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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터 박종찬 Jul 30. 2022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은
다른 건가요?

카페 메뉴 이야기

아메리카노 vs 롱블랙


카페에서 메뉴판을 보면 아메리카노 대신 롱블랙을 판매하고 있는 곳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먹으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롱블랙을 주문하게 되는데, 실제로 음료를 받아보면 '그냥 에스프레소에 물 탄 거 아닌가? 두 음료가 다른가?'라는 의문이 든다.


두 가지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큰 틀은 다르지 않다.


두 가지 모두 쉽게 말하면 에스프레소+물이다.



옛날이야기를 하자면,


아메리카노의 어원은 미국인들이 세계 2차 대전 당시에 이탈리아에 상륙해서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접하게 됐는데, 커피가 너무 진하고 써서 거기에 물을 타서 희석해서 먹었다는 썰이 가장 유력하다.


롱블랙의 경우도 호주에서 에스프레소가 너무 진하기 때문에 편하게 마시려고 물을 타기 시작했고, 호주에서는 롱블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숏블랙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에 물을 더 탄 커피는 자연스럽게 롱블랙이 됐다고 한다.)



큰 틀만 두고 봤을 땐, 두 가지 모두 에스프레소가 너무 진해서 물을 희석하여 마시는 커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커피를 즐기는 문화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



그럼 똑같다고 볼 수 있을까?




제조방법의 차이?


아마 '네, 똑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꽤나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가장 잘 알려진 두 음료의 차이점은 희석하는 물의 양과 제조 순서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와 물의 비율이 1:4 ~ 1:5 정도, 롱블랙은 1:1 ~ 1:2로 알려져 있다. 같은 에스프레소를 사용한다면 아메리카노의 농도가 더 연하고, 커피의 양이 많다. 반대로 롱블랙은 적고 진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않아야 하는 점은 롱블랙이 단순히 '진하게 먹기 위한 커피'는 아님을 인지하면 좋을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쉽게 이야기하면 처음 롱블랙으로 즐기기 시작한 호주의 커피는 '맛과 향이 다채롭고 부드러운 커피'였을 것이다.


단순히 스모키한 에스프레소가 아닌 신맛도 향도 맛도 다양한 커피를 사용했을 것이다. 진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이미 에스프레소로 마셔도 먹기 편한 정도로 말이다. 


그런 상태의 에스프레소에 너무 많은 양의 물을 희석했다면 당연히 연해졌을 것이고, 맛과 향이 밋밋해지지 않는 정도의 물의 양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료의 양은 작아졌을 것이다.



롱블랙은 단순히 진한 커피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을 살리면서 적절하게 희석한 커피를 먹기 위함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우리나라에서는 롱블랙을 단순히 '진하게' 파는 곳도 있어서 조심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럴땐 물을 더 타서 먹자...양 많아지니 오히려 좋아...)



그리고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 위에 물을 부어 희석하는 방식이고, 반대로 롱블랙뜨거운 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위에 물을 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레마가 많이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롱블랙 뜨거운 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커피를 받았을 때, 크레마가 남아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롱블랙은 첫 모금에 크레마가 많이 입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보통 크레마는 '가스향과 쓴맛'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롱블랙은 당연히 첫 모금에 크레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쓴맛이 더 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크레마의 맛 때문이지, 크레마가 사라지면 엄청나게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크레마란? 에스프레소에서 볼 수 있는 특징으로 커피가 가진 지방성분들이 높은 압력에 의해 가스와 함께 추출되는 것. "크레마가 두툼~하면 좋은 커피!"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크레마 층이 두껍다고 해서 맛있는 커피라고 하는 건 힘들다. 어떤 커피를 어떻게 추출하냐에 따라서 갓 볶은 커피도 크레마 층이 얇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라고 부르는데 크레마가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그럼 그건 아메리카노가 아닐까? 롱블랙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음료의 양이 너무 큰 건 아닌가? 바리스타가 잘못 만든 것일까? 




커피는 기호식품이잖아요.


바로 결론을 이야기해보자면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커피 글을 쓰면서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결국 커피는 기호식품이니깐 내 입맛에 맞으면 된다.


두 음료 모두 결국 '진한 에스프레소를 편하고 맛있게 먹기 위해'라는 목적이 있다. 평소에 내가 진하게 먹는다면 당연히 물은 덜 타 먹는 것이 맞고, 연한 것을 좋아한다면 물을 더 타서 마시면 그만이다.


양이 다르고, 농도가 다르다고 아메리카노, 롱블랙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럼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는 카페마다 이름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단순히 처음 그 이름을 사용하는 문화에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 탄 커피'라고 하면 복잡하니깐 이름을 붙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덧붙여보자면 예전에 내가 근무하던 카페에서는 행사가 있으면 외국인 분들이 정~말 많이 왔었고, 롱블랙을 찾는 손님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롱블랙을 찾는 분들은 그냥 아메리카노로 드셨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전 롱블랙 아니면 안 됩니다.", "그럼 에스프레소를 먼저 부어주세요.", "에스프레소 위에 물을 부어주세요.", "물과 에스프레소의 비율을 지켜주세요."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먹어보고 "물 좀 더 넣어주세요."만 요청할 뿐이었다.


결국 외국인들이 보는 롱블랙이나 우리가 보는 아메리카노나 결국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희석한 블랙커피'이기 때문에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메뉴에 적혀있는 음료가 아메리카노 건 롱블랙이건, 내가 만족스러운 커피 한 잔을 먹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건 아닐까?




여기까지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를 알아보았다. 앞으로도 종종 헷갈리만한 카페 메뉴에 관한 썰을 조금씩 풀어보도록 하겠다.







오늘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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