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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돌 Jan 18. 2024

한달살기 Porto day4:
500번 버스, 바다

어제 첫째가 2층 짜리 노란 관광버스를 보고 타고 싶다고 하여, Casilda 가 추천해준 500번 버스를 타보기로 한다. 상벤투역에서 출발하므로 역시 어제 갔던 그 길을 걸어본다. 둘째는 비둘기가 좋은가보다 정류장 근처에 있는 비둘기를 한참을 쳐다본다 -혹시 모른다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


500번 버스는 2층까지 꽉찼다. 탑승 중에 사람이 몰려 무질서가 잠시 생겼는데 어느 분께서 우리를 앞서 보내주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뜻밖의 친절에 이 도시가 더 좋아지는 기분이다. 3세까지는 무료로 탑승이라 아내와 나 2.5유로씩 총 5유로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탔다. 버스기사는 좁은 길을 서커스하듯 곡예를 보이며 몰아간다. 정류장이 많아서 거리대비 이동이 더디다만, 강과 바다를 보며 갈 수 있으니 이정도 쯤이야. 과거 방문했을 때 런닝으로 뛰었던 코스를 상기하며 버스로 가본다. 그 때의 잔상이 겹친다. 그리고 추억이 쌓여간다. 


버스 안에서 첫째와 둘째는 신이 났다. 첫째는 질문을 쏟아내고, 둘째는 소리를 질러댄다. 사람들 모두들 너그러이 우리 아이를 반겨주고 웃어주어 덩달아 아내와 나도 환영받는 기분이 든다. 익숙한 조형물이 보이는 정류장에 내린다. 서핑샵이 보이고 거길 보드를 메고 맨발로 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추운 날씨지만 서퍼들은 아랑곳 할리 없다. 가르쳐줬던 강사를 찾아본다. 코리안 서핑 챔피언 이라고 외쳐주며 나를 우쭈쭈 해주신 그분이 생각났다. 찾진 못했지만, 아쉬울 것도 없다. 그리고 나를 기억할리도 없다. 


물을 좋아하는 첫째와 둘째 그리고 아내는 신발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궈본다. 나도 덩달아 담궈본다. 나는 종아리에 바지가 걸려 올라가지 않는다. -나만- "용기있게"를 외치며 첫째와 나는 바다를 향해본다. 둘째는 무조건 직진이다. 오래지 않아 넘어지고 옷이 젖었지만, 표정은 신이 나있다. 무조건 직진이다. 놀이는 파도의 큰 습격에 의한 부상 - 아내는 허벅지 나는 무릎, 첫째는 엉덩이, 둘째는 전신-을 입고 나서야 자연스레 멈추었다. 웃음을 머금고 약간의 찝찝함을 즐기며 정리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한국분이세요?" 그렇다고 했더니 "가족사진 찍어드릴까요? 너무 행복해보여서요" 반가운 제안이었으나 윽고 우리의 상황은 쉽지 않아 정중히 거절을 하였으나 이미 찍어놓으신 영상을 Airdrop으로 공유해주셔서 기꺼이 넙죽받았다. -좋은 아이폰을 쓰시는지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인스타 스토리 올리기 딱이라 올렸다. 몇 개월만의 포스팅인가! 


만들어간 주먹밥과 계란 등으로 아이들 허기를 채우며 택시로 복귀하기로 했다. 택시비는 6.9유로로 버스보다 조금 나갔지만 그만한 가치를 하였다. 택시기사는 깔끔한 영어를 구사했고 FC Porto의 팬이었다. 바르샤, 페페, 메시, 호날두 등을 이야기하며 순식간에 숙소에 도착했다. 대체적으로 친절한 포르투라고 다시금 느꼈다.


피곤함을 느꼈던 우리는 아내가 피곤함을 뚫고 만들어준 토마토 파스타를 마시고 이른 잠에 들었다. - 아내는 빨래도 널고 잤더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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