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과 적금 말고 다른 투자도 필요한 이유
어려서부터 봐온 부모님의 재테크 수단은 예금과 적금이었다. 성실하신 아빠는 매달 빠짐없이 월급을 받아오셨다. 엄마는 한 달 월급을 쪼개고 나눠서 알뜰하게 살림을 하셨다. 수시로 화장대 아래 서랍에서 가계부와 통장을 꺼내 정리하시던 엄마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매달 적금을 붓는 통장, 적금 만기가 되면 목돈을 묶어서 보관해 두는 정기예금 통장을 은행별로 여러 개 가지고 계셔서 엄마의 통장집은 두툼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자식 둘 대학 교육까지 잘 시켜주시고 결혼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기도 했다.
나도 엄마 아빠처럼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매달 일정금액씩 적금 통장에 쌓았다. 서서히 돈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몇 년을 모아도 이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 것 같았다. 도대체 얼마나 아껴 써야 부모님처럼 일상생활, 자녀 교육, 노후 대비까지 할 수 있는 걸까? 답답했지만 그 이유를 찾고 다른 돌파구를 찾아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야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님의 저서, <위기의 역사>를 읽다가 무릎을 탁 칠 수 있었다. ‘바로 이거 때문이었구나!’
우리의 시장금리는 연평균 14.9%로
일본의 4.6%에 비해
무려 3.2배나 됐다.
<위기의 역사> p.105
위 문구는 책에 실린 1996년 기사 내용 중 발췌한 것이다. 1996년에는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10%p나 더 높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요즘은 5%대 예금 금리를 찾아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이 알뜰하게 살아오신 건 인정한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부를 축적하기에 지금보다 그때가 더 좋은 조건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든다. 나보다 더 어린 세대들은 훨씬 더 억울할 테니 내가 이런 말 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고금리를 만나보기 힘들 거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왜 그런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며칠 전 경제 유튜버, 슈카샘의 슈카월드 코믹스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금리는 돈의 가치와 같다. 시장에서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즉, 돈에 대한 수요가 늘면)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개발할 거리가 많은 신흥국에서는 돈을 빌려서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시장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사회 기반 시설이 다 갖춰지게 되니 투자할 곳이 줄어들고 큰돈을 필요로 하는 투자자들도 줄어들게 된다. 선진국들은 대체적으로 신흥국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역시 개발 단계에 있던 1980년대에는 시장 금리가 꽤 높았던 것이다. 슈카월드 코믹스에 나왔던 내용 중에서도 이 당시 금리가 얼마나 높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30~40년 전에 비해 금리가 현저히 낮은 원인이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 발전이 성숙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하니,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이전과 같은 고금리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이제 확실히 알았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예금이나 적금 말고 좀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투자에 대한 공부다. 물론 최고의 안전 자산인 현금 보유도 필요하다.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일정 비중 이상은 예금 통장에 넣어둘 예정이다. 언제 어떤 위기에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릴 수 있는 고수익 투자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봐야겠다.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대로, 지금껏 살던 대로만 지내다가 변화를 시도해 보려니 알아야 할 게 참 많다. 그래도 차근차근 경제 지식을 쌓아가며 투자 시도를 해본다. 먼 훗날 무성하게 자라있을 나의 돈 나무를 상상하면서 :)
* 금리에 대한 기초 지식, 선진국과 신흥국 금리 차이를 설명해 준 영상
https://youtu.be/X1L5w_pBRhY?si=W3F8Mxe1Zr166F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