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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Dec 11. 2022

베르테르 효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평]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가장 많이 번역된 독獨문학 작품이라면 헤세의 <데미안>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꼽을 수 있다. 사실, 괴테 하면 <파우스트>를 떠올릴 수 있지만 ‘베르테르’ 하면 괴테가 떠오르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그러하듯 작중 인물 베르테르는 자신의 창조자를 넘어섰다. ‘베르테르 효과’처럼 전염병 같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문제적 작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보도록 한다.



1774년 11월 케스트너는 폰 헤닝스에게 쓴 편지에서 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1부에 나오는 베르테르는 괴테이고, 2부에 나오는 베르테르는 예루살렘(베르테르보다 두 살 많은 친구)이라고 명확하게 지적했듯이, 자전적인 동시에 전기傳記적인 작품이다. 예루살렘은 이 소설 2부처럼 남편 있는 부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결국 부인을 향한 사랑이 그를 극단으로 몰고 갔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괴테는 이를 바탕으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2부)들을 쓰게 된다. 친구의 자살 즉, 베르테르의 자살은 ‘사랑으로 인한 죽음’으로 유행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베르테르 효과(자신이 닮고자 하는 이상형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를 모방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라는 이름으로 소문이 생겨났다. 친구의 자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자살 유행을 가져왔다는 증거는 매우 희박하다. 소설 발간 후로 벌어진 자살 사건 중 마침 자살자의 소지품에 그 소설이 있었기 때문에 소문이 났을 뿐이다. 그러나 소설을 소지하고 죽었다는 그 자살 사건은 세 건이며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다만 “자살 유행의 전설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괴테의 동시대인들 중 다수가 이 소설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하고 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베르테르 효과’는 과장되었다고 봄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 대한 각국의 사랑이 대단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첫 출판 후 15년 동안 절정을 이루었는데, 유럽의 모든 주요 언어로 번역되었다. 베르테르를 주인공으로 하는 희곡은 물론이고 오페라도 공연되었다. “오늘날에는 국민문학이란 것이 큰 의미가 없어. 이제 세계문학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지.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이런 시대의 도래 촉진을 위해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네.” 괴테가 1827년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세계문학’에 대해 최초로 구상한 말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발언은 다시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계문학에 대한 개념과 당위성을 말했다기보다는 자기 업적의 과시일지 모른다는 것이 내 해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읽고 이해할 것인가. 혹자는 ‘젊은’에 초점을 두어 젊은 혈기의 문학 운동(슈투름 운트 드랑-질풍노도)의 영향으로, 시대적인 요구로서, “형식과 외면적 도덕률을 타파하고 진실로 독일적인 생명과 인간 감정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새로운 운동”의 산물로서, 이 작품을 보기도 한다. 그 결과 베르테르처럼 “섭리의 질서에서 파괴적 카오스”로 전환된 인물, 쉽게 말하면 기존 사회의 관습적인 규율과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물이 탄생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아무런 편견 없이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작품의 서툴고 상경한 표현들은 괴테의 실수나 젊은 시절 조급한 집필 결과로 보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이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된 표현으로 보자는 식이다. 그러면 “풍경은 마음의 상태이다”라는 헨리 프레데릭 아미엘의 말은 그대로 베르테르에 딱 들어맞는데, 사랑에 빠진 청년의 눈에 보이는 자연은 사랑스럽고 위대해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좌절에 빠진 청년은 넘어설 수 없는 자연 앞에 작은 인간일 뿐이다.



피터 포터가 어느 시에서 <베르테르>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자기 연민의 소설”이라고 지칭할 때, 혹은 크리스토퍼 릭스가 존 키츠에 관한 글에서 “사랑을 우울하고 의지박약한 애정으로 그린, 약화된 베르테르적 낭만주의”에 대해 언급할 때, 우리는 사랑 앞에 나약한 인간, 그러나 충실했던 인간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우울하고 애상적이지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산뜻한 풍경화 시편을 통해 사랑을 고뇌했던, 사랑이란 감정 앞에 진실했던, 그래서 외로웠던 젊은 청년 베르테르만 남는다.



이 소설은 서간문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따라서 문체는 서간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민음사 본은 충실하지 못하다.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나온 소설본은 서간문의 형식을 충실히 따랐을 뿐 아니라 작품 해설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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