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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Nov 10. 2023

SUMMER OF CANADA

캐나다에서의 일상 : 별똥별

땅콩이의 속역류와 배앓이, 그리고 태열 삼단 콤보로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시기, 양을 줄여 보고 로션을 바꾸고 실내 온도를 낮추고 배마사지를 해주며 우리의 신경은 온통 땅콩이었던 때. 어느 날은 신메뉴로 차슈를 만들었지만 차슈는 다 굳은 채 다음 날로 넘어가야 했고 간단하게 짜파게티로 때우기도 하며 울음에 대비했다. CCTV를 침대에 달고 혹시 수면 중 게워낼 경우를 대비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심, 각자의 시간에 맞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제부는 점심이 늦어질 듯했고 동생과 내가 돌아가며 식사를 하던 때였다. 갑자기 아무도 없는 안방, 땅콩이 침대의 CCTV가 움직임을 감지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우린 손에 들고 있던 포크, 젓가락을 들고 안방으로 돌진하고 이곳저곳을 찌르고 영어도 아닌 한국말로 


이리 나와라 


외치다, 땅콩이에게로 다시 돌아가 유난을 떨기도 했다. 


동생이 해준 요리, 내가 한 요리, 날 위해 사다 준 음식들, 서로를 위해 준비한 간식. 잠든 동생과 땅콩이, 뻗은 세 사람. 트림을 시키다 역류라도 하면 걱정스러워서 머리를 맞대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던 우리. 결국 그날들이 언제든 모두가 소중한 나날들이었다. 


그런 날, 그날 밤. 쏟아질 듯한 별들을 구경하며 홀로 뒷마당에서 서있었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별사진을 찍으며 오늘따라 별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노출을 조절하고 삼각대를 챙겨 오나 마나 고민하면서. 고개가 뻐근해질 정도로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들어가야지 하는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 길게 떨어졌다. 별똥별 인가 하고 긴가민가 했다. 너무 오래 바라본 착시였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소원을 빌지 못해 아쉬워서 지나간 자리를 향해 땅콩이 가 건강하게 해달라고 이 여름이 조금 더 길게 해달라고 빌었다. 


집으로 들어가 동생에게 별똥별을 본 거 같다 말하고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동생이 유성우가 떨어진 게 맞았다고 얘기해 주었다.
누군가 그랬는데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 찰나에도 놓지 못하는 생각, 소원이니까 그만큼 간절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웃고 안도하며 보낸 그런 날, 저녁을 먹고 뻗은 동생은 비몽사몽 일어나 젖병을 닦았고 아직 잠들지 못해 하늘만 바라보았다. 새벽 네시. 우린 각자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별똥별을 보았든 안 보았든, 피곤에 지배를 당하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만족하면 모든 것이 다 행복이니까.


배앓이, 역류에 괴로워하던 아이가 곤히 잠드는 것을 보며 느끼는 행복,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느끼는 행복. 캐나다가 점점 좋아지는 이유가 이 속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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