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흥라떼 Nov 09. 2023

방과 후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00입니다

안전한 바운더리 내에서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가치 '자유'

저희 아이들의 방과 후 루틴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다 보니 제목을 이렇게 짓게 되었어요. 


방과 후의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제목의 00자리에는 많은 말들이 들어갈 수 있겠지요. 사랑, 놀잇감, 부모, 함께하는 시간, 정서적 안정, 자존감을 채울 시간, 독서시간, 루틴 등등이요.


아마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 육아 분야의 특정 키워드를 저 동그라미 자리에 넣고 싶으실 거예요.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정답은 바로......


"자유"입니다.


방과 후 아이들에게는 '자유'가 필요해요.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자유시간'이 필요해요.

   

    무엇을 하고 놀지 고를 자유,  

    누구와 함께 놀지 또는 혼자 놀지 결정할 자유  

    집에서 놀지 놀이터에서 놀지 선택할 자유   

등등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자유는 모든 걸 허용해 주는 게 아니에요. 적절하고 안전한 바운더리 안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늘의 글은 첫째와 둘째, 셋째로 구분해서 한 번 이야기해 볼게요.


1. 첫째 이야기


첫째는 요즘 월-금 주 5일 동안 태권도 학원을 가요.

참고로 월, 수, 금은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태권도장 봉고를 타고 갑니다.

이 날들은 태권도를 마치면 4시 30분이에요. 


그럼 아이는 그날 오후를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결정을 하고 저에게 질문합니다.


엄마, 오늘은 00이(친구)랑 같이 놀이터에서 놀고 와도 돼요?


1학년이라도 이제는 제 바운더리에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그 거리를 넓혀가는데 찬성하고요.(안전하다는 전제하에)


등하교도 하교는 저와 함께 하거나 도장의 봉고를 타지만 등교는 단짝 친구인 00 이와 단둘이서 하고 있답니다.


다시 돌아와서 놀이터를 간다는 아이에게 저는 손목시계를 채워주면서 시간으로 약속을 해요.


횡단보도 조심해서 건너고 5:50에는 꼭 놀이터에서 집으로 출발해야 해. 알겠지?


아이는 저와의 약속을 시계를 통해 눈으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한 뒤 집을 나섭니다. 하지만 한 날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별다른 사정이 없는데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저와의 약속을 어기고 한참을 놀다가 들어오더라고요. 처음은 실수겠거니 하고 좋은 말로 타이르고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일주일 동안 놀이터를 갈 수 없을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지요.


아이는 다음 날도 저와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요. 바로 '놀이터 금지령'을 평일 5일간 내렸답니다. 누가 보면 너무 엄한 거 아니냐, 아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분명 시계를 볼 줄 알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들어보고 제가 너그러이 이해를 해줬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놀이 욕구를 조절하지 못해 어긴 약속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유에 대한 책임인 거죠. 그래서 실제로 5일 동안 놀이터를 갈 수 없었고 아이는 그 이후로 시간 약속의 중요성을 철저히 깨닫고 잘 지키고 있어요.


집에 와서도 자유시간은 또 주어집니다. 저녁을 먹고 하루 4쪽 공부만 하고 나면 저는 그 무엇을 해도 크게 터치하지 않아요.


한 날은 그림을 그리고 놀고

한 날은 이면지로 강아지 집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한 날은 독서를 하고

한 날은 동생이랑 몸으로 놀곤 합니다.

또 한 날은 자발적으로 시를 짓기도 하고요.


아이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이 필요해요. 자신의 욕구를 알아채는 시간이요. 내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무엇을 하면 기쁜지, 무엇을 하면 뿌듯한지 스스로를 인식하고 선호를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학교에서도 다양한 활동은 하지만 그 모든 게 자신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어른들이 직장에서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이 마냥 자유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알고 판단하고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2. 둘째와 셋째


엄마, 왜 맨날 나만 제일 늦게 데리러 와요?


2주 전쯤 둘째가 다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동선의 편의에 의해 제가 둘째를 마지막에 데리러 갔는데 그게 여전히 불만이었던 거죠. 저를 향해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길래 다시 한번 더 약속을 했어요.


엄마가 미안해. 그럼 내일부터는 널 먼저 데리러 갈게. 앞으로는 동생이랑 너를 번갈아가면서 먼저 데리러 가야겠다. 알겠지?


아이도 동의하더라고요. 몸은 하나인데 데리러 가야 할 아이는 둘이니 저도 참 바쁩니다. 하지만 그건 제 사정이고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를 오랫동안 기다리는 게 기쁜 일은 아니니 이해도 되더라고요.

둘째를 만나서 셋째를 데리러 가는 동안 저는 물어봅니다.


오늘은 뭐 하고 싶어? 놀이터 갈까? 아니면 집에서 놀까?


정해진 루틴은 없어요.  그날그날 아이의 컨디션과 기분, 선호를 따라서 움직입니다.  아이는 그럼 한 가지를 선택해요. 그럼 동생에게도 생각을 물어보자고 말한 뒤 막둥이의 어린이집으로 향합니다.

셋째에게도 똑같이 물어봐요. 요즘은 둘 다 막둥이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놀게 합니다.


이후에는 집에 와서 다 같이 늦은 간식을 먹어요. 후에 둘째는 네 쪽 공부를 하고 막둥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곤 합니다.




아이들을 어떤 프레임 안에 넣어두지 않으셨으면 해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시면 좋겠어요.  충분히 놀고 온 아이들은 네 쪽 공부도 정말 즐겁게 합니다. 저는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고 아이는 여섯 쪽, 여덟 쪽을 하겠다는 진풍경도 자주 벌어져요.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 더 이상 못하게 말리는 엄마. 무언가 낯선 모습 아닌가요? 저도 좀 헛웃음이 나긴 하지만 얼른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옆에서 봐주는 걸 그만하고 싶거든요.

아이가 자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누리면 배움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하나를 내어주면 다시 하나가 돌아와요. 주도권을 부모인 내가 꼭 쥐고 아이를 컨트롤하려 하지 마시고 적당한 자유를 주시고 또 안전한 바운더리를 설정해 주시는 지혜를 발휘하시면 좋겠어요.


초1인 첫째의 자작시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삶'으로 세 아이를 가르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