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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인 HyeIn Jeon Dec 25. 2021

2021, Rewind Blockchain

블알못 탈출하기 | '아트 앤 테크'에서 바라본 블록체인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는 말이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태풍을 등 뒤에 업고 상승 중이다. 그러나 이 태풍은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 그저 '돼지'인지 아닌지 냉정한 눈으로 파악해야 한다.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 p.16)


2017년, 미디어 아트 전문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던 당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처음 마주했다. 인공지능에 이어 데이터를 바라보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스터디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때 내부 워크숍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님의 현실적인 조언에 따라 코인이란 녀석을 처음 구매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난 블록체인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을 반신반의하며 코인의 세상에 발을 디뎠다. 


소액으로 들어가 본 코인 세상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열풍으로 꽉- 물리고 나서 잊고 지낸 지 어언 4년. 어렴풋하게 이해했던 암호화폐들 중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리플 이 4가지 코인을 구입했었는데 지금도 보유는 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다시 열풍이 불고 특히 올해 초 다시금 화두로 떠오른 대체 불가능 토큰(NFT, Non Fungible Token)을 바라보며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지금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문득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다 잊어버려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꺼내보며 간단히 정리하면서 지난 4년 간 이 분야는 어떻게 변화했을지 궁금해졌다. 돈과 맞물려 너무나 빠르게 변했던 블록체인 영역에서 NFT의 확산이 가져온 변화는 어떨지 앞으로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예술 영역에서의 NFT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기록한 인사이트 노트이자 일종의 투자 일기처럼 앞으로 글을 계속 써 내려가고 싶다.



insight note; Basic

블록체인은 이해와 참여가 있어야 기능하는 기술

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투자 행위가 아니라 그 네트워크의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를 통해 발행된 코인과 같은 화폐의 가치는 사람들이 그 화폐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려있다. 나는 내가 투자한 암호화폐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이들은 "돈"이자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을까? 혹은 이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얼마나 공감하며 이들이 그리는 세상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을까? 이들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고 있을까?


블록체인(기술)과 암호화폐(자산)는 탈중앙화 된 운영 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도구'이다. 이 도구를 사용해 자발적인 시장 질서를 생성한 것인데 이는 일종의 자기 조정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재화의 생산과 분배가 중앙권력의 개입 없이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통제 및 운영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각자가 지닌 시장 원리에 다라 행동함으로써 네트워크가 운영된다. 이는 다시 말해, 각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했을 때, 네트워크 전체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규칙을 설계한 것이다. 


탈중앙화를 가능하게 하는 3요소

이 3가지 요소 조합에 따라 네트워크의 참여자 집단이 협력 가능하다고 한다.

블록체인(데이터베이스); 공개된 데이터베이스

각 블록은 다른 블록과 연결돼있으며 내용은 블록단위로 참여자들에게 동기화되는 구조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은 모두가 신뢰할 수 있으며, 불특정 다수의, 내가 잘 모르는 이들과 믿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됨.

프로토콜(규칙); 전체 시스템의 운영규칙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모든 사람이 합의한 규칙

화폐가 아닌 디앱(Dapp)들의 경우 각자 서비스에 맞는 규칙이 존재

토큰(암호화폐); 블록체인 기반 자산 (개념: 토큰> 암호화폐)

토큰 = 디앱 내 인센티브로 사용되는 자산

암호화폐 = 토큰 중 화폐 단위의 역할을 하는 토큰

토큰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으며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 숫자에 불과하다. 이러한 토큰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프로토콜이다. 토큰은 일반적으로 특정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서비스 수요가 늘면 토큰의 가치가 올라가며, 서비스 공급자는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이런 특징 때문에 흔히 코인을 다단계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 블록체인의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은행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제안된 일종의 디지털 장부이다. 특정 사람이나 기관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관리하는 블록체인으로 이를 현실화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장부에 한번 쓰인 내용은 수정되거나 지워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저장되며, 모든 사람들은 이 장부의 사본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은 이 장부에 기록된 내용을 신뢰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위한 설계에 집중한 것으로, 금전 거래를 기록할 수 있도록 양식을 갖춘 금전출납부처럼 디자인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 비트코인의 한계를 넘어서.. 이더리움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갖는 한계를 넘어 암호화폐를 벗어나 블록체인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게 만들고자 제안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이더리움 체인은 돈거래 외 코드를 기록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컴퓨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월씬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문화예술계에서 많은 작가들이 2017년 이후 이더리움을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이 역시 오픈소스로 이더리움 체인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Blockchain + Art

