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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Nov 11. 2023

SUMMER OF CANADA

캐나다에서의 여름 : 데이트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잔디, 하늘거리는 호수 앞에서 20대의 어느 날처럼 웃고 떠들던 우린, 여름 안에 있었다. 동생이 떠나기 전, 우린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종종 함께 데이트를 했다. 백화점, 영화관, 혹은 바다. 


제부는 계속해서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으면 좋겠다 얘기했었다. 그걸 거부한 건 나였다. 땅콩이가 아직 어리니까, 동생의 몸조리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멀리 갈 수 없었고 제부와 아이 둘만 두기에 아직 초보 아빠니까. 어른들도 만류하는 쪽이 더 컸던 이유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부는 포기하지 않았고 40-50분 거리정도는 이미 병원, 클리닉의 용건으로 다녀왔었으니 당일치기로 외출을 했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8월 13일 일요일. 우린 느지막이 데이트를 나섰다. 동생부부는 땅콩이와 함께 오전, 교회를 다녀왔고 그 사이 난 외출을 준비했다. 제부는 그 전날 나가기로 결심한 동생에게 어떤 일정을 짰는지 물었고 친절히 루트를 계획해 주며 우리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요일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다.


함께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동생이 모는 차에 몸을 실었다. 점심은 먹은 상태였기에 달려서 바로 도착한 곳은 여러 상점이 모여있는 부지였다. 그 구역을 뭐라 할 지 모르겠지만 스타벅스가 있고, 몇몇 음식점이 있었으며 네일숍, 옷가게 등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마치 여주 아울렛 느낌인 곳이었다. 


인터넷 쇼핑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우리는 제일 먼저 아동복 코너로 갔다. 땅콩이의 바디슈트를 골라보며 맞을까? 하는 질문으로 옷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조던 옷이 보였고 오십일 기념사진 때 이 옷을 입히는 것이 좋겠다며 23 등번호가 있는 검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민소매 옷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도 계속해서 둘러보며 예상시간 보다 더 머물게 되었다.


계속해서 춥다를 반복했던 난, 기모 맨투맨을 담고 동생은 반 집업 맨투맨을 담았다. 중간 제부에게 미안해 제부의 맨투맨도 하나 담았다. 그러고 보니 모두 맨투맨이었다. 그 후 낚싯대부터 보트, 학용품, 가전 등등을 파는 곳을 들렸는데 그곳에서 하키팀 로고가 그려진 보들거리는 기모 후드와 반팔티도 구매했다. 구매의 연속, 물 만난 고기처럼 다시 보고 가격을 보고 과연 사용할 것인가 아닌가 회의하고 신중하게 쇼핑에 임했다. 어느덧 동대문에 간 상인처럼 거대한 비닐백하나가 손에 들려있었다.


드라이브 스루로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동생은 디카페인 라떼를 들고 근처 호수로 향했다. 주차장 앞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놀이터와 벤치들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멋쟁이 노신사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모두 한가로이 일요일 낮, 주차장에 위치한 작은 아이스크림가게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버스킹을 즐기고 있었다.

날씨는 습하지 않았고 뽀송거렸으며 햇빛은 따갑지 않은 따사로운 정도였다. 바람은 선선히 불어왔고 여름이지만 가을 같은 쾌청한 날씨였다. 마치 오랜만의 자매 데이트를 응원해 주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낯선 외국 문화의 하나, 거리를 걷다 스치는 사람들과의 인사. 나에게는 너무 완벽한 날씨가 현지인에게는 무더운 여름이었는지 한 중년 남성이 웃옷을 벗은 채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사과하며 지나갔는데 너무 더워서 벗었다는 설명과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멋쩍게 웃었다. 


노부부, 아이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전동 킥보드를 탄 소년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우리처럼 걷는 사람. 호수 반대편으로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종종 누군가 두고 간 물건들이 벤치나 인도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을 발견했는데 그 모습마저 평화로워 보였다면 그 순간 동생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내 마음이 평화로웠기 때문이겠지.


모든 일정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씩 오버되었지만 서머타임에 아직 한 낮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덕에 돌아가야 한다는 초조함은 그리 크지 않았다. 제부가 추천한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와 폭립을 먹고 남은 음식을 싸서 마지막 코스인 마트로 향했다.


월마트, 예전 한국의 월마트를 기억한다. 작은 고모는 종종 그곳에서 콤비네이션 피자 한판을 사다 주었다. 추억이 있는 마트를 돌아다니며 과일, 분유등을 담았고 동생이 땡큐카드를 사야 한다 해서 학용품 코너 쪽으로 걷다 책코너를 발견했다. 마트에 진열된 책들에 눈이 멀러 동생과 잠시 떨어져 버린 난, 연신 사진을 찍었다. 뱅크시가 떠오르게 하는 책 표지가 눈에 띄었는데 마침 할인을 하고 있어 고민 없이 구매했다. 


그렇게 돌아갔다. 한 보따리의 옷과 물건들이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부는 우리 손에 들린 것들에 적잖이 당황해하면서도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제부의 맨투맨은 작아 다시 교환을 하러 가야 된다는 점에 매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차 안에서, 거리에서, 식당에서, 상점에서 나눈 수많은 대화들.

타임라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세계에 있음에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던 우리가 함께 마주했던 시간, 불현듯 떠오르는 언니와 한국에 있는 조카, 부모님, 남동생. 그러면서도 이곳에 있는 사람이 나여서, 내가 될 수 있었어서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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