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와 또미가 달콤한 낮잠에 빠진 사이, 저는 살금살금 빠져나와 컴퓨터 앞에 앉으려 했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소설 쓰기에 돌입하려 했지요. 일단 남편과 주스를 한잔하며 오후의 여유를 축하하였습니다. 그런데 고작 두 모금째에 또미가 웁니다... 네.. 그는 코 골며 자다가도 엄마 냄새를 맡는지 엄마가 옆에 없으면 대성통곡을 합니다.. 빨리 뛰어가라며 남편이 눈빛을 보냅니다. 당신이 좀 달래라고 하고 싶지만 지난 15개월의 경험에 의해 대체재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 어두운 꿈나라방으로 돌아와 꼬미까지 깨기 전에 겨우 재우고 옆에 누웠습니다. 이렇게 엄마를 찾아주는 날도, 오래지 않아 졸업할 것임을 머리로는 압니다.
엄마껌딱지 또미님은 누나가 얼마 전에 졸업한, 옆 동에 있는 가정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꼬미는 그 어린이집에 작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 다녔습니다. 그 전에는 조금 먼 곳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에 갔었지요. 시설도 좋고 규모도 더 큰 곳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꼬미는 그곳에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흔히들 가정어린이집보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합니다만 저와 꼬미의 경험에서는 가정어린이집이 더 좋았습니다. 국공립어린이집보다 연령대가 더 높은, 자녀들을 고등학생 이상까지 키워둔 엄마 선생님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가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예뻐서, 사랑 가득 담은 눈길로 바라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집에서 가깝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컸습니다. 그래서 또미는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누나네 어린이집에 대기를 했었지요.
3월 첫 주는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에 가야 했습니다. 누나를 유치원에 보낸 후에 등원하느라 또미만 따로 조금 늦은 시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또미는 선생님 세 분의 집중케어(?)를 받으며 알찬 30분을 보냈고 - 그래도 자꾸만 엄마 무릎으로 돌아왔습니다만 - 저는 원장선생님과 편히(?) 수다를 떨었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각각 입학했습니다♡
금요일쯤 되어서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저희가 늦게 와서 아이들이 없는 것이지요, 선생님? 올해 친구들은 몇 명 정도 될까요?'
이 질문을 했다가 원장선생님의 하소연을 30분간 듣고 돌아오게 되었었답니다. 제 마음도 함께 무거워졌습니다.
요약하면, 원아모집 실패였습니다.
가정어린이집은 만0세, 만1세, 만2세 영아들로 반을 구성합니다. 만0세는 3:1, 만1세는 5:1, 만2세는 7:1의 비율로 아동과 교사 수를 정합니다. 꼬미는 만2세반에 다녔었고 지난해에는 전체 정원에서 2명 정도 빠졌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현 상황은, 만2세반 없음 (정원7명), 만1세반 5명 (정원 10명), 만0세반 3명, 즉 8명만 등록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0세반 3명은 코로나가 걱정되어 모두들 몇 개월 후에 등원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인근에서 평 좋고 유명한 가정어린이집입니다. 꼬미는 보내고 싶어도 대기가 너무 많아서 못 보내다가 결국 졸업 직전에야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 만에 상황이 급 반전되다니요.
원장선생님은 코로나 2년이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결혼도 미루고 출산도 미루고. 학자들이 2060년쯤으로 예상했던 저출산 수치가 확 앞당겨진 것을 현장에서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마포구에서 올해 문 닫은 어린이집만 두 자릿수라고 하시면서요. 국공립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가정어린이집 모두 원아모집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원장들끼리도 서로 하소연한다고 하셨습니다.
또미 엄마의 입장에서 본다면야, 한결 한적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의 집중케어를 받으며 아이가 잘 다닐 것이라고 좋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원장선생님과 함께 선생님들 월급은 어떡하냐며 경영 걱정을 했습니다. 이러다가 혹시 우리 어린이집도 문 닫으면 어떡하나 염려도 되었구요. 아이들은 친구들, 형누나들과 같이 어울려 부대끼며 놀고 자라는데 친구도 몇 없고 형누나들은 아예 없어서 어쩌나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저 슬펐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후, 동네에서 사귄 친척 같은 선배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딸 둘을 둔 엄마레벨 고수에 계신 그분께 어린이집의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분께서는 코로나로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며, 그런데 최근 급증한 집값과 전셋값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쪽은 워낙 신혼부부나 맞벌이 부부 수요가 많은데 전셋값도 이렇게 올랐으니 자리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시면서요. 생각해보니 아이 어린이집 친구네도 전세 보증금 올려주기가 어려워 이사를 갔었습니다.
저출산이라는 말 앞에서, 우리나라 인구 규모가 좀 줄어들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습니다. 땅도 좁고 경쟁도 치열하다면서요. 어차피 점점 기계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본 적도 있습니다. 글쎄요, 적정 인구 규모에 대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출산의 여파는 생각보다 아주 크고, 예상보다 더 빠르게, 더 다양한 곳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값의 문제도요. 물론 정부의 높으신 분들께서, '대통령 직속 xxx위원회' 같은 곳에 있는 전문가 분들께서 밤낮으로 고민할 것이니 저는 걱정 안하.. 려고 합니다. 거기까지 걱정할 여유도 없구요. 다만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분들이 잊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쓰다 보니 곧 선거인데, 음......
암튼... 저는 봄맞이, 본격 놀이터 라이프를 개시했습니다. 1일 1 놀이터를 기본으로, 1일 2 놀이터를 하는 날도 자주 있을 것이랍니다. 다행히 또미가 놀이터에서는 순순히 마스크를 씁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노는 모습에 처음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만, 이 또한 너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구나,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여나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늘 전전긍긍합니다. 아직 24개월에 되지 않은 또미에게는 최대한 마스크를 씌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극성 엄마(?)이기도 합니다.
엄마레벨 고수에 계신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 귀에 맴돕니다. '맞아요. 문제는 심각한데, 나만 해도 내 딸들에게 굳이 결혼해서 애 낳고 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해합니다. 저는 20년 후 꼬미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친구들만 해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훨씬 많고, 애가 둘이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도 하니까요. 개인과 사회의 선택이 만들어갈 내일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