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좀 그만해.
- 요즘 애들이 다 그런 건지 얘가 유독 그런 건지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 반항을 해도 정도껏 해야죠.
- 내 속으로 낳았는데 내 자식 맞나 싶어요. 버르장머리는 왜 저렇대요?
부모님들이 하소연들을 하실 때면, 나 역시 곧 닥칠 일이 아니라 할 수 없고 남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동하기도 하고 내 젊은 날 다 받쳐 키워놓은 내 자식이 나에게 바락바락 악쓰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계시다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에 참 안타깝다.
그런데 한편 또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 역시도 참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님과 소통에서 부딪힘이 좀 더 생길 수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한계가 올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상담소를 찾게 되는 경우는 그 정도와 빈도가 일상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줄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 아이들은 또래 관계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문제를 본인에게서 찾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공통적으로 찾는 그 문제는 바로 자신을 분노조절장애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조절장애'라는 것은 엄연히 정신병리학적인 병리이며, 일반인이 함부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당연히 그들은 분노조절장애 상태가 아니다.
그럼 왜 그들은 자신을 공통적으로 분노조절장애라고 표현하고 있을까.
마음속에 이해받지 못한 화와 분노, 억울함은 가득한데 이것을 표현해내지 못해 자꾸 가득가득 쌓여가고 어떻게 분출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일부러 안 해버리는 소위 반항, 수동 공격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부모에게 표현하지 못한 화를 애꿎은 자신의 몸에 화풀이하는 자해로 표현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모든 감정들이 다 쌓이고 쌓이다 해결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포기상태, 우울함과 무력함과 같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동기가 없는 상태로 표현되기도.
그리고 분노 그대로 비행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왜 자신들의 마음속의 화와 분노와 억울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이토록 쌓이도록 표현해내지 못했을까를 찾다 보면, 비슷한 점들이 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그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식에게 감정 조절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혹은 부모끼리의 감정을 그대로 자식에게 투여하는 경우, 여러 가지의 경우에 의해 가정환경 안에서 안정된 정서 경험이나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 즉 효과적인 감정 표현 방법을 배우면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부모에게 서운 할 때도, 화가 날 때도, 친구들과 서운하거나 사소한 다툼이 생길 때도 어떻게 이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인 것이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그 데이터는 저절로 본능처럼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임을 안다면 이 반항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기 쉬워질까.
예전에 아이를 낳고 성시경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노래를 우연히 처음 들은 어느 새벽
눈이 퉁퉁 붓도록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이라는 이름 앞에 때론 힘겨워 눈물 흘릴 때면 이 노래를 기억해주렴. 너에게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선물. 꿈 많던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라는 꽃을 피게 했단다. 너라는 꿈을 품게 됐단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나에게 오던 그 첫 순간의 감동과 기쁨을 기억할 것이라 믿는다.
그 마음을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것이 평생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너는 세상의 보물임을 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