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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Nov 01. 2023

묘생 6개월 최대 고난, 중성화 수술

중성화 수술은 네가 했는데, 왜 내 호르몬이 널을 뛸까...

2023년 10월 25일 수요일,

루꼬 우리집 입양 129일만의 일이다.

루꼬가 중성화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한 루꼬는 지금도 목에 넥카라를 하고, 배에 붕대를 감고 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 부위를 핥다가 실밥이 풀리면 매우 낭패이므로, 핥지 못하도록 2중으로  막아놓은 거라고 설명해주셨다. 고양이로선 견디기 힘든 불편한 물건을 2개나 몸에 휘감고 있는 것이다. 이걸 무려 10일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넥카라로 인해 고양이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그루밍'도 할 수 없고, 폴짝 폴짝 쉽게 올라가던 곳에는 넥카라가 자꾸 부딪쳐 헛발을 딛고 떨어지기가 일쑤다. 


이 글은, 중성화 수술을 하기 며칠전부터 수술 후 며칠간의 기록이다. 




#. 고난의 10월...

사실, 중성화 수술을 하라는 추천 시기에 루꼬를 입양하기 훨씬 전부터 계획해놓았던, 가족 여행이 있었다.  10월 15일~20일, 4박 6일의 일정이었다. 남편의 잦은 출장 덕에 쌓이고 쌓인 마일리지를 소모하기 위한 핑계로 무작정 비행기 표부터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루꼬를 입양하던 날, 당시 구조자분께 이 시기에 루꼬를 맡아줄 것을 미리 부탁드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하필 루꼬의 중성화 수술 추천 시기가 10월 중순 즈음이었다. 그래서 루꼬와 처음 동물 병원에 갔을 때,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드렸었다. 중순보다 일찍, 혹은 늦게 해도 되는지 질문했는데, 10월 중순 이후에 해도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다녀온 그 다음주에 중성화 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어쩌면 루꼬의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2주 연속 지속되는거나 다름없었다. 집사들이 일주일 가까운 시간 동안 자기를 다른 집에 맡기고 떠났고,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자기 몸에 무려!! 칼을 대는 거니까 말이다. 심지어 9월말-10월초 명절에는 2밤이나 혼자 두고 친정을 다녀왔다. 중간에 근처 사시는 어머님이 잠깐 오셔서 케어를 해주시긴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첫 혼밤이었으니, 추측컨데, 혼란의 날들이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10월은 여러모로 루꼬에게 낯설고 당황스러운 달이었다.

그중에서 최고의 고난은, 중성화 수술이었겠지... (이렇게 써놓고 보니 더 미안하고 짠하네...)


우리가 여행을 떠났던 사이, 루꼬는 구조자분 댁에서 또 다른 여행(?!)을 했다. 애기 때 살았던 곳이고, 여름 방학에도 가서 2밤 자고 왔으니, 생각보다 훨씬 적응이 빨랐고, 심지어 신나하는 것 같았다. 거기는 심심할 틈 없게 해주는 댕댕이 '라떼 & 레오' 푸들 2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일매일 특식으로 맛있는 간식까지 해주시는 첫 엄마 집사였던 이모도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고 재밌었을까!


구조자 이모네 집에서 무려 6밤이나 보내고, 금요일(20일)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온 루꼬는 왠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오랫동안 떠나있었던 우리에게 삐친 것일까... 아님 이모네 집에서 너무너무 행복했는데, 돌아오니 그곳이 그리운 것일까... 둘 다 일지도...!! 집에 돌아온 루꼬는, 내 손길을 거부하고 한동안 창밖만 내다보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저녁 즈음 됐는데도 잠만 자는 모습을 보니, '얘 어디 아픈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밤부터는, 원래 상태의 루꼬로 돌아왔다. 사고도 치고, 장난도 치고, 꿉쭙이도 하고, 애교도 부리는 우리 루꼬로 말이다.

원래의 루꼬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나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중성화 수술 일정을 잡았다. 며칠이나 떨어져있던 게 미안해서, 약간의 텀을 두고, 수술 전 며칠 동안 더~~ 잘해주고, 중성화 수술을 시켜줄 작정이었다.


#. 수술 날 (10.25)

수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수술 전 지켜야할 당부 사항은 딱 2가지였다. 전날밤 12시부터 금식, 그리고 수술하는 날 오전 9시부터 물도 금지!! 그렇게 위를 깨끗이 비우고 오전 10시 반까지 오라고 하셨다.

수술 전 마지막 만찬... 뭐 이런 건 해줄 수 없었다. 괜히 안먹던 거 먹다가 탈이라도 날까봐...  

