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직무 관점에서 바라본 <캐치 2021 합격스펙족보 인문계 특집>
11월 8일, 취업플랫폼 캐치에서 <2021 합격스펙족보>라는 이름으로 강연이 진행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대졸 신입 공채 최종 합격자 615명의 캐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채용 트렌드와 취업준비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이었다.
신청하기 전, 캐치라는 플랫폼 특성상 내용이 대기업 및 중견기업 합격자에 포커싱 되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스타트업 인사에 참고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전반적인 채용 트렌드도 볼 겸 팀에 양해를 구하고 한 번 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너무 바빠서 못 보고 자료만 받아봤다.
캐치가 배포한 자료에는 인문계 취업 직무를 마케팅/전략, 무역/해외영업, 영업, 금융, 인사총무/재무회계, 유통관리로 분류하여 스펙이 정리되어 있었다. 분류 자체가 인사총무/재무회계로 묶여 있어서 오로지 인사 관점이라고만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인사 직무 취업을 이해하는 데에 인사이트가 될 것 같아서 한 번 정리해 보면서 나름대로 내 생각까지 적어보기로 했다.
여섯 개 직무 중 가장 높은 평균 학점과 자격증 개수
인사총무/재무회계 합격자들의 정량적인 스펙 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타 직무 대비 높은 학점과 많은 자격증 수다. 특히 학점의 경우, 나머지 다섯 개 직무 중 가장 높은 평균 학점이 3.89점(마케팅/전략), 다섯 개 모두의 평균 학점이 3.78점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나 높은 학점이다. 자격증 역시 컴퓨터활용능력, 재경관리사를 비롯한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이 많은 건 아무래도 인사총무/재무회계 쪽은 공기업이나 전문직하고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인사총무 직무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직무 특성상 공기업의 일부 직무하고도 핏이 맞을 때도 있어서 사기업과 공기업을 동시에 준비하는 전략을 쓰기도 하는데, 이때 자격증이 공기업 지원 시 가산점이 되기 때문에 컴퓨터활용능력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회계사나 노무사 같은 전문직 준비를 하다가 출구전략으로 취업 준비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전문직 시험 자체가 워낙 고난도이다 보니 1차 합격으로 인사담당자들에게 직무 관련 지식이나 역량을 어필하기도 하고 시험 준비를 하며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비교적 저난도의 자격증을 취득해두기도 한다. 이런 여러 상황들 때문에 인사총무/재무회계 합격자들의 자격증 수가 많은 것이 아닌가 싶다.
높은 학점은 극도로 적은 T/O와 복수전공을 위한 준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식적으로 T/O를 밝히는 기업은 거의 없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인사총무/재무회계 직무는 다른 직무들에 비해 뽑는 인원이 매우 적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대표적인 정량 지표인 학점이 높은 지원자가 합격으로 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사총무/재무회계 직무를 위해서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기도 하는데, 두 학과 모두 대표적인 인기학과다 보니 승인을 받기 위한 학점 컷이 높은 편이고, 이 때문에 합격자들의 평균 학점 역시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중고 신입 비율 20%, 중고 신입 평균 경력 1.5년
캐치 보고서에 따르면, 인사총무/재무회계 직무 합격자들 중 중고 신입의 비율은 20%에 달하고, 그 중고 신입들의 평균 경력은 1.5년이나 된다. 가뜩이나 T/O도 적은데 중고 신입들하고까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인사총무/재무회계 직무는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직무들이 그렇지만 인사총무/재무회계 직무는 특히 그렇다. 인사 직무만 봐도, 경영 학도라면 전공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론은 배울 수 있겠지만, 산업 군의 특성이나 기업의 특성, 인사팀 내부에서 공유하는 인사 철학이나 관련 프로세스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이론을 적용하긴 어렵다. 이런 점에서 비슷한 산업군이나 인사 철학을 공유하는 중고 신입들을 보다 선호하게 되고, 이것이 중고 신입의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질 나쁜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이직을 희망하는 인사총무/재무회계 현직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질이 안 좋은 중소기업, 소위 말하는 주먹구구식 운영을 하는 곳은 취업 자체는 비교적 쉬울지 몰라도, 입사하고 나서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운영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한다 해도 사실상 경력을 인정받기에 어려운 상황에서 현직자는 자연스럽게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중고 신입으로 재도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금융 직무와 나란히 가장 도움 된 활동으로 "현직자 인터뷰" 선택
많은 인사총무/재무회계 합격자들이 현직자 인터뷰를 가장 취업에 도움이 된 활동이라고 답한 것도 앞서 이야기한 모든 상황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단 학부생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인사 직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기가 쉽지 않다. 마케팅 직무나 기획 직무들처럼 관련된 대외활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동아리에서 신입 부원을 뽑는 일(HRM과 연관)을 하거나 신입부원들을 교육하는 일(HRD와 연관) 정도가 인사 직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인턴이 된다고 해도, 인사 쪽에서는 워낙 기밀성 자료들(confidential)이 많다 보니 실무적으로 많은 일을 하기에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건설 현장에 찾아가서 공무행정팀 아르바이트를 해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리고 앞 쪽에서 언급했듯이 산업군, 조직 내 공유하는 인사 철학, 여러 프로세스들이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목표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현직자 인터뷰는 특히 더 필요하다. 인사팀에서 하고 있는 업무의 커버리지가 어느 정도인지, 그 안에서 직무가 어떻게 세분화되어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지원 기업과 직무에 더 타게팅 된 서류 작성과 면접 답변이 가능해질 것이다.
배포한 자료 맨 앞장에 강조된 것처럼, 이 자료의 데이터들은 어디까지나 자진해서 정보를 입력한 합격자들의 평균 스펙일 뿐 절대적인 취업의 기준이 아니다. 실제로 강연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기에 내가 적어놓은 생각들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결과론적인 분석에 가깝다.
다만, 이런 데이터를 통해 인사 직무 합격자의 평균 스펙을 확인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인사 직무 취업에 관한 내용들을 다시 상기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