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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May 30. 2023

콜렉터에서 취향 네비게이터로, 피디에프서울 이승현 대표

PDF SEOUL 이승현 대표 X the blank_

|  INTERVIEW

                                           

                                                                             PDF SEOUL 이승현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PDF SEOUL에 대해 대표님의 워딩으로 한 번 소개해주세요. PDF SEOUL는 어떤 공간인가요?

PHOTO / DESIGN / FASHION 의 이니셜을 따온 PDF 라는 이름처럼 사진/디자인/패션 관련 아트북이 가득한 공간이에요. 아트북 전문 서점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팝업스토어, 촬영대관, 공간대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제가 그동안 수집해온 소장품들을 아카이브한 공간이에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고, 시각디자인과 미술 그리고 사진 관련된 일들도 계속 해왔거든요. 제가 걸어온 발자취 안의 관심사가 집약된 곳이죠. 오랫동안 이런 공간을 꼭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Q. 오래 전 비슷한 유형의 공간 “Layer1”을 운영하신 적이 있다고요? 그 공간을 시행착오라고 표현하셨던 인터뷰를 봤어요. 실패하신 이유가 무엇이라고 진단내리셨나요? 그때와 PDF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Layer1은 10년 전, 2013년 쯤에 가로수길에 오픈했던 북카페 겸 갤러리 카페예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작했죠.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마음이 앞섰던 것 같아요.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브랜딩 공부부터 시작했어요. PDF SEOUL은 특히 브랜딩에 신경을 많이 썼고, 차근차근 오랫동안 준비했네요.



Q. 독특하고 인상 깊은 이름이에요. 익숙하지만 공간에 쓰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거든요. 어떻게 이 공간에 PDF SEOUL 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셨는지 브랜딩 과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들려주세요. 

처음 네이밍을 할 때부터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공간에 대한 콘셉트와 어울리고, 또 마음에 드는 이름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단순히 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브랜드여서 제품에 로고가 들어갔을 때와 같은 경우도 고려해야 했거든요. 


우선 제가 제일 관심있는 것들을 모아봤더니, PHOTO / DESIGN / FASHION 으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것들이 제가 이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 키워드인거죠. 앞글자를 따오니 예술 계통 분야의 사람들은 너무 익숙한 PDF 가 됐고요. 이것보다 더 잘 인식되기는 어렵겠다 싶어서 이 이름을 짓게 됐어요.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브랜딩은 무엇인가요? 공간 브랜딩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본질을 잃지 않고, 지속가능한 상태로 브랜드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의 결을 맞춰 전개하는 거요. 제가 PDF SEOUL을 준비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이 브랜딩이었거든요. 요새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특히 성수동을 갈때마다 괴로웠어요. 그들과 비교해서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 속된 말로 짜쳐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런데 계속 공부하다보니 무조건 힙하고 핫하고 있어보인다고 그 브랜드가 살아남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은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뭘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해서 본질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은 상태에서 일관된 톤앤매너로 하나둘씩 방향을 잡고 전개해나가는 거죠. 거기에 지속가능성은 필수 조건이고요. 그게 브랜딩인 것 같아요. 

 


Q. 그럼 PDF SEOUL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키워드로 말하자면 ‘영감’이에요. 이 공간은 제가 수집한 아트북과, 공간 자체를 수단으로 삼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영감을 전달하는 것이 본질이죠. 그래서 방문하신 분들이 ‘영감을 많이 받고 간다, 자극 받고 간다’고 말씀해주실 때, 제일 기분이 좋고 감사해요.    


Q. 주로 어떤 분들이 PDF SEOUL를 찾아주시나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고 계세요. 사실 저는 오픈하고 2~3달까지는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점차 인지도가 생기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겠지 싶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오픈하자마자 많이들 와주셔서 감사하죠. 주로 예술 관련 계통의 종사자분들이 많이 찾아주시고 계신데, 한편으론 종사자나 전공자가 아니지만 그냥 공간이 궁금해서 와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신기하기도 해요.


