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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우진 Dec 02. 2021

행운은 사람을 타고 온다.

행운이라는 것은 우연인 듯 인연으로 찾아온다

                          

 사람은 누구나 행운을 바란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직장에서는 승진하기를 바라고,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고,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운이 없었다며 하늘을 원망하게 될 때가 있다. 행운은 자신의 인생 밖의 일이라는 한탄과 함께. 

 하지만 행운은 갑자기 주어지는 우연이 아니다. 행운은 사람을 타고 온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기회도 함께 온다. 반면,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좋지 않은 기운도 함께 온다. 

만나는 사람들 중에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으면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 주던지, 좋은 가르침을 주던지 혹은 하고 싶던 일을 할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인연을 통해서 행운이 오게 된다. 

살다 보면 특히 운이 좋다고 느낀 해가 있는데 되돌아보면 그런 시기에는 분명 좋은 인연을 만났던 경험이 있다. 

발달이 느린 아들은 다니고 있던 유치원에서 정서상의 어려움을 겪고 새로운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했다. 중간에 기관을 옮겨야 했기에 입소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아들은 떠돌이 마냥 어린이집을 옮겨 다녔다. 그 와중에도 아이가 편히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계속해서 알아봐야했다. 그러다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어린이집을 찾았다. 비록 차로 20분 걸려 등원해야 했지만 아들은 무척이나 행복해하며 다녔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실감나던 시기였다. 아들이 행복해하며 등하원을 하니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안심이 되니 비로소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에 대한 만족은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건 다시 가족을 잘 돌보는 일로 이어졌다. 아들이 잘 적응하고, 내 마음이 편해지니 남편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선순환이 일어났다. 어린이집과의 좋은 인연이 가져다준 행운과 평화였다. 내 마음이 편해지니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호의적이었으리라. 호의적일 뿐만 아니라 마주하는 사람들의 조언에도 귀 기울일 여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 덕에 마주하게 된 그때의 일처럼.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다시 근심걱정이 시작될 때였다. 또래보다 유난히 늦된 아들이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들이 어릴 적 초등학교 입학을 염두에 두고 이미 다른 동네에 집을 장만해둔 터였다.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추어 이사할 예정이었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참이었다. 뒤늦게 서야 아들의 늦됨을 인지했기에 걱정이 많았다. 

그 즈음에 아들이 다니고 있던 언어치료 기간에 있던 행정선생님이 초등학교 입학에 관한 조언을 해주었다. 아들이 발달도 느리고 하니 어린이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로 보내면 훨씬 편안해 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지금 어린이집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랑 초등학교를 같이 입학하면 엄마도 아는 얼굴이 생기고, 또 그 친구들이 우리 아들을 이해해줄 테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기존에 있는 아파트를 두고서 새로운 거주지를 찾는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흘려 들었다. “어디 집 구하는게 쉽겠어요. 거기로 이사가고 싶어도 매물이 없더라구요.”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고민하던 내게 행정선생님은 한 번 더 이사를 권해주었고(물론 행정선생님에게 가는 이득은 아무 것도 없다.) 비로소 그 조언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행운이라는 것은 우연인 듯 인연으로 찾아온다. 건성으로 흘러 넘길 뻔한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다소 급하지만 이사 계획을 변경하여 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할 방법을 찾았다. 이사를 한다는 건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되는 일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이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집을 보러 다니는 과정에서 마음에 내키는 집을 찾을 수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 내가 정말 원하는 조건의 집을 찾을 수가 있었다. 아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1층, 그러면서도 햇빛이 잘 들고 시야가 가리지 않을 것. 그런 아파트를 우리가 입주를 원하는 시기에 딱 맞게 만나게 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비단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좋을 뻔한 일을 놓치게 될 때도 “나와는 인연이 아니었나 봐.”하고 위로할 때가 있는 것처럼. 

 새로 계약한 아파트는 또 한 번 우리에게 좋은 인연이 되어 주었다. 마음에 꼭 드는 집을 구하자 집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도 웃을 일이 많아졌다. 아들은 마음껏 뛰어 놀고, 아들의 편안한 모습에 나도 남편도 덩달아 웃을 수 있었다. 또 한 번 인연이 행운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다. 

이사를 하고 한 달 뒤 드디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년간 같이 다닌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였다. 비록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다섯 개의 반으로 뿔뿔이 흝어지긴 했지만 개중에 서너 명이 같은 반이 되었다. 같은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니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도 아들은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행운은 아주 작은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어린이집과의 인연, 그 속에서 친구들과의 인연, 그 것의 연장선으로 이웃들과의 인연, 주변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집과의 인연. 작은 마주침들이 이어져서 결국에는 내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행운은 어느 날 우연처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내게 아들을 위해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준 행정선생님의 조언처럼.      

이처럼 행운은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올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행운이라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던 시대는 흥부가 살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제비는 가고 대신 사람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 

그러니 가만히 집에 앉아, 혹은 매일 똑같은 장소, 똑같은 업무, 똑같은 사람을 만나며 행운이 제 발로 내게 찾아오기를 기도하는 대신 오늘은 신발을 신고 슬며시 밖으로 나가본다.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리라는 설레임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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