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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4. 2023

고양이로 엄마 마음 이해하기


루꼬를 입양하고, 우리 일상생활에 바뀐 점 한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먹을 때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먹다가 실수로 흘렸어도 바로 닦고 치운다. 혹여나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를 고양이가 먹어서 탈이 날까봐서이다


아이들도 안다. 고양이가 아무리 먹고 싶어해도, 아무거나 막 주면 안된다는 것을... 검증된 고양이 사료와 고양이 간식만 줘야, 탈나지 않고 건강하게 클 거란 걸 말이다. (심지어, 루꼬의 주치의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간식도 주지 말고, 사료만 잘 먹이라고까지 말씀해주셔서, 고양이 간식도 줄인 참이다.)

  

아이들도 먹지 말아야할 때, 몸에 좋지도 않고 이만 썩게 만드는 간식을 계속 먹고 싶어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너희가 미워서 안주는 게 아니야, 안먹는 게 너희 건강에 좋기 때문이야...'라고 말하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그저 먹고 싶고, 못 먹게 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고양이를 먹이는 그 마음에 비유했다.

"루꼬가 먹으면 안되는 걸 먹고 싶다고 울고 떼쓰면, 너는 줄 거야?"

"아니..."

"엄마도 똑같은 마음이야..."

"......"

그 마음을 아니까,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다. 그래도 고집을 쉽게 꺾지는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자기들을 향한 엄마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거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덧 고양이 예방접종이 3차까지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지난 91일은 항체가검사일이었다.

동물 병원에서 '항체가검사 예정일'이라는 알림 문자를 받고, 문득 '항체가검사'를 꼭 받아야하나 의문이 들었다. 검사비용도 무려 6만원에 달한다. 사람들도 예방접종을 맞고, 그 예방접종에 대한 항체가 생겼는지, 굳이 피검사를 하지 않는데, 고양이는 꼭 해야 하는 걸까... 항체가검사를 해서 항체가 없다고 나오면 주사를 또 맞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주사를 계속 맞아도 되는 걸까... 주사를 맞고 항체가검사를 또다시 해야하는 건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할까말까 고민을 하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속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가운데, 유투브에서 신뢰하며 보는 2명의 수의사 선생님들의 영상까지 다 찾아봤다. 결론은, 항체가검사를 하는 게 좋다! 였다. 소량의 피를 뽑아서, 3가지 항체가 다 잘 생겼는지를 확인하고, 안생겼으면 다시 주사를 맞고, 항체가 생긴 걸 확인하고 1년을 마음 편히 살라는 것이었다.


잘 모를 땐, 전문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젤 마음이 편하지!


항체가검사를 하는 날도 아이들과 함께 동물병원을 찾았다. 루꼬의 기본 진료를 마친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진료실 뒷편에 가서 피를 뽑아주시겠다고 하셨다. 딸은 아쉬워했다. 루꼬의 모든 걸 보고 싶어하는 딸은, 루꼬가 피 뽑는 모습도 보고 싶어했다. 선생님은 아이의 반응을 보시더니, 고양이 피 뽑는 걸 보는 게 괴로울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하셨다. 딸은 괜찮다고 보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선생님이 그래야 한다면 다 이유가 있으니, 조르지 말라고 했다. 고양이를 진료실 뒤편으로 데리고 가셨던 선생님께서는, 이내 다시 고양이를 안고 들어오셨다. 아이가 보고 싶어하니, 우리가 있는 진료실에서 뽑아주시기로 한 거였다. 긴 주사바늘을 루꼬의 피부 사이에 찌르고 피를 뽑았다. 병원에가면 나름 순딩이가 되는 우리 루꼬는, 선생님 손에 얌전히 '끄응~~'소리만 내며 피를 내어주었다. 선생님은 주사바늘이 빠진 자리에 지혈을 위해 붕대를 감아주셨다. 피를 뽑고 다리에 붕대를 한 루꼬의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진료실에서 벌벌 떠는 루꼬를 꼭 안아주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다리에 지혈대까지 칭칭 감겨있으니 불편하기도 했을 거다.

잠시 후, 항체가검사 결과가 수치로 점수가 매겨져 나왔다. 3가지 항목에 4점 이상이면 통과라고 했는데, 루꼬는 2개는 만점, 1개는 5점이었다. 딸은, 본인 시험 점수가 잘나왔을 때보다 훨씬 더 기뻐했다. 이게 뭐라고, 2개 항목에서 만점이나 받아온 루꼬가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너 100점 받았을 때보다 더 기뻐하는 거 같다?" 하고 놀리니까...

딸은, "당연하지~~~" 하고 기쁨과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부모가 자식들이 이룬 성취와 성장에 기뻐하듯, 아이들은 루꼬가 이룬 항체 성적에 기뻐했다.

(이 비유가 맞나)

암튼, 엄마도 그래... 너네가 뭔가를 노력해서 이룬 것도 자랑스럽고, 노력으로는 되는 건 아니지만, 건강하게 크고 있는 것도, 키 몇cm 큰 것만 봐도 감사하고 기쁘고 뿌듯해...   


이렇게, 작고 소중한 존재를 키우면서, 아이들도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덧.

고양이와 아이들을 키우면서 '순하다' 라는 표현을 자주 썼더니, 6살 아들에게 '순하다'='착하다'로 입력이 되었나 보다. 어느 날, 유치원을 다녀오면서, "선생님 좋아?"라고 물었더니, "응, 선생님 순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응????" 한참을 웃고, '순하다'라는 표현은 어떨 때 쓰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아무튼, 아이의 선생님은 좋으신 분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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