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에 대한 막연한 신뢰가 있다. 자유의지에 맡기자니 하는 일마다 제동이 걸리고, 운명에 맡기자니 존재가 부정되는 것 같아 선택한 대안이다.(무지에 의한 자기 합리화로 볼 수도 있겠다)
나의 상상 속 인과적 세상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거미줄을 닮았다.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 지어진 세상, 그 실 위에서 이슬이 때로는 다른 이슬에 의해, 때로는 자신의 상황에 의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양새이다.
차가운 공기 속 우리는 우주를 담은 작은 이슬이고, 서로의 움직임에 의해 실이 반동하며 영향을 주곤 한다. 때로 이슬이 서로 부딪치면, 관계가 된다.
점점 더 동그래지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든 당신과 부딪칠 수 있도록, 나의 모서리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동글게, 동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