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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Jan 01. 2024

시간 불일치 문제 (time inconsistency)

중앙은행은 어떻게 정책을 해야할까?

중앙은행이 사전에 규칙을 정해두고 그걸 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그때 그때 알맞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준칙(rule)과 재량(discretition) 논쟁은 경제학의 오랜 논쟁이다.

규칙(rule)이라 함은 예를 들어 경제 상황과는 상관 없이 해마다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도를 고정시키자 같은 수동적(passive) 규칙과 현실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을 어느정도로 유지하겠다 약속하는 것 같은 적극적(active) 규칙으로 나뉜다. 반면 재량은 정책가들이 상황을 알아서 판단하고 알맞은 정책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주로 1970년대 이전 논쟁에서 규칙을 주장하는 근거는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정성을 줄여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할 때 변덕스러운 정책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령 정치인들은 관대한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좋아할텐데 중앙은행의 정책이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받는다면 그들의 선호에 따라 왔다갔다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니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어떻게 정책을 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이러한 불안정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70년대 Edward prescott이라는 경제학자가 시간 불일치 문제 (time inconsistency problem)을 제기하면서 논쟁의 초점은 이 시간 불일치 문제로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 불일치 문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간 불일치 문제

물 속 깊이는 알 수 있어도 사람 마음 속 깊이는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어렵고 그에 따라 정책을 하는 것 역시 어렵다.

(물리학을 잘 몰라 조심스럽지만) 물리학 같은 자연과학에서 물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그 전까지의 과거일 것이다. 물체가 어떤 상태에 있었고 거기에 어떤 힘이 가해져서 어떤 상태가 된다 혹은 될 것이다라는 것을 예측한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래 역시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현재는 다시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 특정 공간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그 사건은 일어날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폭력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다면 그 시간 그 곳에 경찰들을 배치할 것이고 따라서 일어나기로 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미래를 예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과 일어나는 일에는 예측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 불일치 문제는 한 시점에서 선택하는 최선의 현재, 미래의 계획이 막상 미래가 다가온다면 최선이 아니게 되는 문제를 말한다.

이번 글에서는 경제학보다는 일상 생활 소재를 가지고 생각해보자.

여러분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수없이 시험을 많이 치루어 보았을 것이다. 시험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배운 내용들을 잘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시험의 본질적인 목적일 것이다. 수업 때 배운 내용들을 성실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데 각자 자율에 맡긴다면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험이라는 제도를 실시해 목적을 이루도록 한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때 그렇다면 시험을 보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이 공부할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시험 당일날이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미 학생들은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를 했을 것이고 모든 내용을 목표한 대로 숙지했다. 여기에서 시험을 따로 본다고 얻게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시험을 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시험을 보게 되면서 얻게 되는 이익은 없다. 하지만 시험을 보려면 여러가지 귀찮은 일들을 해야한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힘들게 문제를 풀어야하고 선생님들은 감독해야 하며 채점을 해야한다. 그렇기에 막상 시험날 당일이 된다면 최선의 선택은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 불일치의 문제이다. 학기 초 최선의 방법은 미래에 시험을 보는 것이지만 막상 미래가 다가오자 최선의 방법은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다. 두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 달라진다!


그러면 현명하고 이성적인 선생님이라면 시험 당일날 시험을 보지 않기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예측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학기 초 학생들은 시험 당일날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 것이고 결국 현명한 선생님께서는 시험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다. 그래서 시험을 본다는 공지에도 믿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최선의 결과지만 결국 학생들은 공부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선생님으로부터 재량을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학기 초에 약속을 하고 미래에 약속을 어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라도 약속을 지키도록 시험을 선택할 권한을 박탈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규칙(rule)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선생님이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 행동하는데에도 이러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공부하기를 바라시며 동시에 불필요한 시험을 치루며 고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는 반대가 나타난다.


정책가들 역시 본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와 사람들을 위해 정책을 실시한다 할지라도 시간 불일치의 문제가 나타난다면 좋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것은 바로 정책가들로부터 권한을 빼앗아 버리고 손발을 묶어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Reference

S. Fischer, “Dynamic Inconsistency, Cooperation, and the Benevolent, Dissembling Government,” Journal of Economic Dynamics and Control (1980)


H. Dellas, G.Tavlas, "Retrospectives: On the Evolution of the Rules versus Discretion Debate in Monetary Policy",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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