 기름밖에 없는 듯...


이런 식으로 나만 개고생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2년도 3월 중순.

한 회사의 면접을 봤고, 지금은 이 회사에서 곧 1년차가 되어간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인 에이전시다.


사실 내가 원한 업무는 아니었다. 내가 원했던 건 UI/UX 업무였고 이쪽은 상세페이지 업무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선 이 또한 UX, 마케팅적인 부분이 가미된 복합적인 디자인 분야라고 한다. 실제로 채용한 사람들 또한 UI/UX적인 부분이 도드라지거나 그쪽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들이다. (점심 시간에 슬쩍 들었다.) 난 하고 싶었던 분야가 확실하게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입사날이 화이트데이라 초콜릿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더 이상 취업을 미룰 수 없는 집안 상황 때문이었고 하나는 주 클라이언트가 대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업에 문외한인 나도 들어본 대형 기획사와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프로세스를 겪어보고 싶었다. 사실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일이란 건 없지 않나. 나는 이 업무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연봉도 딱 신입 정도 선에서 적절하게 주고,(이전 회사의 연봉이 그립긴 해….) 에이전시면서 야근 수당을 준다는 걸 장점으로 여겼다.


실제로 신입 2개월 차, 새벽 3시쯤 집에 도착한 일도 있었다. 이 달에 야근 수당으로 4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바쁜 시즌엔 아주 바쁘지만 한가한 시즌엔 아주 한가하고, 무엇보다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연차가 자유롭다. 일이 없을 땐 눈치가 좀 보이긴 하지만 뭘 하든 터치하지 않는다. 오늘도 클라이언트 컨펌 일정이 늦어져 다나와 쇼핑을 뒤지고 왔다. 도어 투 도어로 정확하게 1시간 통근. 마지막 주 하루는 점심 3시간. 적당히 인간미 있고 나쁘지 않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며칠 뒤면 꽉 찬 1년차가 되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점심 3시간 날 부촌 육회 가고 카페 가고 상가도 둘러보고... 미슐린 처음 가봄.


추석과 설날 선물을 스팸, 오일이 아니라 nn만원 상품권으로 받았을 때의 쾌감이란...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들어갔던 이 회사에서 퍽 많은 걸 배웠다. 이전에는 이 정도 티는 대충 밀면 되겠지, 이 정도는 잘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스마트 오브젝트로 줄였을 때 오돌토돌해지는 경계면, 희미한 계단 현상까지 다 잡아내시는 팀장님 덕분에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는 프로 마인드를 장착하게 되었다. 혼났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이라 저작권에 민감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소스는 저작권 확실한 스톡뿐이다. 제품 샷의 앵글을 적용시킬 수 있는 스톡을 찾고 제품이 합성될 공간이 필요하니 장을 밀어서 수정하거나 눈에 거슬리는 조명, 계단을 없애거나 새로운 벽과 바닥을 만들거나... 소위 '실사처럼 보이는 합성'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작업까지 하게 되면서 상당히 눈이 높아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고통스러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이나 문서로 오가는 체계적인 부분... 파트너사이다보니 요구 받는 엑셀 문서가 있는데, 내 비루한 엑셀 실력이 개미 눈꼽 만큼 올라간 것 같다. 엄마, 나 테두리 그리는 법 배웠서...


덜어낼 건 덜어내고 더할 건 더하는 디자인, 깔끔한 디자인이란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분들도 스터디를 진행하는 모양이다. 준비물은 노트북 한 개. 함께 시간을 내어 각자 하고 싶은 공부나 프로젝트를 하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현재 서너 명쯤 하고 계시는 것 같다. 물론 참여는 자유다.


한 달? 두 달? 쯤에 받은 자기문답 카드. 직접 만드셨다고 한다.


또 사람들이 다 좋은 분들이다. 회사에 부엌이 있는데 한 번은 여럿이서 파스타를 해 먹은 적도 있었다. 회사에서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그만큼 눈치 보지 않는 회사라는 걸까. 하나 문제점은 초반에 입사 동기들과 똑 떨어진 채로 혼자 다른 층에서 지내다보니 살짝 붕 뜬 느낌도 있었지만, 지금은 관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기존 분들과 친해지기엔 나이 차가 좀 있어서 어렵다. 이리저리 고민하고 어울리기 위해 답지 않게 말 붙이려 하다가 도리어 스트레스만 쌓여서... 요즘은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거리를 좀 두고 있긴 하다. 만약 서먹해서 메세지 하나 못 보낸다면 문제겠지만 사적인 대화 없어도 업무적인 대화는 스스럼 없이 나눌 수 있는 관계라면 문제 없지 않나?! 라는 마인드로 요즘 살고 있다.


