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첫 번째 별 점등식을 축하하며,
아들,
아빠가 너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는 게 아마도 처음 일듯 싶다.
그동안의 무관심과 미안함에 밀린 숙제를 하듯 하는 말들이 아니었음 하는 마음뿐이다.
네가 엄마 아빠의 첫 아이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엄마 아빠 역시도 너무나 미숙하고 어설픈 부모였던 것 같다.
맹세코, 널 바닥에 떨어뜨린 적은 없지만, 네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널 안게 되었을 땐 정말 많이 서툴고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그저 신기하고 신기하고 또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네가 커가면서 더 많은 시간과 사랑을 쏟고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아빠는 늘 자기중심적이고, 너 조차도 가끔은 삶의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던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면 네가 이해해 줄지 모르겠다.
가끔씩 엄마가 이야기하는 너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땐 참 많이 아쉽다.
한 편의 영화처럼 너의 성장기를 다 재생해 내고 싶지만 끊어진 단편처럼 기억될 때는 후회도 된다.
너의 소중함 이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 인 것 같다.
엄마는 널 키우면서 한편으론 많이 힘들어했지만 진심으로 정말 정말 행복 해 했다.
네가 엄마 아빠에게 왔던 그 순간부터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고 너의 표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너와 동화되어 갔다.
엄마는 지금도 너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고, 힘들었던 만큼 너와의 소중이 추억이 더 많을 테니 그런 너의 엄마가 부럽기도 하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넌 어느덧 커서 대학 입시를 앞둔 나이가 되었고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으니 시간이 왜 이리 빠르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넌 지금, 네가 겪었던 일들 중 가장 가슴 떨리는 일을 앞두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의 부담감은 조금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시험을 치루라는 상투적인 위로가 아니라, 아빠는 네가 혹시 100%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너의 최선을 믿고 또 믿는다.
한시도 쉬지 않고 공부만 했을 리 없고 딴짓도 하고 때론 실망하고 좌절도 했을 법 하지만, 네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리라 그 노력에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코로나에 마지막 3년의 시간이 참으로 힘들고 아쉽게 되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너의 유년 시절을 멋지게 잘 마무리 해준 네가 참 고맙다.
그리고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 할머니, 할아버지, 너의 동생과 많은 친척들과 친구들, 너의 존재 가치를 먼저 이해하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네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모두가 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평생을 함께 할 사람들이라는 걸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빠 역시 너의 새로운 시작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너만의 별 하나에 이제 막 점등식을 마치고 앞으로 그려갈 너의 더 많은 별들이 찬란한 밤하늘에 수놓아 지기를 응원한다.
때로는 인생이 달리기 시합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아빠는 네가 남들보다 빨리 앞서 나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가끔은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쉬었다 가기도 하고 뛰지 못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가 마음껏 세상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너에게 펼쳐질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음껏 향유하고 가슴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일 수능을 앞두고 이 편지를 네가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빠의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걸로 되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엄마 아빠에게 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너와 함께 할 모든 순간까지,
고맙고 또 사랑한다.
추신:
아들, 이제 고3도 끝났으니 그동안 쓰던 엄카는 꼭 반납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