전날 밤 마지막 사료를 넉넉히 주고, 사료 그릇을 치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침식사를 줘도 모자를 판에, 물그릇까지 치웠다. 밥을 안먹어 기운이 없는지 아침이라 잠이 든건지, 수술을 하게 될 자신의 신세를 예감한 것인지... 루꼬는 얌전한 아침을 보냈다.

그리고 10시 30분이 다가오자, 나는 이동장을 꺼냈다.

루꼬는 이동장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신나보였다. 응?

짐작 컨데, '또 이모네집 가나?', '강아지 언니 엉아 보러 가나?' 생각하고 약간 들뜬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루꼬가 현실을 파악한 건 밖으로 나와서 쯤이었다.

이모네 집 갈때는 차를 타고 갔는데, 밖으로 걸어나온 것이다.  

걸어나온 거면... 필시 병원인데!!

병원으로 향하는 걸 확신하는 순간부터 루꼬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기분나쁠 때 내는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잔뜩 겁먹은 루꼬를 꺼내 안았다. 예전엔 병원에서 가장 심하게 떨었던게, 항체가검사를 위해 피를 뽑았을 때였다.  이날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그때보다 더 심하게 떨고 있었다. 이 자그마한 녀석이 이렇게 큰 진동으로 떨 수 있구나 싶을만큼 큰 진동이었다.


'너... 뭘... 아는 거니?'

이 아이의 동물적 본능이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듯 했다. 


수술 전,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동안 꼭 안아줬더니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수술 진행과정에 대해 상세히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1. 수술 전 피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수술이 가능한 몸 상태인지 확인한다.

2. 이후, 1시간 가량 수액을 맞는다.

3. 본격 수술이 결정되면, 호흡 마취를 한다.    

4. 배를 째고 난소 2개와 자궁을 제거한다. (중성화 수술이 발정과 임신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성묘가 됐을 때 각종 질병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루꼬의 건강을 위한 거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처럼 들려왔다.)  긴 준비 시간과 회복 시간에 비해, 정작 수술은 20분이면 끝난다고 한다.

5.  마취가 깰때까지 또 수액을 맞으며,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는다.


기본 상담과 진료를 마치고, 루꼬는 피를 뽑으러 들어갔다. 피를 뽑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루꼬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손이 떨리고, 눈물도 맺혔다.


병원 로비에 앉아 루꼬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루꼬의 안부를 물어온 남편과 카톡을 했다.

실은... 전날 밤, 나는 남편이 루꼬를 대하는 자세를 보고 한차례 상처를 받았었다. 하필 이날, 야근과 회식으로 피곤에 쩔어! 말그대로 쩔어서!! 밤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루꼬가 다가왔다. 루꼬는 남편의 발을 핥았다. 남편은 루꼬의 애교에 녹아 '루꼬~~'하면서 다정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는데...

그 순간, 루꼬가 돌변하며 남편의 발을 물었다!

물려서 아픈 남편은, 루꼬를 번쩍 안아들고, 베란다로 내보냈다. (물면 베란다로 보내는 건 우리집 루틴이기 때문에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그는 안해도 될 말을 덧붙였다.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 !!!!! 

...............

루꼬를 번쩍 안아들어올린지 오래됐나보다. 그러니 루꼬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져서 그런 말을 했겠지...

우리집에 왔던 아기 때에 비하면 무게가 약 3-4배가 컸으니 무겁게 느껴졌겠지... 

아무튼, 그 말의 뉘앙스와 태도가 내 마음에 비수처럼 와서 꽂혔다.  

요즘 부쩍 살이 쪄서 뱃살이 힘겹게 느껴지고 있는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처럼도 들렸다.

뭐... 비약이 심한거 안다. 그치만 귀에 꽂힌 그 한마디가 그날 밤부터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수술 당일 날 아침, 남편은 루꼬를 걱정하며 안부를 물어주었다. 루꼬 검사 진행상황을 알려주면서, 얘기했다.

"중성화하면 살찐대"

"아... 먹이를 조금씩 줘야겠네..."

"그래도 잔소리 하지마, 나한테 하는 소리같아. 덩치 산만하다는..."

"신경을 좀 더 쓸게..."

"그냥 미워하지만 말어. "

"미워하지 않아... 여보랑 애들 자꾸 물고, 올라오지 말아야 할데 올라오려고 하니까 그랬던 거지..."

......

평소같음 아무 타격없이 넘겼을 지도 모를 일이다. 서운한 게 있으면 그러지 말라고 그 자리에서 말하고 뒤끝없이 끝냈을 일일지도 모른다. 하... 그런데 이번에는 뒤끝이 쩐다. 