Q. 찾아주신 분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보통 오시면 자유롭게 구경하시다가 궁금한게 있는 분들은 질문도 하시고 그래요. 생각보다 다양한 부분에서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꼭 책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인테리어나 공간 관련한 디테일한 질문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기억에 남는 고객분들이 계신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기보다는 오래 머물다 가시는 손님들은 다 기억에 남아요. 오랫동안 앉아서 책도 보시고, 공간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들여다보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인상깊죠. 제가 이 공간을 통해 보기를 원했던 모습이라서요. 사실 이런 공간들이 전공자나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서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최대한 디테일하게 설명을 써붙여야 하나, 인스타에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려야하나. 그런데 그런 것이 없이도 그냥 다 알아봐주시고, 제가 전하려고 했던 것들 것 온전히 다 느끼고 받아가셔서 그 부분이 참 신기하고 인상 깊어요.    


Q. 아트북을 혼자 수집하고 즐기실 때와 PDF SEOUL을 운영하시면서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콜렉션을 나누시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요.

혼자만의 취미일 때는 사실 온전히 제 취향대로, 어떻게 보면 좀 산발적으로 그때그때 관심 분야나 흥미에 따라서 사모았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제 취향을 벗어나는 범위도 포용하려고 해요. 더 좋은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 그로 인해서 아트북을 즐기는 시장이 더 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공부도 더 많이 하게되고, 제가 스스로 만들었던 틀 안에서 좀 벗어나고 싶기도 해요. 방문하신 분들이 제가 모르는 아티스트 자료를 찾으시는 경우도 많고요. 영역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제는 단순히 취향이나 취미보다는 사업의 영역에서 생각해야 될 것들이 많아진 셈이죠.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Q. 시각화되는 예술에 있어서 '책'이란 형태는 한계를 많이 가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아트북을 좋아하시나요? 언제부터 아트북을 수집하셨어요?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서요.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직접 종이를 만지고, 넘겨보면서 느끼는 것들은 흔히 온라인에서 사진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그게 아트북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술, 담배를 안하는데요. 보통의 성인이 술, 담배로 소비하는 액수가 꽤 되잖아요. 그 비용은 매달 남들에 비해서 내가 세이브 할 수 있는 돈이니 뭔가 좀 나를 위해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아트북에 관심이 많아서 30대 초반부터 그 돈으로 아트북을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꾸준히 모으면 언젠가는 방대한 콜렉션이 될 수 있겠다, 꽤 근사하겠다 싶었고요.


Q. 사실 출판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들 하잖아요. 서점도 ‘위기’라고 하고. 이 시대에 ‘서점’을 오픈한다는 건, 일종의 사명감도 있어야 할 수 있는 도전인 것 같아요. 

맞아요.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이 전부 디지털화되고 있는 상황에, 매거진들도 많이 없어지고 출판사들도 많이 힘들다는 것도 알아요. 사명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좋은 레퍼런스 자료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양한 이미지를 보면서 자극받고 영감 받고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꼭 아트북만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취향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이런 일을 너무 좋아하고 다양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가 강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날로그에 필요성이나 그리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레트로나 빈티지가 계속 유행인 것만 봐도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다 싶어요. 물론 비즈니스적으로 파이가 줄어들지는 모르겠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적어도 책이 세상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저는 물성이 가지는 힘을 믿어요.



Q. 그럼 공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볼까요? 방문하시는 분들이 인테리어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PDF SEOUL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집기들은 아닌 것 같은데, 전부 제작하신 건가요? 

