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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Nov 16. 2022

안가보고 전하는 국토대장정 팁

우리 도시 기행 07


 지난 일주일 간 걸었다. 첫날은 왼쪽 골반과 오른쪽 허벅지 뒤 햄스트링이 불편했고, 다음날은 왼편 발목 위 정강이가 저려오더니 지금까지 뻐근하다. 매일매일이 다르다. 예전엔 ‘어우 불편해.’ 정도 였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평생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안동까지 왔다. 중간에 버스나 택시를 타겠다고 확신했던 배우자의 조롱을 뒤로하고 기어코 왔다. 하루는 배우자가 내려와서 차를 타고 한우 고기를 먹으러 간 적은 있지만. 크게 보면 다 걸어서 왔다.


  오래전 여주에서 수안보까지 걸어가 봤고, 이번엔 그 연장선으로 안동까지 걸어봤다. 이쯤이면 국토종주니 대장정 하는 이들에게 훈수쯤은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다면 짧은 그 길을 걷기 전, 후 느끼며 전하고 팠던 이야기이다.


 경로탐색


 운전을 할 땐 티맵 내비게이션을, 길 안내가 필요하면 네이버 지도를 쓰고 있다. 하지만 도보여행은 카카오 맵이다. 왜냐면 상대적으로 도보여행에 최적화된 경로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단 도보여행을 한다면 황량한 국도 변을 걷는 게 큰 부담이다. 쌩쌩 다니는 차량들 옆으로 넓어야 0.5미터 남짓한 넓이의 도보 공간을 걷는 게 쉽지는 않다. 같은 국도 라도 보도블록이 깔리거나 가림막이 있으면 훨씬 더 맘이 편하다. 경험상 카카오 맵은 주로 그런 길을 안내해 준다.


 다만 의도치 않게 산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등산로까지는 아니다. 최소한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긴 하다. 다만 너무 한적한 길이다. 사나운 개가 죽일 듯이 덤벼들 수 있고, 산 하나를 넘어가는 동안 사람 한 명 마주치지 않는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고라니가 넘나들고, 꿩이 도망가며 울리는 울림통 소리가 싫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경로를 미리 살펴보고, 그런 위험이 있는 곳은 개인적으로 절충할 필요가 있겠다.


 만약 도보 경로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면, 자전거 경로도 살펴보라. 더 돌아가긴 해도 자전거 전용 도로만큼이나 걷기 안전한 길은 없다. 도보 경로로 걷다가 일부는 자전거 길을 이용하는 식으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발 관리


 무엇보다 양말과 신발이 중요하다. 옷이야 뭐 기능성이라고 우기는 거 아무거나 걸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발은 소중하다. 가령 좀 많이 걸었다 하는 날은 4만 보를 우습게 넘기기 마련인데, 불편한 부위가 4만 번 거슬리면 어떻겠나? 시작할 때 살짝 거슬린다 싶으면 큰 병이 나기 마련이다.


 신발을 사러 갔을 때. “새끼발가락이 살짝 끼는데 괜찮아.”라고 한다. 그러고 도보여행을 간다? 첫날 새끼발가락에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모든 게 완벽해도 없던 일이 나는데, 뭐 하나라도 신경 쓰이면 그냥 바로 발병 난다.


 양말은 발가락 양말을 적극 권장한다. 무좀 있는 아재들만 신는다는 편견 따위는 버리고, 제발 발가락 양말 신고 가라. 그 거슬리는 모양의 양말을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발가락 양말도 종류가 많다. 재질이나 디자인에 따라 두껍고 얇을 수 있으니 양말이 결정되면, 그 위에 신발을 신어보면 되겠다. 이 양말과 신발 조합이면 지구 한 바퀴도 걸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라.


 검색 키워드 ‘순례길’


 우리나라에서 도보여행이나 국토대장정을 하는 사람보다는 스페인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길 여행자들이 더 많다. 온라인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사실 장기간 걸어야 한다는 건 우리나라나 스페인이나 비슷하다. 양말도 국민 코스처럼 정해진 것이 있고, 계절에 따라 어떤 옷가지를 챙겨가야 할지 딱 알려준다. 도보여행이나 대장정은 검색 결과가 많지 않으니 순례길을 검색하라.


최종 정리


 부끄러 말고 발가락 양말 신어라. 그리고 양말이 결정되면 신발은 신어보고 골라라. 나는 나이키의 페가수스 트레일 3 신고 걸을 때가 제일 편했다. 통풍이나 쿠션감 모두 좋았다. 첫 여행에서 이쁜 것만 보고 노스페이스 트레킹화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점 반성한다. 국내 도보 여행이라면 트레킹화도 좋고 러닝화도 무관하다. 신어보고 어느 것 하나 걸리는 것 없이 편한 것으로 골라라.


 그리고 제대로 된 바람막이는 하나 챙겨가자. 제일 유명한 고어텍스 아니라도 각 브랜드에서 자체 개발한 소재들은 차고 넘친다. 비는 막아주고, 땀은 배출해 준다는 그 꿈의 소재를 갖춰서 나쁠 것 없다. 참고로 지금 입는 파타고니아 재킷은 겨드랑이가 꽉 막혀 벤틸레이션이 불가하다. 걷다 보면 내부에 땀이 차기 마련인데, 그런 환풍구쯤은 갖추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에 바람막이를 구매하게 된다면, 그 부분도 고려해 볼 것이다.


 재킷과 양말을 제외하고는 룰루레몬의 티와 바지를 입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캐나다 최고의 특산품은 내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도왔다. 혹시 추울까 싶어 급히 구매한 언더아머의 겨울용 타이즈는 아쉽게도 한 번도 입지 않았다. 11월 날씨에도 걸으면 덥다.


 끝으로 종합 비타민제와 소염제 한 통 챙겨가라. 소염제는 진통 효과까지 얻을 수 있고, 아침마다 비타민이라도 챙겨 먹는 게 좋다. 그리고 불편한 곳이 있다면 약국에서 파는 파스를 붙이도록 하자. 약국에서 파는 파스가 더 효과가 좋을게란다. 의사 선생님께 감수를 받은 부분이니 믿어도 좋다.


 걷다 보니 살면서 절대 갈 일 없을 것 같은 시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지방의 모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고, 수많은 마을 정자에 앉아 쉬었다. 일체 안면이 없던 무명의 마을이 이제는 ‘내가 아는 마을’이 되었다.


 대단한 여정이 아니어도 좋다. 내일은 집을 나서서 어디든 걸어가 보라.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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