다같이 만들어 먹은 파스타!


그리고 삼촌의 결혼식도 다녀왔다. 남의 연애사까진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지금도 제법 알콩달콩 지내고 계시는 듯하다. 외할머니께서 이제 여한이 없다고 하셨다. 나와 내 친구들은 결혼에 회의적인 편이라 27살인 지금... 내 돈으로 낸 축의금은 아직 이날밖에 없다.


곱다 고와.


하도 취준과 퇴사를 반복하다보니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달지.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의 반절을 1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지금은 천만 원이 좀 넘는다. 평소 놀러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워낙 맞는 치수 찾기가 힘드니 옷도 거의 안 사고...(곧 다이어트 글도  올라올 예정.) 토스 뱅크에 가만히 둬도 이자가 한 달에 만 원 이상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 사실, 올해 27살인데 너무 적게 모았나 하는 강박이 있어서 그런지 계속 모으게 된다. 이건 올해 있을 적금형 청년 계좌의 1년 여유분으로 쓸 생각이다.


돈이 생기니 슬슬 날 위한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고 싶어서 액정 타블렛도 사고, 성능 좋은 노트북도 하나 장만했다. 이번 설날엔 건조기+세탁기를 부모님께 선물해드리기도 했다. 할부가 너무 징그러워서 3개월로 긁었는데 엄청 쪼들린다.


그리고 지금은 데스크탑 필요해서 둘 다 중고 앱에 내놨음... 흑흑.


곧 면허도 딸 생각이다. 밤에 택시비 지원 받아서 타고 가는데 30분 걸리고 충격 받았다. 천 만원 정도 모았으니 학원비 정도는 낼 수 있으려니. 엄마가 중증 장애인이 된 이후에 가족끼리 나가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동네 정도. 차가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빠는 집안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자 차부터 파셨다. 장애인 택시는 직접 운전하는 만큼 자유롭지 않았기에, 생활 반경이 축소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물론 내 연봉 수준에서 더 빠져나갈 자동차 보험, 차량 유지비 등을 생각하면 지금은 저축하는 게 옳다는 것도 안다.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다.


결국 돈의 부족을 느꼈다. 월급으로 나 하나는 적당히 살겠지만, 집안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만 같았다. 조금이라도 부수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의 흐름으로 지금은 부업을 준비 중이다.


열심히 일하자...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스마트 스토어부터 할 생각인데 (망하면 망하는 거고~!) 어차피 소자본이므로 잘되든 망하든 시작해보자며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시작하기로 했다. 흥미롭게도 아쉽게 생각했던 상세페이지 업무가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세상 일 어떻게 될 지 모른다니까.


이렇게 22년도부터 23년 2월 말까지 있었던 일의 총집합이다.


어떤 사람에겐 입사/퇴사만 반복하는 철없는 MZ로 보일 지도 모른다. (그놈의 MZ...) 

하지만 나는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건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 아닌가? 적어도 지금의 나는 면접을 자주 봐서 긴장한 와중에도 쎄함을 느끼는 쎄레이더가 좀 장착이 된 것 같다. 또한 내가 감안해도 될 요소와 안 될 요소를 따졌을 때, 빨리 그만두고 취준 시간 확보하는 게 이로운 회사와 아닌 회사를 분간하는 기준도 나름대로 생긴 듯하다. 위치상 갑이라고 회사 쪽만 계산 빠릿한 게 아니란 말이지... 


예를 들어 난 업무는 좀 안 맞거나 버거워도 사람이 괜찮으면 어느 정도는 버티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이 맞지 않으면 한 달도 다니기 힘들다. 결국 내가 바라던 업무였어도 일주일 된 신입한테 부담 주고 성과 닦달하는 대표와 은근히 따돌리는 팀에서 튕겨나온 적 있으니까. 하... 무조건 밥 같이 먹어야 하는 회사인데 자기들끼리 자리 다 차지해서 신입을 대표 옆에만... 일주일 내내 앉히는 건 무슨 일이람. 헉, 또 하소연 나온다.


아무튼... 무엇보다 어느 정도 내가 바라는 걸 희생해도 괜찮은 회사였으면 붙어있었겠지. 여기처럼...


생각보다 열심히 살았네.

적어도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끝나는 24년도 하반기까진 열심히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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