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혼여행 항공값 64%가 공중분해됐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

by 진소은

신혼여행지를 오키나와로 정한 이유

신혼여행을 오키나와로 갈 예정이었다.


약 1년 전, 결혼 준비하던 초반에 우리는 돈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항공값이 저렴한 오키나와가 눈에 들어왔고, 원래도 각자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일본여행 갔을 때 너무 좋았어서 언젠가 꼭 일본여행을 같이 가자고 수없이 말했던 터였다.

게다가 내가 일식을 좋아해서 신혼여행으로 일본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경제적 이유로 발리 못 간다고 엉엉 운 건 안 비밀..ㅎㅎ)


마침 트립**에 엄청 저렴한 비행기가 있어서 비행기를 잡았는데 수수료 기준이 터무니없이 짧았다. 오늘 밤 12시가 기준이었다.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우리는 돈이 없고 다른 곳으로 변경할 일 없으니까 그냥 진행시켜! 해서 항공권 예약을 했다.


이제 오키나와의 숙소를 알아봤는데 숙소가 꽤나 비쌌고 당시 엔화가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꽤 비쌌다.. 숙소를 고르는 중에 '괜히 오키나와로 정했나 너무 비싸다 엉엉 ㅠㅠ'이런 생각도 했지만, 나는 동남아 음식이 잘 안 맞고 남편은 아토피가 있어서 아무래도 동남아보다는 일본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이나 더 좋은 곳 갈 여건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둘 다 돈키호테에서 쇼핑하는 걸 무진장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혼여행으로 오키나와 가는 게 우리한테 맞다! 여기에 만족하자! 는 결론을 내리고 열심히 여건에 맞게 숙소를 예약했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많이 울적했는데 신기하게도 돈 생길 때마다 예약하다 보니 어느새 7박 8일 오키나와&오사카 여행의 숙소까지 다 예약할 수 있었다. 그게 너무 감사했다.


변수 등장 두둥!

그렇게 거의 7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일본에 난카이 대지진이 이슈로 떠오른 거다. 현재 난카이 대지진이 난 상황인 건 아니지만 저번에 대지진 날 때 일어났던 현상이 (군발지진 1000회 이상, 화산폭발 등) 최근에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일단 상황을 지켜봤는데 일본에서도 대피령을 내리기도 하고 만약 대지진이 날 경우 오키나와에도 영향이 있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지진이 언제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말은 매년 나온 이야기라고 하지만 올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보니 '괜히 다들 조심하라고 하는 곳에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여행 가느니 그냥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다른 곳으로 신혼여행지를 바꾸게 됐다. 결혼식이 3개월 남은 시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문제는 예약한 항공권과 숙박을 취소하는 일.


혹시 몰라서 숙박은 무료취소 기간이 신행 가는 그 달까지인 걸 확인하고 예약했기 때문에 다행히 전부 무료 취소가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항공...

항공은 인천->오키나와->오사카->인천 총 110만 원의 항공료 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40만 원뿐이었다. 한마디로 70만 원을 수수료로 날리게 됐다는 것...


아직 3개월도 넘게 남았는데 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 같아서 남편이 항공 예약했던 트립**에 전화도 해보고 항공사에 직접 전화도 해봤지만... 트립**은 상담원 연결이 안 되고 계속 Ai만 나왔으며 (소통 방법 1도 없다고 함..) 항공사도 별 도움이 안 된 것 같았다.


자연재해 때문에 불안감 조성되어서 취소하게 된 건데 생 돈을 그냥 가져가다니... ㅜㅜ

안 그래도 트립**은 고객센터 연결 안 되고 대처 안 해주고 수수료 폭탄인 양심 없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남편이 메일까지 보내봤으나 답이 없었다. 고객센터와 연결이 안 된다는 건 정말 너무너무 답답한 일이었다... 소통 창구를 아예 막아버리고 응대를 안 하고 나 몰라라 하니까 방법이 없었다.


대답 없는 고객센터들...

안 그래도 식기세척기 살 때 대기업 거를 사려다가 금액이 비싸서, 기능은 비슷하고 금액은 합리적인 제품으로 샀는데(나름 중소기업 중에 유명했음) 사이즈 안 맞는 불량부품이 배송됐고, 고객센터 전화했는데 며칠 내내 연결이 안 되어서 정말 스트레스받는 시간을 보냈었다.


SKT 해킹 터졌을 때도 내 서브폰이 그 관련 알뜰폰이었는데 고객센터 연결이 안 되어서 해결도 못하고 찾아가지도 못하고 정말 답답한 시간을 보냈었다...


이번에 연달아 이런 일을 겪으니까 나랑 남편은 마음을 굳게 먹게 됐다.


"그래, 이래서 다들 좀 비싸도 이름 있는 곳에서 하는 거구나. 제품도 a/s가 중요하듯이 항공이든 제품이든 문제 생겼을 때 해결이 잘 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앞으로는 이름 있는 곳에서만 하자 이렇게 고객센터 엉망인 곳은 이용하지 말자"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손해다!!

일단 항공료만큼 비싼 수수료를 못 돌려받게 된 게 정말 속상하고 돈이 아깝지만...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지금은 경제적 손해가 있어서 아쉬움이 크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한 것 같다. 돈 아깝다고, 대처 엉망이라고 기분 상해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내 시간과 감정만 손해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통해 배우고, 경험과 추억으로 삼으며 나아가면 더 좋지 않을까?


그래도 신행 3개월 남았는데 다른 신혼여행지로 변경 잘했고, 감사하게도 그동안 돈이 더 많이 모였는데 변경하게 되면서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됐고 그것도 꽤 좋은 조건으로 계약 잘했고! 결혼 준비하던 초반에는 가고 싶다고 생각만 했던 곳인데 가게 되었으니 더 감사히 좋은 시간 보내고 올 거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더 큰 기쁨이 오기도 하니까 이 기회를 전화위복 삼아서 단지 돈 아까운 일이 아닌, 우리에게 더 좋은 기회로 만들어봐야겠다!


멋모르는 20대인 우리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배울 일이 많은 나이, 한창 걸음마 떼는 나이인 것 같다.

.

.

.

아, 곧 서른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걸음마 떼고 있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