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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Dec 14. 2022

세계문학을 읽는 방법

『데이비드 댐로쉬의 세계문학 읽기』

#데이비드댐로쉬 #세계문학 #세계문학읽기 




세계문학을 다 읽어내겠다는 다짐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앞으로 읽을 작품만큼은 제대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세계문학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어왔다. 이현우가 쓴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책에 빠져 죽지 않기』, 강창래가 쓴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독서의 즐거움 등. 이번에 펼쳐 든 책은 데이비드 댐로쉬가 쓴 『데이비드 댐로쉬의 세계문학 읽기다. 입문서로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프랑코 모레티는 '멀리서 읽기'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이는 기존의 '꼼꼼히 읽기' 개념과 대별되는 것으로서, 거시적으로 읽는 시도를 의미한다. 데이비드 댐로쉬는 이런 경향에 반발하여 "텍스트의 면밀한 탐독에 대한 복고적인 강조의 태도를 견지해 온 인물"이다. 그는 "다양한 작품을 최대한 많이, 미련할 정도로 진득하게 읽어 나가는 경험론적 '꼼꼼히 읽기'야말로 작품에 대한 더 고차원적인 통찰을 추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댐로쉬는 여러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가로질러 읽기'를 제시하는데 가로지르는 읽기를 거시적 읽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댐로쉬가 말하는 꼼꼼히 읽기는 '경향 읽기'에 반대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어떤 '흐름' 속에 위치한 작품으로 보지 말고 그 작품이 생산된 문화의 경계를 넘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초월적인 역능이 있는 작품으로 보자는 의미이다. 따라서 프랑코 모레티가 말했듯, 세계문학은 "대상이 아닌 질문이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떠올리면서 문학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1장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문학의 의미와 개념이 달라져왔음을, 세계의 "전통들은 사회로부터의 독립과 내부 통합으로 이어지는 유동적 척도에 따라 작가들을 다른 장소에 배치하고, 기존 전통 내 작가들은 그들의 문화권이라는 스펙트럼의 다양한 지점에서 발견되어 근본적으로 보편적인 문제를 그들이 살았던 환경의 요소들과 결부해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세계문학을 읽자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세계 문학은 독자적으로 발전했지만 서로 영향을 끼친 점도 있기 때문에 공통점을 이해하고 차이점을 인식하며 읽는 방식을 제안한다.



베르길리우스부터 단테, 바라카, 월컷, 애트우드, 그 외 작가들까지 고대 서사시 전통은 여러 세기에 걸쳐 대양별로 변해 왔고, 오늘날에도 퇴색되지 않은 위력으로 말을 건넨다. 예를 들어 유명한 경구 "오늘을 잡아라(즐기라)Carpe diem"를 고대의 출처들까지 거슬러 읽으면 후대 시인들이 어떤 자원들을 활용했는지에 대한 감각이 생긴다. 2장 시간을 가로질러 읽기가 필요한 이유다.



3장은 문화를 가로질러 읽기다. 새로운 소재를 비교하는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을 말해 준다. 장르, 인물과 플롯, 주제와 이미지, 문학적 패턴 혹은 사회적 배경의 유사성을 수반하는 비교 방식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적 전통에서 마주치는 심원한 차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쉽게 말하면, 비슷한 주제라 하더라도 문화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 유사점과 차이점을 예리하게 인식하며 읽으면 된다.



4장은 번역으로 읽기다. 번역의 잠재성과 위험성을 논하고 번역 작품을 읽을 때 유의할 사항을 다룬다. 한 작품을 여러 번역서와 함께 읽을 때 시대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단어와 문맥이 달라짐을 안다면 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5장에서는 작가들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해 온 방식을 설명하면서, 수리남이 에프라 벤에 의해 지상낙원이 되기도 하고, 볼테르에 의해 생지옥이 되어 버린 식민지의 표상이 되듯이 작가와 독자의 해석학적 관점에 따라 한 문화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이것이 세계문학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말한다.



6장은 외부 침략으로 식민지가 된 모국의 풍경을 담아내는 원주민 작가들의 작품을 탐구하고 7장에서는 작가들이 글로벌화하는 세계에서 독자에게 다가가고자 개발한 다양한 전략을 보여준다.



*오디세이아 『길가메시 서사시 성경 캉디드 겐지 이야기 오이디푸스왕 샤쿤탈라 등의 작품을 읽었다면 이 책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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