중성화 수술은 루꼬가 하는데, 내 호르몬이 널을 뛰고 있었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진료실로 다시 부르며 검사 결과를 설명해주셨다. 간수치(?)가 평균보다 조금 높게 나왔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수술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셨다. 나머지 건강 상태는 양호다. 수술이 결정되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전 검사를 마치고 넥카라를 하고 링거를 꼽꼬 있는 루꼬를 보게 해주셨다.  

'이제 내몸은 내것이 아니여...'라고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루꼬무룩.... 


수술을 마치고 회복상태를 보고 퇴원할 시간을 전화로 알려주시기로 했다. 점심 시간 즈음, 선생님은 전화로 수술을 잘 되었음을 알리며, 오후 5시쯤 데리러 오라고 말씀해주셨다. 


퇴원할 때는 아이들과 함께 갔다. 아이들도 한마음으로 루꼬를 걱정하고 있었다. 링거를 꽂았던 앞다리에는 붕대를 감고, 수술한 배에도 붕대를 친친감고, 목에는 얼굴보다 더 큰 넥카라가 감겨있었다. 

선생님은 수술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주셨는데, 아이들이 보면 충격적일 수 있다고 걱정해주셨다. 11세 큰아이는 그래도 보고 싶다고 했다. 6세 작은아이는 무서워서 안보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충격받을까봐 걱정하시면서 차트표에 작게 떠있는 사진을 보며 설명하는 걸로 대체해주셨다. 제거한 난소 사진이라고 하셨다. 

(나중에 고양이 카페에서 '중성화 수술'을 검색해보면서 알게되었다. 이렇게 수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주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말도 안되는데, 중성화 수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늉만 대충 내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성화 수술이 제대로 된 게 맞는지 걱정하는 어느 집사분의 고민글이 있었다. 아... 이래서 수술 과정 사진까지 남겨주시고 확인시켜 주시는구나...!)


루꼬는 마취가 90퍼센트 정도만 깨어난 상태에서 집으로 왔다. 깨어는 있지만, 약간은 비몽사몽한 상태..

여긴 누구, 난 어디... 아니 여긴 어디, 난 누구... 뭐 이정도의 비몽사몽이랄까.

수술을 마치고 집에온 루꼬는, 이 불편한 물건을 당장 몸에서 떼어내려고 안감힘을 썼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움직임을 보였다.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많은 집사님들이 표현하는 바로는, '고양이가 고장났다!'고들 한다. 묘상한 포즈로 뒷발로 섰다 그대로 고꾸라진다거나, 비틀비틀 방향을 못잡고 걸었다. 어딜가나 넥카라가 부딪쳐 씅-질이 났다. 안그래도 한 버럭 하는 성깔에,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없으니 약이 바짝 올라 야옹거리는 목소리마저 앙칼져졌다. (물론, 수술 전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을 때 세상에 없던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러대서 목이 쉬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숨숨집에 들어갈 때도 넥카라가 자꾸 부딪혔다. 결국 루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몸 움직임으로 이 걸리적거리는 넥카라를 떼어내려다, 넥카라가 아닌 숨숨집을 박살내놓았다. 고양이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 그루밍으로 푼다던데, 얘는 지금 스트레스 만땅인 이 상황에 그루밍마저 금지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굶은 루꼬의 첫 식사는 저녁 7시라고 하셨다. 

마취가 덜 풀린 데다가 하루종일 먹은 게 없는 루꼬는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는 듯 보였다. 7시 땡하자마자 사료를 줬는데, 입도 대지 않았다.

'아.. 뭐라도 먹지... '

루꼬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먹은 게 없지만 수액을 맞았으니, 오줌은 눌 거라고 들었다.) 루꼬는 아주 적은 량의 오줌을 누었다. 볼일을 보면 자신의 흔적을 코로 냄새를 맡고 모래를 덮는데.... 이놈의 넥카라 때문에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그냥 나오더니, 구역질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란색 토를 했다. 샛노란색... 공복토라고 한다. 

....

평소 먹던 사료를 안 먹어서, 수의사 선생님이 기호성 좋은 간식이라고 주신 자그마한 습식캔을 따주었다. 역시 이건 먹는다. 그래서 이 걸 평소 먹는 사료에 섞어주었다. 괜히 섞었다. 이마저도 안먹는 것이다. 넥카라 때문에 먹는 게 불편해서 그런가 싶어 코앞에 그릇을 가져다 대주어도 안먹었다. 

