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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나라 Aug 10. 2023

4.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새벽에 눈을 떴다.

외로움 극복기 2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극도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스무 살에 맞이하는 첫 자취, 자취가 잘 맞아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사람도 여럿인데 나는 왜 이렇게 괴로울까? 먼저 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나름 독립적으로 잘 살아왔다 생각했다. 학창 시절 나는 친구가 없을 때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언제든 잘 살아왔고, 내 몫은 반드시 스스로 잘 해낼 만큼 독립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타지에 혼자 떨어지니 겁이 났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겁나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루하루 삶에 이끌려 다니는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내 삶을 휘어잡기로 결심했다.



아침 6시에 보는 동트는 아침 풍경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씩씩하게 살아가기 위해 뭘 해야 할까? 깊게 고민해 봐도 번뜩이는 답은 쉬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한 건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기였다. 대게 아침 7시 20분~30분 사이에 일어나 허둥지둥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아침 식사는 공식적으로 9시까지 할 수 있었지만 식당 마감을 하는 건 지난 편에 썼듯 고약한 아줌마의 몫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 8시가 넘어가면 슬슬 마감할 준비를 하기 때문에 꽤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하지만, 늘 잠에 취해 비몽사몽 일어나 겨우 식당에 가서 졸린 눈을 뜬 채로 밥을 먹고 아침 수업 전까지 잠드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다 보니 매번 잠에 이끌려 다니고 학교 과제 외에는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 기적의 아침 이런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큼 유명하다. 세상의 성공한 사람들과 어마어마한 부자들의 공통점은 일찍 기상하고, 그 아침시간 동안 자기 계발을 위해 힘쓰는 것이었다. 동기부여가 가득한 그들의 성공적인 미라클 모닝 사례와는 달리 내가 직접 한 미라클 모닝은 최악이었다. 나는 무작정 아침 6시에 일어나 고요한 아침을 느끼며 명상을 하고, 30분 동안 책을 읽고 그 후엔 아침 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아침 산책을 했다. 아침에는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이라고 하지만 집중이 잘 되기는커녕 나는 다시금 졸렸다. 명상을 하며 졸기도 하고, 책을 읽다 한 페이지만 붙들고 계속 멈춰있기도 했다. 나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끊임없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지속했다. 일찍 일어나는 것 그 자체에 의의를 뒀고 내게는 이른 시간이라 느껴지는 아침시간부터 하루를 여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의 동기부여를 얻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혼자라고 느껴지는 시간에도 많은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외롭다고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이외에도 나의 노력은 계속됐다.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는 당시 집안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아 계속 무기력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코로나로 인해 실내는 힘들고 야외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아파트 앞에 마련되어 있는 공원 운동 기구를 이용해 운동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하는 꽤 정적인 운동이라 따분하고 재미없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그냥 했다. 모든 내 행동에 의미와 이유를 갖기보다 그냥 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 이곳은 나의 작은 아지트가 되었고, 운동뿐만 아니라 큰 소리를 내며 대사 연습(연기 전공)을 할 수 있는 나의 작은 연습실이 되기도 했다. 산에 있는 운동 기구가 아니라 시끄럽게 차들이 쌩쌩 달리고 매캐한 매연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차들이 달리는 소리에 묻혀 내 소음은 한낱 작은 외침에 불과했기에 내가 연습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공간이 되어 주었다.







세 번째로 내가 실행한 외로움 극복 방법은 한강 라이딩이었다. 라이딩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수준의 자전거 실력이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자전거를 안 탄 지 오래되어 자전거에 처음 올랐을 때는 많이 당황했다. 서울에 흔히 보이는 '따릉이'를 빌리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팔 힘이 없어 안장을 조절할 줄 모르니 하나하나 앉아보며 내 길이감에 맞는 자전거를 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탄 자전거는 어릴 적 내가 재미있어하는 안정감 있는 자전거가 아니라 엉덩이만 걸치기에도 아슬아슬 불안한 외줄 같았다.


내가 앞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나를 앞지르는 사람만 수두룩했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다. 내가 자전거를 타는 잠시 동안은 유일하게 자유로운 순간이었으니까.


물론 길을 몰라 너무 멀리 한 번에 갈 수도 없었고 행여나 너무 멀리 가버려 돌아오려 하면 길을 찾지 못할까 덜컥 겁부터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며 맞이한 풍경들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도서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네 번째 방법은 시간이 날 때마다 매일 가까운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 가서 홀로 책을 보기도 하고, 노트북을 챙겨가 과제를 하기도 했다. 혼자 집에서 과제를 할 때면 갑갑하고 외로운 마음도 들었지만 탁 트여있는 공간에 가서 다른 사람들의 공부하는 소리도 들으며 하니 덜 외로웠다. '아 나처럼 주말에 공부하고 과제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싶은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읽으며 공부했던 희곡집들

"사람들은 흔히 나이를 먹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포기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며 부쩍 공감하게 된 책의 내용이었다.

나는 꽤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인생에 위기가 찾아올 때 책을 많이 꺼내든다.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지혜가 좋았고, 책을 읽으며 남몰래 얻는 위안이 좋았으니까.  








마지막 방법은 사진 찍기였다. 대학교 입학 선물로 구매했던 여태 갖고 싶었던 캐논 카메라로 여기저기를 다니며 무작정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따로 공부할 시간도 의지도 딱히 없었던 터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줌인과 줌아웃 그리고 셔터 누르기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셔터를 누르기만 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고 메모리 카드를 열어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카메라에 담겨 있었다.


철저히 혼자였던 그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시간과 필요 없는 감정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가다 어떤 상황을 마주했고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에 내가, 그리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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