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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리나 Sep 08. 2023

꽃은 읽어주면서 왜 경제신문은 읽어주지 못할까?

경제 공부

  지난 1년간 가장 진심이었던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본다면, 단번에 대답할 수 있다. 매주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이었다고 말이다. 꽃만 보면 행복지수가 상승하던 사람이라서 그 기쁨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비록 플로리스트는 아니지만, 내가 꽃송이를 보면서 떠올리는 다양한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해당 꽃이 가지고 있는 꽃말이 무엇이든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자연물을 즐기는데 정답이 있으랴 싶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시선으로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같은 꽃을 보면서도 다양한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글을 적어 내려가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러다 올해부터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함께 성장을 꿈꾸며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제 스터디 리더를 맡게 된 것이다. 김승호 회장님의 <돈의 속성>에 나온 필수 경제용어 96개를 제대로 알아보겠다며 경제 공부의 세계로 들어갔다. 매일 하나씩 용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용어가 포함된 경제 신문을 찾아봤다. 기사를 읽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 듯 말 듯 헷갈리는 날이 많았다. 분명 우리말로 써져 있는데, 나는 텍스트만 읽고 있을 뿐이었다. 모르는 단어가 잔뜩 포함된 영어 지문을 읽으면, 분명 다 소리 내어 읽을 줄 알지만 무슨 의미인지 하나도 모를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마디로 허탈했다.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신문의 내용을 이해해야만 했다. 나를 믿고 올해 경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스터디 메이트님들께 자료 제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이면 스터디 채팅방에 오늘 공부할 자료를 공유했다. 그때부터 나의 하루 고민이 시작됐다. 내일은 무슨 용어를 보자고 해야 할까? 경제상식 책을 들척거리며 오늘 공부한 내용과 연관된 용어를 찾아보고, 용어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불꽃 검색에 들어갔다. 온라인 백과사전부터 시작해서 경제 전문가들의 글, 최근 뉴스까지 살펴봤다. 파악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스터디 공간에 다음날 공유할 글을 썼다.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마련한 스터디 자료를 매번 정성껏 읽고 의견을 남겨주시는 메이트님들 덕분에 아흔여섯 번 반복할 수 있었다.


  뒤늦게 경제학도가 될 기세로 100일 가까이를 보내고 나니 신문을 보는 내가 달라졌다. 과연 한국말이 맞나 싶었던 활자 속에서 의미를 쏙쏙 찾을 수 있게 됐다. 예금 말고는 내가 제대로 알고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남들 소문에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조사하고 판단해서 주식 투자를 시도했다. 한 번도 사보지 않았던 채권과 금에도 조금씩 투자해 봤다. 소중한 돈을 걸어두니 더 열심히 신문을 보며 시장 동향을 살펴보는 일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편안하게 꽃에 대한 나의 감상평을 늘어놓는 꽃 에세이와는 결이 참 다르지만 경제신문을 읽는 일도 꽤 재미있다. 돈 없이 이 세상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돈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게 눈에 보인다. 우리나라 이야기부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소식까지 커다란 유기체처럼 하나로 엮여 굴러가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이 재미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풍요로운 노후를 대비하는 효과적인 영양제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히 경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때는 내가 제대로 파악한 건지 확신할 수가 없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해석하는 수준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하는데, 경기 전망을 예측한다는 게 참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기야 고작 반년 남짓 경제 신문 좀 봤다고 박사님처럼 될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람들이 벌써 다 부자가 되었을 거다. 하지만 매일 10년쯤 반복하면 나도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물살에 올라탈 줄 아는 능력이 생기겠지? 그때쯤 되면 자신 있게 경제신문 읽어주는 여자가 되어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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