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풍 에이미가 스코틀랜드를 휩쓸고 있다. 모든 걸 날려버릴 듯한 무서운 바람이 불어도, 나는 따뜻한 벽돌집 안에서 바람에 날아갈 걱정 없이 비바람 몰아치는 밖을 내다보고 있다. 저 멀리 건물의 불빛이 깜박거려, 정전이 나는 건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가로수가 바람에 날리며 건물의 불빛을 가린다. 휘청거리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나무를 보면, 경이로울 뿐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도 '기후의 연옥'이라 표현한, 악독한 스코틀랜드 비바람에도 나무와 풀은 끊임없이 자란다. 식물들은 벽돌집 같은 보호 장비 하나 없이 어떻게 저 비바람을 견디면서 살아있을까?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지구에 살면서 부딪치는 난관을 해결하는 방식이 동물과 지극히 다른 것에 감탄하게 된다. 동물이라면 움직여서 피하면 되었을 일들을 온몸으로 맞이하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찾아간다.
인류는 그렇게 살아남은 식물로부터 수없이 많은 혜택을 받아 왔다. 식량을 얻고, 마을을 짓는 데 필요한 각종 재료들도 제공받았다. 동시에 인류는 여러 식물을 필요에 맞게 바꿔 왔다. 야생 들판 어디에도 우리가 먹는 벼나 밀과 같이 생긴 식물을 찾을 수 없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 입맛에 더 잘 맞고, 재배하기 편한 형태의 식물을 선택해서 심으며, 식물의 유전적 지형을 바꿔왔다. 그 결과, 우리가 먹는 작물 대부분은 형태와 질감, 그리고 맛까지도 야생 조상과 달라졌다. 사람에 의해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 온 식물들도 있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사람들이 대륙을 넘나들면서 식물들도 함께 이동했다. 사람이 아니었다면, 민들레를 미국에서 발견할 일도, 또 영국인들이 감자를 사랑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올해 내가 사는 에든버러에는 폭염주의보가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여름 평균 기온이 25도를 넘지 않는 곳인데, 올해는 25도를 넘기는 날들이 여러 날 있었다. 에든버러 토박이들 모두 에든버러가 이렇게 따뜻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변화하는 날씨를 식물은 어떻게 대비하게 될까? 인류가 끊임없이 바꾸어 온 작물들은 변화하는 기후에 또 어떻게 바뀌게 될까?
인류가 사용하는 식물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알고, 실제로 식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미래에 식물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떤 이야기는 아주 아주 먼 옛날 일이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바로 엊그제 일어난 일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 미래의 식물을 상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