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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피알 Feb 09. 2022

이번 주말 카페 투어 대신 마트 투어 어때요?

훔쳐라! 한 번도 없던 아이디어인 것처럼!

밸런스 게임 한번 해볼까요? '강남 교보문고에서 책 보면서 1시간 VS 잠실 제타플렉스에서 장 보면서 1시간'

아이디어를 더 많이 훔치기에 어디가 좋다고 생각하세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정말 아이디어의 보고입니다. 예전에 모 브랜드 대표님 언론 인터뷰에 배석한 적이 있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마트에 가서 자사 혹은 경쟁사 제품 매대 앞에 몇 시간씩 서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소비자 조사 보고서 올라오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말씀을 곁들이시면서. 꼭 그 때문은 아니지만 저도 마트에는 자주 가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시작하다 말았지만 ‘마트귀신’(마트의 다양한 정보를 귀신처럼 알려준다 혹은 마트에 관해 모르는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했던 것도 마트 속에서 찾아낸 흥미로운 트렌드를 나누고 싶어서였습니다. 



 

전문가들이 몇 달을 고민한 아이디어를 한 입에 삼키고 싶다면?

요즘 사람들의 먹고사는 트렌드가 알고 싶다면 새로 오픈한(혹은 리뉴얼한) 대형 마트에 가보는 걸 강추합니다.  유통 전문가들이 짧게는 몇 달을 길게는 1년이 넘도록 머리 싸매고 고민한 후 발로 뛰어 구현해낸 아이디어들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마트가 작년 연말 잠실점을 리뉴얼해서 ‘제타플렉스’를 오픈했죠. 10의 21제곱을 의미하는 제타(ZETTA)와 결합된 공간을 뜻하는 플렉스(PLEX)를 합성한 것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다 있다'는 콘셉트를 담았다고 합니다. 전 처음에 Z세대가 플렉스(Flex) 하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만. 암튼 이곳에 가니 코로나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올해 각각 10곳과 20곳의 매장을 새 단장한다고 하니 일정을 눈여겨보셨다가 신상 마트 투어 가보시기 바랍니다.  

신상 마트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읽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언론 보도는 좋은 예습이 된다

전 새로 오픈한 대형 마트를 가보기 전에 관련 기사를 몇 개 찾아 읽고 갑니다. 맛집에 가기 전에 리뷰와 대표 메뉴 정도는 확인하는 것과 같은 식이죠. 하나가 아닌 2~3개 정도를 읽는 이유는 이들 기사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내용을 보면 핵심 전략을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MI 이기는 한데요, 이럴 때 기사를 하나만 봐야 한다면 어떤 걸 골라야 할까요?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새로운 점포를 오픈했다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기사가 검색될 텐데요. 이럴 땐 흔히 말하는 메이저 언론인 조・중・동 기사는 비추입니다. 기사가 별로라서? 물론 아니죠.  이런 보도자료는 적어도 500개 이상의 언론사에 일괄 배포되는데, 메이저일수록 이런 단신은 짧게 소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매장의 차별화 포인트나 색다른 구성 등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배포된 장문의 보도자료를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소화한 기사를 보는 게 좋다는 의미입니다. 공식 보도자료에는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몇 주에 걸쳐 쓰고 다듬은 전략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그걸 다 읽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크게 보고 잘라보자

사실 대형마트의 매장 구성은 대동소이해서 특이할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신상 마트는 좀 다르죠. 우선은 층별 안내도 같은 것을 보면서 큰 구성을 한번 훑어보고 그다음에 세부적인 매대 구성이나 제품 디스플레이를 살펴보세요. 제타플렉스의 경우 큰 틀을 보면 기본적인 식품이나 생활용품 매장 이외에 1층 면적의 70%나 차지한다는 와인숍 ‘보틀벙커’, 리빙전문점 ‘룸바이홈랩’ 같은 카테고리 킬러 매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집 꾸미기에 많은 지출을 하고 소주나 맥주대신 와인을 찾는 인구가 늘어났다는게 확연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매장(The Market Place라고 이름 붙여져있습니다)의 세부 구성을 한번 볼까요? 제가 발견한 키워드는 3가지, ‘비건’, ‘제로 웨이스트’, ‘펫’이었습니다. 비건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켈로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시리얼 리필 스테이션 외에 친환경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담아 갈 수 있는 그린 충전소, 샴푸와 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까지 ‘용기내’볼 수 있는 곳들이 많았는데요, 기업의 ESG 노력을 소비자 접점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는 요즘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죠. 저는 반려인은 아니지만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를 오래 홍보해서 관련 제품들을 보러 마트에 자주 가곤 했는데, 그럴 땐 항상 이마트 ‘몰리스’를 찾았습니다.  롯데마트는 상대적으로 좀 뒤쳐진 편이였죠. 그런데 제타플렉스에 들어선 반려동물 제품 전문매장인 ‘콜리올리’가 점유한 면적을 보니 펫시장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마트 투어에서 '줍줍'할 수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우선 전체적인 매장의 구성도를 보면서 차별화 포인트를 파악하고 본격적인 아이디어 훔치기를 시작하자.
그리고 매장 곳곳을 투어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훔쳐보자.


