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혁신] '생계형 일자리'에서 '경력 활용 일자리

by 이리아

현재 노인 일자리 정책의 근본적인 실패는 정책의 목표와 '70세 신인류'의 변화된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유능감 상실과 존중 욕구 미충족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 해소'라는 1차원적인 목표에 갇혀 있는 정책 패러다임을 '경력 활용과 자아실현'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생계형 일자리' 중심의 정책을 '경력 활용 일자리' 중심으로 혁신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이 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혁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양적 지표'가 낳은 정책의 실패: 질적 전환의 필요성

현재 노인 일자리 정책의 비효율성은 정부와 지자체의 평가 기준에서 비롯됩니다. 정책은 시니어의 '참여 인원수'와 '예산 소진율'을 핵심 지표로 삼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단순 업무에 대규모 인원을 빠르게 투입하는 '공익 활동형' 일자리에 예산이 압도적으로 집중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예산의 편중

대부분의 예산이 월 29만 원 수준의 단순 공익 활동형에 쏠리면서, 고부가가치 경력 활용 일자리 개발에 투입될 재원이 만성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는 전문가의 존중 욕구를 해치고 무형 자산을 낭비하는 주범입니다.


인력 낭비

30년 경력의 전문가가 경력과 무관한 단순 업무에 배치되는 것은 개인의 자존감 훼손을 넘어, 국가적 인적 자원의 심각한 낭비입니다.


이러한 '양적 성과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정책의 패러다임은 이제 '몇 명에게 일자리를 주었는가'가 아니라, '그 일자리가 그들의 전문성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고, 삶의 질을 얼마나 높였는가'라는 질적 지표로 즉각 전환되어야 합니다.


파편화된 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현재 노인 일자리 정책은 여러 부처에 파편화되어 있어 정책 미스매치를 심화시킵니다. 보건복지부는 주로 생계 및 복지 관점의 일자리(저숙련)를 관리하는 반면, 고용노동부나 중소벤처기업부는 경력 및 기술 활용에 관한 일자리(고숙련)를 일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 목표와 관할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시니어'를 '경력 활용 일자리'로 정밀하게 매칭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시니어 전문가에게 필요한 일자리는 단순히 복지 차원의 '용돈벌이'가 아니라, '인력 개발 및 산업 혁신'의 영역으로 보아야 합니다.


정책 혁신 제언:'시니어 인재 활용 공단' 설립

저는 이 파편화된 시스템을 통합하고 경력 활용 일자리를 전담할 '시니어 인재 활용 공단(가칭)' 설립을 제안합니다. 이 공단이 곧 '경력 활용 일자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명확한 역할 분담:

보건복지부는 기초 생계를 위한 저소득층 공익 활동 일자리에 집중하고, 신설 공단은 고용노동부/중기부와 협력하여 고학력·전문직 시니어의 경력 활용 일자리 개발 및 매칭을 전담해야 합니다.

평가 기준 전환: 신설 공단의 핵심 평가는 '전문성 매칭 성공률', '지식 전수 효과성', '참여 시니어의 자존감 및 만족도(질적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양적 지표는 과감하게 축소해야 합니다.


정책 목표: '존중'받는 일자리를 향하여

패러다임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70세 신인류'에게 존중받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 투입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 임금 대신,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경력 가치 수당' 지급을 확대하고, 시니어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 모델에 대한 초기 투자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이는 마슬로우의 소속감과 자아실현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70세 신인류'가 원하는 것은 '해드리는 복지'가 아니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전문적 역할 수행의 권리'입니다. 이 정책 혁신은 곧 대한민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 동력이자,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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