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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Kim Apr 21. 2022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장봉도로 향하는 길

JOURNEY DAYS : 인천 옹진군 장봉도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다 보면 늘어가는 것들이 많다. 사라져가는 것들, 사라져가는 추억들이 점점 많아진다. 처음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컸다. '왜 자꾸 없어질까?', '이렇게 우리 추억 하나가 또 사라져가는 구나' 라는 생각에 지배 당했다. 


최근에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너무 미련 두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앞으로 살다보면 사라져버리는 것들이 더 많아질텐데 그때마다 아쉬움과 슬픔으로 사라져버린 것들을 기억하기 보다, 비록 우리 눈에는 사라져 버린 것들이지만 사라졌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 보다, 사라지기 이전 운이 좋게 경험할 수 있었던 기쁨, 행운으로 그것들을 추억하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인천에는 섬이 많다. 섬 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배를 타고 바다를 유유히 가르며 달리는 맛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최근에는 육지와 섬, 그리고 섬과 섬 사이에 다리가 많이 놓여지고 있다. 덕분에 세상이 많이 편리해지는 듯 싶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 낭만과 즐거움은 점점 사라져간다. 


아마 인천의 장봉도 역시 언젠가 배를 타고 여행하는 즐거움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언젠가 장봉도를 배가 아닌 자동차로 건너갈 수 있게 되면 그땐 또 어떤 기분이 들까.



#인천 옹진군 장봉도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지번]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리

✔︎ Check Point : 영종도의 '삼목항' 에서 출발하여 신도를 거쳐 장봉도로 향하는 30분간의 배를 타고 달리는 여행. 봄이면 벚꽃길로 유명하다.



장봉도는 인어, 트래킹, 벚꽃 등으로 유명하다. 영종도의 '삼목항' 에서 출발 할 수 있는 장봉도는 바로 옆에 인접한 '삼형제섬' 와는 달리 긴 하나의 섬으로 되어 있다. 삼형제섬인 '신도, 시도, 모도' 를 합친 전체 면적 보다는 작겠디만 쭉 일렬로 세웠을때 길이는 장봉도도 삼형제섬 못지 않게 길 것 같다.


장봉도를 가기 위해서는 일단 삼목항에서 장봉도로 간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차량으로 이동 시 노란색 종이를 나눠준다. 노란색 표시를 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을 분류해서 배에 주차를 시켜야 한다. 왜냐면 장봉도는 신도를 거쳐서 가야 하므로 신도에서 내리는 차량들과 뒤섞이면 일대 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에 간단하게 체크를 하는 것이다.


삼목항에서 신도 까지는 약 10분, 그리고 신도에서 다시 장봉도로 이동하는데 대략 15~20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지만 이러한 시간도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에 즐길 필요가 있다.



배에서는 새우깡을 판매 하고 있다. 셀프로 새우깡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제법 비싼 편이다.(삼목항에서는 1500원) 하지만 배에서 갈메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거나 물어가게 하는 것 역시 지금 이순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재미이기 때문에 새우깡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2000원을 투자하는데 너무 두려워 하지 말자.


갈메기들과 함께 하는 배여행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또한 이제 사라져가게 될 것들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다리가 놓여지고 배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면 이제 배를 운항하는 업체들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부터, 여기 이 갈메기들은 이제 짭짤한 새우깡 맛을 못보게 될텐데.. 라는 괜한 걱정까지 하곤 한다.



서해 하면 대부분 갯벌을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서해에도 그리고 섬여행을 즐기다 보면 제법 아름답고 멋진 해변을 자주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맑고 푸른 물을 구경하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푸르게 보여지는 바다가 아름다워 보인다. 


동해 바다는 정말 말고 푸르면서 바다를 바라보면 시야에 걸리는 요소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서해는 바다 저 멀리 섬이나 인근에 산들도 많아 바다를 보면서 다양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묘미다.




거기다 장봉도는 다른 서해의 많은 섬들과 마찬가지로 트래킹, 백패킹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고의 여행지이기도 한데, 최근에는 쓰레기들이 항상 골치인것 같다. 자연을 즐기고 누리기 위해 여행을 왔다면 보고, 느낀 그대로 다음 사람들과 다음 세대를 위해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들은 꼭 누구나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특히 봄철에는 긴 구간 벚꽃이 만개하는데, 타 지역보다 비교적 늦게 피고 늦게 지기 때문에 벚꽃놀이를 미처 즐기지 못했다면 막차를 타러 오기 딱 좋은 곳이다. 하지만 아마 이제 곧 장봉도의 올 시즌 벚꽃놀이도 마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장봉도는 서울에서도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 섬 중 하나이다. 앞으로 앞서 이야기 했던 삼형제섬 중 '모도' 에서 부터 장봉도 까지 다리가 놓여지게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로인해 편해지는 주민들도 분명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제 장봉도까지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다시는 즐길 수 없는, 사라지는 것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아직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금 그대로를 맘껏 즐겨보자.




05. Epilogue


'짙은' 이라는 좋아하는 가수의 곡 중 '사라져가는 것들' 라는 곡이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쩔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이별, 사라져가는 추억의 장소들, 사라져가는 문화나 패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짙은의 노래 속에는 정말 우리가 평소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라져가는 것들이 새삼스럽게 많이 담겨 있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비록 사라지게 될 지라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살아 숨쉴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할 수 만 있다면 사라져버린 것들이 '사라진 것' 조차도 추억의 깊이를 더해주는 일이 될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내게 무서운 것이 하나 있다면, '잊혀지는 것' 이다. 비록 눈에서 사라지고 멀어지게 되더라도 내가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지만, 내가 그것들을 잊는 순간에는 사라져버린 것들은 그제서야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평소에 글을 쓰고, 기록하고, 사진에 이것 저것 많이 담는지도 모른다. 비록 세상에서 사라진 그 모든것들이 눈에서는 사라졌을 지언정 내 마음에서 떠나가고 잊혀지게 하지 않기 위하여...


사람은 그저 밥만 먹고 사는게 아닌것 같다. 상투적인 표현 이지만 사람은 추억과 기억을 먹고 사는게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사라지게 될 많은 것들을 즐기고, 맛보고, 경험 하면서 사는게 인생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새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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