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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 Jun 29. 2022

선생님, 우리 애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동기부여 좀 시켜주세요.

- 어머님, 오실 때 마음이 조금 무겁진 않으셨어요? 괜찮으셨어요?

- 뭐. 한창 사춘기고 저희 애가 워낙 감정 기복이 좀 있어서 그럴 수 있다 생각했어요. 별로 심각하게는 생각 안 했는데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심리 검사에서 '한 번이라도 심각하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에 '그렇다'라는 답변을 한 친구 엄마의 쿨한 답변.

정작 그 답변을 한 친구는 본인이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 어머님, 혹시 이 상담으로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딱 하나만 꼽으라면 어떤 걸 원하실까요?

- 선생님, 저희 애가 사실 되게 똑똑하거든요, 근데 자존감이 낮고 게을러요. 하면 잘할 텐데. 그래서 동기부여 좀 시켜주세요 선생님.

- 동기부여라면, 어떤 부분을 정확히 말씀하시는 걸까요?

- 공부 잘하게 좀 도와주세요.


세상에 어떤 부모에게 귀하지 않은 자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도 부모고, 동시에 나도 자식이다.

그렇기에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말할 수 없다. 

자식을 생각하는 세상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 마음이겠지만,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법과 정도와 깊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 표현의 정도와 방법에는 부모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화법과 자라온 환경과 경험과 수많은 것들의 조합이 영향을 주고 있으리라.


이 어머니도 아마 근본적인 마음의 뜻은, 우리 아이가 나중에 나 없는 세상에서 혼자서도 누구보다 편안한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좋은 직업 가지고 잘 먹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 "공부 잘하게 좀 동기 부여시켜주세요."로 표현되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에게는 그 깊은 마음이 전달되지 못한 채, 아이는 홀로 긴긴 외로운 시간을 싸우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실까.

이렇게 부모와 자녀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채 서로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라는 원망만 한 채,

부모는 자녀가 반항한다고만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만 

생각한 채,

극단적으로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끝나버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봄이가(가명) 서울대에 갔는데 죽어버리면 어떡하실 건가요?"라고 묻고 싶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아이가 미래에 잘 먹고 잘 살도록 푸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부모님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한 가지.

사람의 마음에는 이성과 감성을 나누는 감정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감정선이 적당한 선에서 잘 유지될 때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롭게 유지되고 합리적인 사고도 할 수 있고, 적당한 감정도 느끼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이 감정선이 너무 높이 올라가버리면 즉, 이성의 부분을 침해해버리면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학습의 효과 역시 떨어진다는 말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도와주세요.

이것은 아이의 감정선을 적당한 선에서 잘 유지해서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은 나의 도움보다 실은 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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