올해 초 비플(Beeple)의 등장으로 NFT 아트가 소위 말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떡상하였는데, 비단 이러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시도가 급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7년 크립토 키티의 탄생 이후, 디지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도 몇몇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처음 비트코인을 활용한 작품과 비플 이전에 크리스티 경매에서 판매가 됐던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Block 21>, Ben Gentilli

작년에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코드'조각이 나와 화제가 됐다. 회색의 대형 원반 형태에 순금으로 제작한 잎모양 무늬가 새겨져 있는 작품으로, 이는 Ben Gentilli의 Portraits of a Mind 시리즈로 블록체인을 소재로 한 <Block 21>였다. 총 40개로 구성된 이 작품이 경매에서 약 13만 달러, 한화로 1억 5천 정도에 낙찰이 됐다고 한다.

작품의 주제는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한다. 작품은 NFT를 접목하여 작품만이 갖는 고유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알려졌다. 40개의 각 작품마다 숫자로 이뤄진 고유한 코드가 새겨져 있고, 작품의 판매가, 거래 과정, 구매자의 소유권 모두 장부에 공개적으로 저장했다고. 작품을 자세히 보면 322,048개의 수십만 자리 16진법 코드가 새겨져 있는데 이 숫자는 비트코인의 역사적인 첫 버전의 코드 정보를 한 자 한 자 수작업으로 작가가 필사한 것이라고 한다.

작품의 기본 취지는 작품 전시, 거래의 디지털화로 사실상 무단 복제, 유포 등 손해를 보고 있는 예술가들을 돕기 위한 것으로, 작품의 로열티, 고유성을 기술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예술가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자 고유한 창작의 가치를 보존하고 싶었다고 한다. 약 786억에 거래된 비플이 50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려낸 작품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작품값은 작가가 가진 근성과 정성에 대한 보상 같은 느낌이랄까. 예술가의 창의성에 대한 보상과 그 노동의 정량적 가치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Plantoids: Blockchain-based life forms>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던 건 바야흐로 2017년. 당시 블록체인 주제의 전시를 위해 리서치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는데,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내 기준) 괜찮은 작품이 없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때 구글링에서 걸린 작품이 바로 이것이었다. 2015년부터 진행됐던 이 프로젝트는 Primavera Di Filippi(Harvard/CNRS)에 의해 제안됐다. 당시 이 작품을 찾아본 의도는 블록체인 아트에 관한 현 상황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찾아보니, 세계 최초 다오(DAO)로 Plantoid가 제안된 것이었다는 것을 보았다. 와우)

<Plantoid> 작품의 모습 (출처: https://plantoid.org/)

작품은 꽃으로 보이는 로봇 오브제와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QR코드로 구성된다. 이는 관객의 참여에 따라 인터랙션 하는 형태이다. 제대로 작품을 관람하려면 관객은 QR코드를 스캔하여 그 주소로 비트코인을 전송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지갑으로 전송하면, 식물 형태로 보이는 로봇이 그에 따라 색이 변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고 한다. 비트코인의 전송은 작품 경험에 대한 비용 지불, 프로젝트와 작가의 향후 작업을 위한 밑거름에서 나아가 이 플랜토이드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2015년 시드니에서 있었던 블록체인 워크숍 영상을 보니, 작가가 식물, 자본주의,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 등 다양한 키워드에 따라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비트코인 지갑과 플랜토이드는 연결돼있고, 이는 플랜토이드의 제작 및 전시에 활용한다. 플랜토이드의 버전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에게 제안을 받을 수 있도록 오픈돼있으며 이에 대한 진행은 플랜토이드 멤버들의 투표를 통해 진행된다. 이 플랜토이드가 다양한 형태로 전시될 수 있게 한 재미있는 형태라고 생각이 든다.  

정확한 내용이 궁금하거나 이에 관심 있는 분들은 확인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MMzLw-yhDpM



단순히 플랫폼적인,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기술을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시도로 예술화하는 작가들이 있어 기쁘다.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여러 새로운 가능성이 제안되어 왔고, 이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씨앗이 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기술은 계속 개발, 발전하고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비교적 수용적인 태도로 변하는 세상에 발맞추어 가고 있다. 우리는 기술이 주는 다양한 측면에 대해 충분히 보고 있는 걸까? 기술은 삶의 인프라를 넘어 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은 요즘 핫한 이슈인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보고 싶다. 현재 주류로 논의가 되는 코인, 자산의 측면을 넘어서 기술이 가진 다른 맥락과 가능성에 관해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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