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나는 말보다는 글로 쓰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뒤로 종종 다수에게 보내는 기사형식의 편지를 써봤던 경험 외에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이런저런 길을 돌아 글쓰기를 만났고 뭘 써야 할지, 뭘 쓸 수 있을지 방향을 못 잡을 때 인도에 대해 써보길 추천받았다.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영어교육에 대한 것보다 인도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글을 쓰면서 20년 넘게 꾹꾹 눌러놨던 추억과 앙금을 풀어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동생보다 어릴 적 생각나는 것이 없을 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 쓰면 쓸수록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이 많아 추억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인도에서 깊은 상처를 줬던 과거의 인연을 글로 꺼내 놓았는데 의외로 큰 동요가 없었다. 또한 실패와 상처로 얼룩진 관계의 문제에서도 수월하게 풀림을 경험하고 있다. 오랜 시간 나를 잡고 있던 피해의식과 미움이 그다지 별일이 아니었다니.. 처음 글쓰기를 통해 기대했던 치유를 경험하는 것 같다. 그 사람 때문에 인도에서 떠났고, 인도를 잊고 살겠다는 어이없는 다짐을 하면서 내 삶의 20대에 구멍이 난 것처럼 살았는데, 글을 쓰며 만나는 과거의 기억은 소중했고 아픔 또한 그리 대수롭지 않게 다가왔다.
내 글쓰기의 주제는 인도이고, 또한 그곳에서 보낸 20대의 추억이자 40대를 사는 내 모습의 발견이다. 과거의 어리석음으로 잃어버린 지난날들의 추억이 돌아오며, 지금의 내 삶에 풍성함을 주는 글쓰기 초보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