이런 루꼬 처음이야!!! 

아프고 불편하고 밥도 못먹고.... 

괜히 눈물이 났다.  수술은 루꼬가 했는데, 왜 계속 자꾸만 내 호르몬이 널을 뛰는 거야.... 

더는 못보겠어서, 딸에게 츄르라도 줘보라고 하고 드러누워버렸다. 

아이들과 남편은, 루꼬가 츄르는 잘먹는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되려 나를 위로해주었다. 


수술을 했기 때문에 항생제를 5일간 12시간 간격으로 10번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약이 매우 쓰기 때문에 고양이가 잘 먹으려 하지 않으니, 주사기에 넣어 입을 벌리고 입 안쪽으로 넣어 강제투약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첫 항생제 투여 시간은 밤 10시였다. 알람을 맞춰놓고 10시에 투약을 했다. 선생님이 설명해주신대로 가루약을 물에 녹여, 주사기에 약을 넣고 루꼬 입을 벌려 입 안쪽으로 강제 투여했다. 뱉어낼 줄 알았는데, 입 안쪽으로 밀어넣은 액체는 그냥 삼킬수밖에 없나 보다... 루꼬는 켁켁대면서 약을 삼켜주었다. 

기특한 것.... 


#. 수술 후 2일 차 

루꼬는 이제는 포기 상태에 이른 듯 보였다.  앞으로 열흘 동안이나 넥카라를 풀지 못하는데, 체념을 한 듯 보여서 다행이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네가 그루밍을 못하니, 나라도 많이 쓰다듬어 줄게, 많이 만져줄게... 

루꼬는 우리의 손길을 받아드리며 루꼬무룩한 상태로 그저 멍하니 있는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수술 첫날과는 달리 사료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다녀온다... 나름 생존을 위한 움직임은 하고 있었다. 


#. 수술 후 3일 차

이제 예전의 똥꼬발랄 루꼬로 에너지가 2/3쯤 돌아왔다. 움직임도 날쌔졌고, 사냥놀이 하자고 장난감을 물고 와서 내 앞에 떡하니 내려놓았다. 전과 달라진 거라고는, 넥카라 때문에 하는 실수들이다. 날렵한 몸으로 충분히 들어가던 틈새에 들어갈 때마다 딱딱한 플라스틱 넥카라 부딪치는 소리만 날뿐이다. 


그리고 내 마음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루꼬는 내 무릎 위에 똬리를 틀고 무념무상으로 앉아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루꼬가 게으른 나를 다시 글쓰게 만들었다...일어나고 싶어도 떡하니 무릎에 앉아 그르렁그르렁거리니, 그저 앉아서 쓸 수 밖에...  브런치에서는 오랫동안 새글을 업로드를 안하면, '이제 좀 쓰시지..' 라는 뉘앙스의 고급스러운 채찍질 문구를 쪽지로 보내는데, 그 쪽지를 받고도, 꿈쩍앉던 나였다. )




#. 수술 후 7일 차

여전히 배에 붕대를 감고 목에 넥카라를 쓰고, 잘 지내고 있다. 그 사이에 먹는 양도 평소보다 더 늘었다. 사료를 그릇에 채워줄때마다 빠른 속도로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많이 잘 먹어서, 배에 감아놓은 붕대가 너무 쪼여보인다. 그리고 며칠간의 움직임으로 감아놓은 붕대가 조여지며 얇아졌고, 결국 위쪽에 꼬맨 자국이 빼꼼히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붕대 위로 수술 자국이 노출이 되도 되는 건가 싶어서 병원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수술하신 담당의 분은 쉬는 날이어서 다른 샘이 상담해주셨는데, 수술한지 며칠이 지난 상태여서 붕대를 다시 감아줄 필요 없고, 심지어 풀어줘도 된다고 하셨다. 넥카라를 하고 있으니 그 부위까지는 그루밍을 못할 거라고...(풀어줘도 된다고 하셨지만, 왠지 무서워서, 병원가는 날까지 며칠만 더 참기로 했다.) 

얘가 요령을 파악해서 넥카라를 한 상태에서 뒷다리 정도는 그루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냥 놀이도 에너제틱하다. 심지어 수술 전보다 더 힘도 세진 것 같다. '얘 혹시 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높이 뛰어 올라 공중 회전을 한다. 넥카라와 붕대가 이제 더이상 이 아이의 깨발랄함과 에너지를 막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 3밤만 지나면, 병원에 가서 저놈의 넥카라와 붕대를 풀 수 있다.  

저걸 푸는 날, 얼마나 발발 거리며 행복해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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