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생각 기록
나의 사회생활은 4살 때 시작되었다.
어릴 때 치어리딩으로 시작한 방송생활은 중학교 진학 전까지 이어졌고 대략 10년간 방송, 연기, MC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6년은 진학과 공부에 매달렸고 고등학생 때 난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똑똑하고 총명한 아이들 사이 내가 반짝일 수 있는 무기가 연기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렇게 나는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종종 촬영과 오디션을 나가고 졸업과 동시에 다시 제대로 시동을 걸었다. 대학교도 반학기만 다닌채 쉬려고 했던 휴학기간은 일과 촬영으로 가득찼고 나는 연기학원까지 다니며 쫓기듯 그 시간을 보냈다. 그 때는 그게 맞다고 주변에서도,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총 15년간 지속된 나의 연기 생활은 작년 말, 결국 막을 내렸다. 이 때 쉬었어야 하는 걸까? 나의 길을 더 찾았어야 하는걸까? 제 2막을 시작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1막이 이렇게 흐지부지 마치 실패한듯이 끝나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불안감에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시간은 또 다른 시련을 안겨주었다. 내가 더 단단해지도록 시험하듯, 나에게 제동을 걸듯 나를 넘어뜨린다. 이제는 진짜 멈춰야된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소란스러웠던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야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길을 걸어오며 선택한 그 모든 것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 책을 가까이 한 것, 미술과 예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는 흔들릴 때의 나를 가장 잘 잡아주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시기는 나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가 아닐까. 나의 육체적, 정신적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달려오며 지쳤을 나에게 물도 주고 초콜렛도 먹으며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발은 아프지 않은지 다친 곳은 없는지 있다면 연고도 발라주며 다시 나아갈 힘을 만들어주자.
점을 선으로 연결할 차례다. 폭풍이 지나가며 남기고 간 나의 모든 것들을 돌아보며 한 번 연결해볼 차례가 온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발자국이 찍힐지는 모르지만 이런 시간을 지나온 후 남는 흔적은 아마 지금보다 더 경쾌한 발자국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