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이 진짜였다니! 그렇다면 파병을 어떻게 봐야?
(이 글은 4월 27일 어제 제가 페이스북에 쓴 논평입니다.)
어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나는 우크라이나 전선의 북한군 파병에 대해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관계에 있어 오판한 것이 어제 드러났다. 뭐 오판은 오판이니 지금까지 북한군이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어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인정을 알게된 것은 러시아 친구가 보낸 메신저 덕분이었다. 그 메시지를 받은 순간 많이 놀랐다.
어제 내가 오판한 것에 대해 인정했고, 북한군 파병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음도 인정했다. 뭐 사실 북한군 파병 관련 떡밥은 작년 10월부터 나왔고, 초기에 나왔을 당시 나 또한 이 부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10월 중순 파병 얘기가 국내 뉴스에 한도끝도 없이 뜨면서, 나는 종합적으로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에 북한군 파병 소식을 가짜로 생각했다.
사실 우크라이나 측에서 밝힌 주장들을 보면 가짜뉴스들이 난무했다. '군복 치수 러시아씩 크기'와 같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가짜뉴스들이 넘쳤다. 심지어 북한군 포로 신분증에 배우 이정재 사진이 떡하니 등장하기도 했고, 조작인 것들이 판을 쳤다. 다만 그 시기에도 만약 파병을 하면 공병부대 정도는 들어갔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부터 엊그제까지 북한군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북한군 파병 증거가 가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 당국 그것도 연방군 총참모장인 게라시모프가 참전사실을 인정했기에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참전 사실이 공식 인정되면서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자칭 페북의 인사들이 열심히 러시아편 드는 사람들을 까고 조롱하는 것이 보인다. 정작 자신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판과 실수를 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이들의 모습은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언제고 규모는 어느정도며 과연 정당성이 전혀 없는 것일까? 일단 파병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긴 힘들다. 이건 러시아나 북한 스스로가 밝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추정컨데, 북한이 참전한 것은 조러조약 발효 이후인 12월 4일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새로 체결된 조·러 조약은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51조와 양국의 (국내)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상호 군사 지원 조항(4조)를 담고 있다. 그리고 10월 당시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파병을 주장했을 때, 러시아 당국이 "부차 학살 증거나 가지고 오라"고 한 것은 적어도 그 당시 파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보자면, 러시아의 쿠르스크 영토는 우크라이나 군대에 의해 침범당했기에 조약에 따른 파병 명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규모는 어느정도일까? 일단 우크라이나에서 주장하는 12,000명은 거짓이라고 본다. 이건 러시아 언론에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4,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도 말이 안된다. 그 정도면 사단으로서의 전투수행능력을 상실한 수준이며, 보통 전력 30% 손실시 현대 군사교리상 전멸로 간주한다. 그 외에 북한군을 무슨 구일본군과 같은 가미카제류 자폭병으로 주장한 것은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당국의 프로파간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측 프로파간다에는 인종주의적 성격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 점에서 이런 우크라이나측 주장은 문제가 많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다 이긴 전쟁에서 북한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와 더불어 군사안보 강화다. 과거 리영희 교수가 주장한 바와 같이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남한에 비해 밀리는 것으로 판단됐다. 사실 그래서 북한이 핵무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현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사거리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음이 이미 밝혀진지 오래됐다.
그러나 재래식 전력의 경우 여전히 적잖은 열악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지난 2020년 북한의 열병식에서 등장한 병사들이 비교적 현대화된 장비를 갖추고 등장한 것과 미국의 에이브람스 전차를 카피한 것으로 보인 전차가 나온 것은 적잖은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여 자신들의 군사력과 무장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북한에겐 추후 한반도 정세에서 군사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재 북한은 이런 움직임에 다가섰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의 파병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긴 하다. 비록 내가 이 부분을 좀 간과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주로 북한의 파병은 냉전 시기 사회주의권과 제3세계에 주로 이루어졌다. 그런점에서 자본주의 국가 러시아를 위해 북한이 파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북한의 최대파병은 1975년에 일어나 2002년에 끝난 앙골라 내전이고, 여기에 파병한 군대 규모가 1,500~3,000명 선이다. 물론 그 시기 60,000명을 파병한 쿠바나 11,000명을 파병한 소련보다도 작은 규모다.
그래서 나는 북한군 파병 규모가 12,000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직까지 러시아에서 파병 사실을 인정했지, 그 규모가 어느정도고 파병된 부대가 전투부대인지ㆍ공병인지ㆍ의무병인지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상호 방위조약도 좀 간과했다. 무튼 내 실수는 인정한다.
북한군의 파병으로 북한은 이제 말 그대로 다극화 노선에 섰음을 보여줬다. 지난번 북한의 김정은은 북러관계를 강화하며 '다극화'를 언급했다. 이 다극화라는 것에 그만큼 북한이 진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잖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북한을 30년 전 고난의 행군때로 착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질 때가 된 것을 우리는 직접 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의 러우전 파병은 그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