최후의 순간 선택받기 위한 노력들

소비자들이 구매에 이르는 여정 곳곳에서 그들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역시 지갑을 열때 아닐까요? (요즘 이런 표현 진부하죠. ‘삼성페이를 태그 할때’는 어떨까요?) 마케팅 용어 중에 MOT(Moment of Truth)는 원래 스페인어로 투우사가 소와 대결하는 최후의 순간을 말한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만나는 순간 혹은 선택하는 최종의 순간을 의미하는데, 재미있는 건 마트에선 경쟁 제품과 나란히 앉아 소비자를 기다린다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최후의 광고 경쟁도 치열하기에 마트에 가면 광고 아이디어를 훔쳐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몇 년 전에 ‘옆집 케첩이랑 토마토 혈통부터 달라요’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인 하인즈 케첩 병들이 마트 매대에 나란히 서있던 모습입니다. 그날 옆집에는 오뚜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마트 투어에서는 그렇게 신박한 아이디어는 훔치지 못했지만 동원참치 새 모델인 2PM 이준호, 황찬성의 부캐 ‘팀치치’의 댄스도 감상하고, 이제는 너무 흔한 바닥 광고도 한 번씩 훑어 줍니다. '쿠팡'도 '마켓컬리'도 좋지만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마트에 직접 가는 이유는 눈으로 직접 제품을 보고 싶기 때문일 텐데요. 그래서 마트에는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 제품의 소재나 기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툴과 기술들도 가득합니다. 운이 좋으면 신제품 론칭쇼나 제품 체험관 운영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 쓸만한 소소한 아이디어도 얻어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다양한 툴들을 살펴보는 것도 마트투어를 하는 이유이다


요즘 굿즈가 궁금하다면 주류코너로 가자~

주류회사와 일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용어가 ‘온트레이드(On-Trade)’, ‘오프트레이드(Off-Trade)’입니다.  ‘온트레이드’는 쉽게 말해 술집, 식당 ‘오프트레이드’는 마트, 편의점 같은 채널을 말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온트레이드’ 중심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홈술족이 급증하면서 ‘오프트레이드’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습니다.  시장이 치열해졌다는 건  다양한 아이이어가 모인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과거 프리미엄 수입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에는 백화점 1층에 자리한 화장품 브랜드가 어떤 GWP(Gift with purchase)를 주는지 관찰하면서 판촉물 트렌드를 살폈는데, 요즘은 마트 맥주코너로 달려가 어떤 굿즈가 있는지 봅니다. 꽤 오래전부터 대세는 캠핑, 아웃도어 아이템입니다. 저는 '호가든'이나 '버드와이저'를 즐겨 마시지는 않는데 '라탄 백'과 '쿨러 테이블' 때문에 사볼까 고민을 하는 걸 보면 브랜드 로열티도 굿즈 앞에서는 약해지는게 확실합니다. 지금 잘나가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어디인지 궁금하다면 주류 브랜드들의 콜라보 파트너를 보는 게 아웃도어 매장에 가보는 것보다 빠를 수도 있습니다. 

가방을 샀더니 맥주가 따라온다? 요즘 대형마트 맥주 코너에서는  다양한 굿즈 아이디어를 만나볼 수 있다.


어머 얘네 깐부였구나? 

마트 아이디어 훔치기의 백미는 요즘 깐부가 누구인지 찾기, 네 콜라보입니다. 콜라보 아이디어를 훔치기 좋은 곳으로는 주류, 과자, 아이스크림, 밀키트 코너를 추천합니다. '처음처럼 빠삐코맛', '메로나에 이슬' 같은 색다른 만남을 눈여겨보고, '박막례 오징어 비빔국수', '곰표 치킨너겟'에서 콜라보 트렌드를 읽어봅니다. 누가 물어본 적은 없지만 혼자 '삼진어묵' 수프가 들어간 '팔도 비빔면'을 1등으로 뽑아봤습니다. ‘잘못된 만남’이 되지 않으려면 신박한 조합도 중요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맥락이 더 중요합니다. 분식집에 가서 쫄면을 먹으면 시원한 우동이나 어묵 국물 주는데, 집에서 비빔면을 끓여 먹을 때 그게 참 아쉽거든요.  굳이 내가 일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이런 브랜드의 조합은 어떨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집니다. ‘우리궁 준호’가 다음 드라마에서는 누구랑 커플이 되면 좋겠다고 나 혼자 생각해 보는 것처럼.

대형마트의 식품, 주류 코너를 가면 너무나 많은 콜라보레이션 사례들을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면 마트는 꼭 빼놓지 않고 가는 편입니다. 그것도 여러 번. 국내에서 팔지 않는 색다른 제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지만, 마트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만나게 되기 때문이죠. 사실 그럴 때는 특정 제품을 사러 간다기보다는 마트 자체가 목적이 되곤 합니다.  해외여행은 못가지만 이번 주말 아이디어를 찾아 낯선 동네로 마트 투어 한번 떠나 보시면 어떨까요? 신박한 굿즈나 한정판 콜라보 제품은 기념품으로 데려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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