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 Buckley 제프 버클리 [Grace]
음악 얘기 하는데 River Phoenix 리버 피닉스를 먼저 언급하면 어떨까. 누군가는 아, 탄식을 뱉을지도 모르겠다. 꽃미남을 좋아하는 취미는 없지만 영화 자체로만 접근하는 나로서도 그는 분명 빛났다. 문득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직접 필름으로 마주했었던 <Running on Empty 허공에의 질주>가 생각난다. 그리고 이 영화를 추천한 장본인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던 임수정 배우의 눈뽕 헌사도 떠오른다. 어떤 팬은 <Running on Empty>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부럽다고 했다. 찾아가지 않은 행복이 유예되어 있기 때문에.
기억나는가? 도피가 일상인 예사롭지 않은 가족, 끈끈한 가족애, 유닛처럼 행동하는 아버지의 외침, 그런 와중에도 자유로운 영혼의 리버, 눈빛도 그윽한데 피아노도 잘 치네, 마이 러브,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어 울먹일 때는 나도 같이 울먹이고, 이젠 그만 자식을 훨훨 떠나보내기로 한 부모의 심정은 한 바퀴의 먼지로 남겨진다. 연기를 하는지 실제 생활의 그인지 혼동이 오던 몰입도, 그런 씬들, 잔상들이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 깊이 아른거릴 것이다. 이런 나의 심상들은 어느 순간 어떤 음악과 화학적 결합을 하게 되는데….
특정 음악가를 떠올릴 때면 꼭 함께 따라오는 이미지가 있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얘기가 아니고 극히 개인적인 지점일 뿐이다. Jeff Buckley 제프 버클리의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이 River Phoenix가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나 자신도 어느 순간 왜 그렇게 구조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무언가가 함께 중첩이 되면 오리지널리티의 변화가 따른다. 따라서 나는 Jeff Buckley의 음악을 분명 타인과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재미있는 지점이다.
따지고 보면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둘 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것은 표면상으로 드러난 중요한 포인트이다. 생애의 어떤 순간이 찬란히 빛났었기에 그 짧았던 명멸만큼 우리는 극적으로 이들을 받아들인다. 죽음의 프리미엄을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한 산출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리미티드 에디션 같은 것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찰나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남겨두었다. 빼어난 미모를 겸비한 젊은 친구들이 연기도 잘하지, 음악도 잘하니 겉으로 치장된 플러스 요인 또한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달리 꽃미남이겠는가.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가정사 또한 이들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차지하고, 이 둘은 감성적으로 닮았다. 내게는 무언가 여린 듯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면모로 다가왔다. 이는 안정과는 거리가 먼, 급격히 폭발하는 뇌관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불안정은 일탈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다. 내면에 숨은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은 표정은 어떠한가? 나르시시즘이 가득한 자아를 떠올리게 된다. 깊은 자기애는 자신을 죽일 수도 있지만 타인을 중독시킬 수 있는 힘이 넘쳐나는 법이다. 이들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비단 이미지일지언정 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 비친다. 그리고 다른 삶이 주는 낯섦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이 둘이 남긴 유산은 이렇듯이 닮았다. 또한 작품을 마주할 때 우리는 이것이 남다른 노력과 재능을 결합하여,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한 결과물이란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열정’이라는 것을 본다. 끌림은 필연과도 같다. 그리하여 둘은 내게 어느 시절을 짧은 순간으로 살다 간 아름다운 청년으로 각인되어 있나 보다. 과연 이런 거창한 미사여구라니 싶긴 한데, <Running on Empty>의 리버 피닉스를 떠올리고, [Grace] 앨범의 제프 버클리를 상상하면 이런 글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예술은 본질로 잉태되지만 이는 이미지로 태어난다. 그러니 이런 헌사가 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30년이 지난 음악은 고전이 될 만하다. 참으로 우아한 아우라로 가득 찬 앨범은 곱씹을 때마다 즐길 거리를 안겨준다. 짧은 흐느낌, 한 호흡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가득하니, 우리는 이런 이를 가수라고 한다. 라일락 와인을 한 잔 마시며 그 향기에 취하기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음악은 출사표와 같은 첫 곡으로 드러내어 본다.
Jeff Buckley [Grace] 1994년 <Mojo Pin>
https://youtu.be/ywEByqEVQRk?si=CYPnsLoXC4pL8Y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