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스타그램을 끊었다

SNS 안 하고 살기

by 진소은

대학교 3학년,

친구들끼리 나만 모르는 소식을 나눌 때가 종종 있었다.


"너 어제 영화 어땠어? 나도 그거 보고 싶은데!"

"너 오늘 아침에 고기 먹었잖아"


계속 학교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데 대체 언제 저렇게 이야기를 나눈 걸까? 어제저녁, 심지어는 방금 전까지의 일도.


"아 진짜? 언제 갔어?" "우와 너 그거 먹었어?" 등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화에 참여하던 내가 어느 날에는 급기야 그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됐다.


"아니 근데 너희, 그런 이야기를 언제 나눈 거야?"

궁금증 가득한 내 질문에 친구들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스토리에 올렸던데?"

"스토리가 뭔데?"


친구들은 역시 유행도 모르는 내가 인스타 스토리도 모른다며 깔깔거렸고 아주 친절하게 스토리를 알려줬다.


아니... 인스타그램 위쪽에 이렇게 다채로운 색깔로 반짝이던 원형이 스토리라는 거였다니! 왜 누구는 사진 주변에 색깔이 있고 누구는 없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그건 바로 스토리를 올렸다는 표시였다!


인스타스토리...! 그건 정말 신세계였다...!!

친구들이랑 일상 나누고 이런저런 소식 듣기 좋아하는,

한 마디로 '사람 좋아하는' 나한테 언제나 수시로 친구들과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스토리는 진짜 최고의 소통 공간이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라니!

이후 처음으로 올렸던 내 스토리는 기숙사 룸메들과 할리갈리를 하며 찍은 사진이었다.


친구들이랑 할리갈리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나 룸메 친구들이랑 이렇게 재미있게 보드게임한다~'라는 걸 알려주려고 스토리에 올렸는데 누가 내 스토리를 봤는지도 이름이 다 나오고, 다른 친구가 내 스토리를 볼 때마다 이름이 뜨고, 내가 태그 한 친구들은 자신의 스토리에 멘트를 추가로 달아서 내가 올린 스토리를 공유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친한 친구나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내 스토리를 보며 자연스럽게 메시지가 오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나 또한 다른 친구들의 스토리를 눌러보며 연락하지 않아서 몰랐던 친구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게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 반갑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고, 공감하기도 하며 나도 가끔은 평소에 연락할 일 없어서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스토리에 대한 반응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연락을 나누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재미있는 특징!

1. 24시간 후에 사라진다

2. 누가 봤는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3. 스토리 하는 사람이 많아서 볼 게 많다 계속 업데이트된다


이렇다 보니 어느새 내 손가락은 인스타를 누르는 게 습관이 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인스타에 들낙거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스토리를 올리기도 했고, 거의 하루이틀에 하나씩은 스토리를 꼭 올렸던 것 같다.


몇 년 후, 코로나 때문에 만남에 제한이 생겼을 때는 스토리가 유일한 만남의 창구가 되어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 스토리만 언급해서 그렇지 인스타에 올라온 게시글들도 보고, 내 게시글도 종종 올리며 그렇게 거의 5년 정도를 열심히 인스타 이용자로 살았다.


그랬던 내가, 인스타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됐다.


인스타그램을 그만해야겠어

이유는 많았다. 일단 인스타 하다가 시간이 훌쩍 지난 걸 깨달았을 때 현타가 온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깝고 후회가 됐다.


그리고 어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왔을 때,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재빨리 찍어야 하니까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사진을 찍는 게 더 중요해졌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잠깐만, 그거 다시 해봐!!"라든지..


그렇게 하는 순간이 반복되니까 어떤 행복한 순간에 그 순간을 누리기보다 사진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습관처럼 생겼달까? 게다가 어딘가에 올리는 사진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예쁘고 좋아 보이게 찍고 싶어서 편하게 추억저장하듯 '찰칵'하고 단 한 컷에 끝내기가 어려웠다.


당연히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떨 때는 다른 사람들이랑 나를 비교하게 되면서 부러움과 초라함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 취업준비하고 있을 때 그 마음이 정말 심했다.

나도 알고 있다. 분명 그 사람도 각자의 상황과 사정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는 거라는 걸. 하지만 그래도 비교하게 되는 마음은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고 올리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나 이렇게 잘 지내! 나 이렇게 재미있는 일 있었어! 나 이런 거 했어! 나 이거 샀어! 등등

좋게 말하면 그저 내 일상을 친구들에게 나누고 공유하는 사소한 일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자랑'하는 마음이 1%도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내가 올린 사진을 보는 사람이 몇 명인지, 하트를 누른 사람이 몇 명인지, 내 글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남겼는지 그런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게 싫었고, 단순히 친구들과 내 일상을 나누고 싶어서 재미있게 하는 sns가 점점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올린 게시글에 대해 부럽다며 부러움+칭찬+울적함을 나누는 친구도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다른 친구도 내 게시글을 보며 그런 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난 뭘 위해서 이렇게 내 일상을 공유하고 있나(내 모습을 자랑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특별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때도 분명 있지만, 그럴 때가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는 오로지 그 순간을 누리고 싶은데 그런지도 오래된 것 같았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 스토리 보고 핸드폰 볼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저 내 일상과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장점

사실 인스타가 100%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초년생 시절까지 그래도 SNS 하면서 즐거운 시간도 많이 보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덕분에 친구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었던 것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코로나 때 만남의 장이 되어준 것처럼 인스타그램이 혼자 타지에 있는 내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고, 친구들의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기도 했고, 멀리 있지만 일상을 나누는 즐거움도 누리게 해 줬고, 연락하기엔 부담스럽지만 소식은 알고 싶은 애매한 관계의 사람의 소식도 볼 수 있었고, 심플하게 하트 하나로도 내 마음을 전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너무너무 좋은 점이 많았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일단 나에게는 인스타가 주는 이득보다 해로움이 더 크다는 걸 깨달았다.

사진을 올릴 때 나의 무언가를 드러내고 싶은 과시의 마음이 1%라도 있다면 그런 글은 올리지 않는 게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하느라 내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뺏기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모두 각자의 인생이 있는 건데 다른 사람의 좋은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바에는 굳이 소식을 보지 않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상 인스타에서 서치 할 일도, 메시지를 보낼 일도 많다 보니 인스타를 삭제하거나 비활성화를 할 수는 없지만, 사실 그게 아니어도 그간 팔로우한 사람들에게 정이 들어서 단칼에 지우지는 못할 것 같지만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토리도 일절 올리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게시글도 굳이 보지 않고 그냥 필요한 업무만 하고 나오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없이 사는 삶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인스타에 사진을 안 올리게 되니까 내 일상이 훨씬 여유로워졌다.

찰나의 순간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도 사라졌으며, 행복한 순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며 "한번 더 해봐"라고 말할 일도 사라졌으며, 예쁘게 사진 찍어서 올리기 위해 소모했던 시간도 사라졌으며, 다른 사람의 소식을 보며 굳이 비교와 우울감을 느낄 일도 없어졌으며, 다른 사람이 내 게시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인스타그램 속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여전히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의 프로필사진은 원형의 다채로운 빛으로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밖 내 세상은 정적이 흐를 만큼 정말 고요하다. 잔잔하다.


그래서 나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산책도 하고,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강아지랑 시간도 보내고, 좋은 메시지가 있는 강연도 보고, 외국어 공부도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일상이 더 다채로운 빛으로 채워지길 바라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혼여행 항공값 64%가 공중분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