후기가 거의 두 부류예요. 인테리어 쪽에 집중해서 공간이 너무 예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DP 디테일이나 아트북 자체에 대해 신경 많이 썼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디스플레이에도 신경을 정말 많이 썼거든요. 이 부분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일단은 제가 이 공간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운명 같기도 하고요(웃음). 여기가 원래 의류 편집숍이었거든요. PDF SEOUL이 들어오기 전에도 이미 기본 구조가 멋진 공간이었어요. 입구쪽 인테리어는 거의 있는 그대로 활용을 한거고요. 집기들도 굳이 철거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걸 많이 활용했어요. 특히 저 철제 옷걸이가 공간의 분위기를 많이 잡아주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나중에 팝업 스토어를 하게되거나 하면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살려두면서 공간 전체의 인테리어 디자인 방향을 기존 집기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쪽으로 잡았어요. 


Q. 파사드도 다 연결이 되어있는 거죠? 외관 디자인도 기존의 것을 활용하신 건가요?

네. 전체적으로 다 공사를 하기엔 무리였고, 무엇보다 기존 디자인이 예뻐서 굳이 바꿔야겠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외관과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내부 인테리어도 결을 맞췄고요. 유리 소재를 많이 쓰고, 스테인리스 스틸 집기들도 맞춰서 제작을 하고요. 전반적으로 기존의 형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제가 원하는 느낌을 낼 수 있게 테이블, 서랍 등 추가적인 가구나 소품을 구성했어요.  


사실 처음엔 해외 갤러리나 뮤지엄처럼 올 화이트로 인테리어를 할까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온전히 아트북에만 집중할 수 있게. 그런데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완성도가 높고 유니크해서 아깝기도 하고, 요새 유행하는 철제 스타일링과 연결이 되기도 해서 최대한 활용해보기로 했어요. 결과적으로 만족도가 높아요.



Q. 책에 대한 이야기도 해봐야겠죠? 아트북을 셀렉하는 대표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물론이죠. 보통 다른 독립서점이나 아트북을 취급하는 곳들은 유통되는 책들을 주로 판매하거든요. 새로 출간되거나 유통되는, 쉽게 수입할 수 있는 책들을 주로 다루는 반면 저는 온전히 제 취향으로 셀렉을 해요. 그래서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어렵게 구하는 경우가 많죠. 디깅을 정말 많이 해요. 


Q.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도 점차 변해가잖아요.

맞아요. 당연한 것 같아요. 제 취향도 계속 바뀌고 있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사도, 취향도 달라지죠. 제가 수집한 책들에도 그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Q.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수집한 방대한 양의 콜렉션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취향이 많이 변했어도 옛날에 모았던 책들도 여전히 좋으신가요?

대부분 좋아요. 그런데 확실히 다른 건 있어요. 매거진이나 트렌드를 다뤘던 아트북들은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확실히 가볍게 느껴져요. 반면에 사진집이나 패션 브랜드북처럼 깊이 파고들어 만들어진 작품들은 내 취향은 아닐지라도 깊이있고, 작품성이 보이죠. 다시 봐도 좋다는 느낌이 들어요. 



Q. 듣다보니 말씀하신 브랜딩, 본질의 중요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아트북도 똑같겠죠.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고유의 본질을 가지고 자기만의 길을 가야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이 공간을 온전히 제 취향으로 꾸민 이유도 같아요. 유행하는 공간들, 소위 핫플레이스라는 공간들도 많이 가봤고, ‘나도 저런 공간을 해야하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그것도 트렌드고 유행인지라 휩쓸리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Q. 최근 직접 촬영하신 사진 포스터 판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봤어요. ‘복합문화공간’으로 정의하신 만큼 다양한 계획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사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아트북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성이 높지 않아서 지속가능성이 떨어져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하나의 자체 브랜드로써 PDF SEOUL 자체 제작 상품들을 제작해서 판매하려고 해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PDF SEOUL만의 유니크한 디자인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품군을 넓혀가면서 브랜드를 확장할 생각이고, 팝업이나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대외적인 협업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고요. 비즈니스 측면에서든 콘텐츠 측면에서든 이 공간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많이 벌려 볼 예정이에요.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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