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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Oct 02. 2022

경제학사를 시작합니다

1776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기점으로 경제학은 시작했다. 그 후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들을 거쳐 고쳐지고 다듬어지고 변화해서 오늘날 현대의 경제학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경제학이 걸어온 길을 공부한다는 것은 실은 필자에게도 굉장히 낯선 경험이다. 특별히 경제학사를 전공하신 분이 아니라면 과거 경제학자들의 고전을 읽어본 사람들도 거의 없을뿐더러 이를 깊게 이해하는 사람들은 경제학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 중에서도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미 논의가 끝나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게는 아니더라도 교양 수준에서 경제학의 역사를 뒤돌아 공부해보고 싶었다. 경제학사에서 바이블처럼 여기지는 책들이 몇 권 있다. 그중 <History of economic analysis>라는 책에서 슘페터는 우리가 너무 깊게 오랫동안 고집하지 않는다면 지난 과거 경제학자들이 했던 생각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20세기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가 자신의 이론을 생각해 내는데 과거 토마스 맬서스의 주장을 찾아보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이데올로기(ideology)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큰 이데올로기가 경제학임에는 반론을 제기하기 쉽지 않다. 새로운 큼직한 정책과 사회의 변화는 경제학 이론에서 시작하던지 혹은 최소한 함께 하곤 한다. 정책을 시행할 때 경제학자들의 연구와 의견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 사회에서는 중요한 사회 정책에는 거의 모두 경제학자들이 투입된다. 경제학적인 사고와 지식을 바탕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혹은 나아가 경제학자들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오늘날의 고위 공무원들은 시험에서 기본적인 경제학의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학문과 이데올로기는 과학과 더불어 경제학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최소한 얕게나마 공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과거의 경제학은 오늘날의 경제학과는 너무나 다르다. 과거의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많지도 않을뿐더러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그다지 많지도 않다. 몇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심지어 경제학사를 소개하는 수업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교양 삼아 경제학사를 공부하기 위해 여기에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몇 권의 책을 읽는 데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잘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아마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주류 경제학과 완전 다른 기반에서 시작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읽을 때에는 공부하는 순간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만에 하나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주지 못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를 부탁드린다. 또 훨씬 풍부한 지식을 가진 훌륭한 분이 있으시다면 조언과 지적을 부탁드린다.


경제학자들과 정치 사상가들의 생각들은 옳고 그르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사실상 그들 말고는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지적인 영향으로부터도 벗어나 있다고 자신하는 실무가들 조차도 실은 오래전 고인이 된 어느 경제학자의 노예일 뿐이다. 하늘에서 목소리를 듣는다는 미치광이 권력자들의 광기도 몇 해 전의 어느 학구적인 잡문에서 비롯되곤한다. 빠르든 늦든 선의든 악이든 위험한 것은 기득권이 아니고 바로 사상이다

   
존 메이너즈 케인즈,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의 마지막 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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