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우리 아이만 손해 보면 안 되지
“우리 아이만 손해 보면 안 되지.”
그 말에는 비난할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다.
다만 그 사랑이 향하는 방향에 따라
아이의 세계는 넓어지기도,
아주 좁아지기도 한다.
우리 아이만 손해 보면 안 되지.
이 말에는 비난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다.
뒤처지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
상처받지 않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은
이기적이기보다 절실하고,
차갑기보다 뜨겁다.
문제는 그 마음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밀어내기 시작하는 순간,
아이를 보호하려던 그 마음은
아이를 더 좁은 세계 안에 가두게 된다.
학교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우리 아이만은 손해 보면 안 되잖아요.”
그 말속에는
공정에 대한 요구도 있고,
불신에 대한 방어도 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도 있다.
하지만 그 문장이
대화의 출발점이 되는 순간,
학교는 공동체가 아니라
경쟁의 장이 된다.
누군가의 아이가 얻는 것은
곧 내 아이의 손해가 되고,
서로의 하루는
계속해서 비교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결국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를 세웠는데,
그 울타리 안에서
불안은 더 커지고
두려움은 더 깊어진다.
나만 손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규칙은 힘을 잃고,
신뢰는 사라지고,
그 피해는
가장 약한 아이에게 먼저 닿는다.
진짜 보호는
내 아이만을 따로 떼어
지켜주는 일이 아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계가
조금 더 안전하도록
그 세계 자체를 지키는 일이다.
내 아이의 하루를 지키는 가장 강한 방법은
옆에 있는 아이의 내일도
함께 지키는 것이다.
작은 episode
한 아버지가 화가 나서 학교에 달려왔다.
출장에서 돌아온 날,
막내딸이 울면서 말했다고 했다.
“아빠, 나 학교에서 맞았어.”
그 말 한마디에
아버지는 가방도 제대로 내려놓지 못한 채
학교로 향했다.
아이의 이야기는 이랬다.
쉬는 시간,
남자아이와 말다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팔을 한 번 맞았다는 것.
선생님이 모두 보고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설명했다.
“그때 상황은 제가 바로 알지 못했습니다.
내일 등교하면 아이들 이야기를 다시 듣고,
사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사과가 문제가 아닙니다.”
말은 단호했고,
표정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그 아이랑 친하게 지내길 바라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 옆에
절대 오지 못하게 해 주세요.”
그 순간,
이 대화가
사건을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기 위한 ‘울타리’를 세우는 자리라는 걸 느꼈다.
아버지의 말속에는
분노보다 더 큰 감정이 숨어 있었다.
다시 다치게 할 수는 없다는 마음,
또 그런 일을
다시는 겪게 두지 않겠다는 결심.
“우리 아이만은
손해 보게 할 수 없다”는
아주 절실한 보호의 언어였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알고 있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밀어내기 시작하는 순간,
그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는 것을.
아이 옆에 선을 긋는 일은
지금은 안전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아이 혼자
그 울타리 안에 남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나는
아버지의 요구를
곧바로 옳다거나 틀리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이 질문을 마음속에 오래 남겼다.
아이를 지키는 가장 강한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옆에 있는 아이를 밀어내는 일일까,
아니면
함께 안전해지는 방법을 찾는 일일까.
실천 미션 10. ‘내 아이’에서 ‘우리의 하루’로 시선 넓히기
[목표] 보호의 언어를 경쟁이 아닌 공동체의 언어로 바꾸기
▪ “우리 아이만”이라는 말 앞에서 한 번 멈추기
→ 이 말은 아이를 지키는가, 아니면 나의 불안을 말하고 있는가?
▪ 비교의 질문 대신 환경의 질문 던지기
“왜 저 아이는 되고 우리 아이는 안 되나요?” → “이 환경에서 아이들이 덜 힘들 방법은 뭘까요?”
▪ 아이에게도 공동체의 언어 건네기
“너만 잘하면 돼” 대신 “너랑 같이 지내는 친구들도 소중해.”
내 아이만 지키려는 마음은 본능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는 부모의 선택이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덜 손해 보고 조금 더 안전해지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내 아이의 울타리를 세상만큼 넓히는 것.
그곳에서 아이도, 우리도 함께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