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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Mar 19. 2023

세계화의 미래

무역은 어디로부터 어디로 가나 (2)

자유무역이 널리 확산되고 세계 여러 국가들이 서로 교환을 하기 시작한 데에는 무역을 통한 이익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한 기대도 있었다. 두 번의 재앙적인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전쟁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생각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열고 서로가 의지한다면 다툼과 싸움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90년대 소련이 붕괴하고 세계에 자유주의 물결이 불어닥칠 무렵 이러한 기대와 희망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에서 역사의 종말을 예언한다. 이제 지구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정치적 제도로 수렴해 갈 것이라는 것이다.


2001년 중국은 세계 무역 기구인 WTO에 가입한다. 중국이 더 이상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국제무대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이 발전하고 개방적인 사회가 된다면 앞으로 독재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사회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변할 것이라고 여러 학자들과 정책가들은 기대했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지구촌 사회는 그렇게 되었을까?


아니, 어쩌면 그 반대가 맞는 것 같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자유무역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 중심이 되었던 미국은 각종 규제와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있다. 자유무역과 평화의 원동력인 포용과 관용은 점차 그 자리를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분석해 보자.


상위 10%(빨강), 50%(파랑), 1%(연두)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왼쪽부터 차례대로 남아공, 미국, 인도, 출처: wid.world)


우리를 분열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불평등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경제 성장은 우리에게 이롭다. 우리 모두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마법이다. 경제 성장이라는 밀물은 항구의 모든 배를 높이 띄워 올린다. 하지만 모든 배를 동일하게 띄우지 않았다.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대략 80년 이후 경제적인 양극화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최하위 집단의 실질 소득이 정체 혹은 심지어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의 상위 10%, 50%, 90%의 실질 임금 (출처: Economic policy institute)

그 이유에는 수많은 설명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경제학자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불평등에 인색한 제도들로의 변화였다. 20세기 중반은 인간의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 성장과 함께 불평등이 줄어든 시기였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었지만 각 나라들의 정책들이 큰 역할을 했었다. 놀랍게도 이렇게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이었던 국가들은 미국과 영국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최고 소득 세율 (출처: 21세기 자본)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각 국가들은 앞 다투어 경쟁적으로 세율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영국과 미국이 이런 흐름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노동 정책과 제도들이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맞추어 발전하지 못했으며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들이 이루어지고는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근로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하락이 돋보였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왜 나빴다는 것인가? 그 이유는 불평등이 우리 사회를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본보기 사례는 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에게 나타난 소득, 부와 경제적 권력의 집중화는 소수의 경제적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정치력을 행사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이들은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남용하기 시작했고 정치적인 문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는 구성원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공통분모를 와해시켰다. 라틴 아메리카의 빈민가 사람들은 높은 담장을 두르고 경비원들이 순찰을 도는 마을 안에 사는 사람들을 더 이상 자신과 같은 구성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반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를 우리로서 하나로 만들어주는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절박해진 사람들은 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정치인들에게 끌리게 된다. 토마 피케티는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 정치는 엘리트주의화 되었다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정당은 경제적 엘리트(economic elite), 진보적인 정당은 지적 엘리트 (intellectual elite)를 대표하는 정당이 되었다고 말이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고 믿는 극단적인 정치인들에게 끌리게 되었다.


하지만 기저에 깔린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은 간과하고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화풀이하고 죄를 뒤집어 씌우기 시작했다. 가령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들어진 삶의 원흉이 옆집의 이민자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그들 때문에 자신들의 임금이 낮아진다고 말이다.

포퓰리즘 정치인들 중 극단적인 좌파보다 극단적인 우파 정치인들에게 표가 몰리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좌파 정치인들은 빈민들을 위한다고 주장하지만 동시에 포용, 형제애 (brotherhood of man)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반면 극우파 정치인들은 이민자들을 반대하는 정책들을 주장하고는 한다.


최근 일어난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을 세 가지 꼽아볼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아랍의 봄 사건이다.  

출처: history.com

튀니지의 한 노점상 청년의 분신자살로 불붙었던 민주주의 운동은 여러 아랍 국가들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주적인 정부의 수립이 쉽지 않았으며 시리아와 리비아는 내전과 혼란에 시달렸다. 그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그전까지는 인도주의, 인권, 포용, 협력이라는 가치로 하나가 되었던 유럽 사회에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자 유럽 국가들은 서로 이 문제를 떠넘기기 시작했고 이는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Brexit)라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다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다.

출처: cnn

오늘날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던 미국에 사는 지식인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남쪽 라틴 아메리카에서 포퓰리즘 대통령들이 당선되고 그들이 국가 시스템을 공격하는 것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그것이 남의 일일 뿐 미국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모토 중 하나는 이민자들을 퇴출시키고 이웃 국가들에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

트럼프의 당선에는 그동안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것의 원흉이라고 지목된 중남미로부터 들어오는 이민자들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주를 비롯한 러스트벨트 지역에서의 선거 결과는 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출처: bbc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 하나된 세계라는 가치는 2022년 발생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결정적인 위협을 받게 되었다.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국방력을 증가하기 시작했고 경계해야 할 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사건이다. 더구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각국의 대응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은 서방 사회와 반서방 사회라는 블록으로 나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를 경제적인 풍요로움뿐만 아니라 하나 됨이라는 연대로까지 묶어주었던 포용, 관용이라는 가치관과 자유로운 무역은 오늘날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목전에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적인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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